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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이언주의 숨은 그림찾기]편집증 경험 ‘파라키드’ 탄생···08AM 오밤

2017.09.15

[뉴시스] 이언주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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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푸마의 글로벌 캠페인 '런 더 스트리트'(RUN THE STREET), 08AM(오밤)

“맨해튼 브리지 아래서 벽화를 그리다가 뉴욕경찰(NYPD)에게 붙잡혔어요. 한창 그리고있는데 경찰이 들이닥친거죠. 순간 아찔했지만 다행히 경고와 주의만으로 훈방조치 받았어요. 휴우~ 일단 철수했는데 완성을 못 한 게 너무 아까워서 다음날 아침 일찍 가서 몰래 완성하고 도망치듯 왔어요.”

캐릭터 아티스트 08AM(오밤, 본명 박세진·32)의 '뉴욕 에피소드'다. 평소 내성적이고 조용한 그는 붓만 잡으면 담대해진다.

언젠가 뉴욕에 가겠다고 막연히 생각하던 어느 날, 뉴욕에 있는 아티스트로부터 크루 제안을 받고 무작정 떠났다.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뉴욕을 직접 느끼며 확인하고 싶었다.

“걸어서 어디를 다녀도 아티스트들이 작업한 걸 볼 수 있는데, 특히 팝아트 작업이 많아서 정말 재미있었어요. 사실 거기에 자극 받아서 물감이랑 페인트 도구를 사서 곧장 맨해튼 브리지 아래로 달려갔던 거에요.”

지난 6월부터 3개월간 뉴욕에 머물렀던 그는 “제대로 취향 저격 당했다”고 말했다. 도시 곳곳을 걷기만 해도 아티스트들의 작업을 만날 수 있어 끊임없이 자극 받고 영감을 얻었다.

【서울=뉴시스】오밤_뉴욕벽화작업

낯을 많이 가린다는 그는 그림을 그릴때 만큼은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않는다고 했다. "뭐든 표현하고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며 작업의 폭을 끊임없이 키워간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무한한 이야기가 캔버스에서 구름처럼 펼쳐진다. 작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의 머릿속은 쉼없이 세포분열이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가 주로 그리는 것은 자신을 대신하는 ‘파라키드’(PARAKID)라는 캐릭터다. 파라키드는 편집증(Paranoia)과 아이(Kid)의 합성어로, 어린시절 편집증을 심하게 겪었던 작가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아무것도 믿을 수가 없었어요. 현실을 부정했고, 부모님 조차 못 믿을 정도로 뭐든 의심했죠. 한동안은 음식도 못 먹었어요. 그때의 감정을 떠올리며 그리기 시작했는데, 불안과 갈등, 희망 같은 감정이 되살아나는 거에요. 그건 정형화된 형태가 아니었고 계속 변하는 연기 같았죠.”

붙잡을 수도 없고,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는 기체. 그런 감정의 덩어리들이 캔버스 위에 안착하기도 하고, 홀연히 사라지기도 한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도 수없이 되살아나는 감정을 이제는 ‘파라키드’라는 아이가 한껏 품은 채, 당돌하게 희망을 이야기 한다.

특히 최근 푸마(PUMA)와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캐릭터의 동작이 유난히 다부지고 에너지가 넘친다. ‘세상의 중심이 되어 거리를 지배하라’는 슬로건을 내건 푸마의 글로벌 캠페인 '런 더 스트리트’(Run The Streets)에 꼭 어울린다.

작가는 “캠페인 메시지를 듣고 번뜩 런던의 밤을 누비는 파라키드의 모습을 상상했다”며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나만의 스타일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이미지를 강조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힘찬 한 발을 내딛는 파라키드. 캐릭터를 둘러싼 크고 작은 둥근 덩어리들은 팡팡 터지는 아이디어 뭉치 같기도 하고,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튕겨 나오는 듯 생동감 넘친다. 의기 충만한 운동선수가 승리를 장담하고 경기장에 걸어가는 모습이랄까. 이는 작가의 의지인 동시에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잠재된 모습이도 하다.

작가는 "연기처럼 불분명한 시대 환경과 상황 속에서 더욱 또렷한 자아를 발견하는 것과 나만의 길을 개척하고 실제로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뜨거운 열정과 희망의 결정체인 오밤의 '파라키드'가 무한 증식하며 세상을 향해 뛰고 있다.

【서울=뉴시스】오밤_08AM

◆ 작가 08AM= △PARAKID(파라키드)를 통해 한국과 미국을 주 활동무대로 활동 중인 캐릭터 아티스트 △아트1(http://art1.com) 플랫폼 작가로, 작품은 '아트1'에서 더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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