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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블랙리스트로 문화예술인 1012명 피해...경찰도 관여"

2017.12.20

[뉴시스] 박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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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송경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간사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빌딩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소회의실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중간보고
"문화예술단체 320곳도 불이익 받아”

문화예술인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광범위하게 적용돼 피해건수가 총 2670건 것으로 확인됐다.

세부 피해건수로는 개인이 1898건, 단체가 772건의 검열·지원배제, 사찰 등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문화예술인 1012명, 문화예술단체 320곳이 실제 구체적인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검열 배제 등이 확인된 문화예술인(개인) 1012명 중 475명(47%)은 박근혜 '시국선언 명단'(9788명)에 포함된 인물이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537명(53%)은 별도의 리스트로 관리되어 온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는 20일 서울 광화문 KT 빌딩 12층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확보한 리스트 문건 분석을 통해 지금까지 확인된 검열·배제 현황으로, 이는 블랙리스트 피해의 일부"라고 밝혔다.

송경동 진상조사위 간사는 "현재까지의 분석 결과, 문화예술인과 문화예술단체 블랙리스트 명단이 공문서·DB 형태로 작성돼 실제 활용됐던 것으로 확인했다"며 "이후 추가적인 자료 분석과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피해 사실들을 지속적으로 확인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송경동(오른쪽) 간사와 이원재 대변인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빌딩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소회의실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조사신청·제보 총 175건...연극·무용 등 공연 분야 제보 가장 많아

이날 진상조사위는 조사신청 결과 및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자료 종합·분석, 새롭게 확인된 사건에 대한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진상조사위는 지난 8월 31일부터 11월 30일까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 또는 관련 단체들의 조사신청을 접수 받았다.

온라인과 우편·현장 방문 등을 통해 접수된 조사신청 건수는 총 120건이며, 신고를 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거나 내부고발 등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익명·실명제보를 가능하게 해 총 55건의 제보가 접수됐다.

가장 많은 제보 및 조사신청이 접수된 분야는 연극, 무용 등 공연 분야(총 51건)이며, 그 뒤를 이어 영화 분야(33건), 문학 분야(18건) 순으로 신청 접수가 많았다.

미술·만화·사진 등 시각예술 분야는 총 11건의 제보 및 신청이 접수됐으며, 전통·출판 분야 역시 각 5건씩의 피해 조사 신청이 접수됐다. 기타로는 어느 하나의 유형으로 구별할 수 없거나 특별한 사건들이 접수됐다.

구체적 사례로는 ▲MB 정부 시기 블랙리스트 피해에 대한 조사 신청 ▲국정원, 군대에서의 문화예술인 개인 사찰 의혹 제기 ▲문화재청,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국악방송,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에서 일어난 블랙리스트 연관 사건에 대한 조사신청이 접수됐다.

진상조사위 측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지원배제와 관련해 특검 수사·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다양한 블랙리스트 의혹이 조사신청을 통해 추가로 제기됐다"고 강조했다.

가장 많은 지원배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사업외에도 ▲예술인경영지원센터 '재외문화원 현지특화 프로그램 지원사업', '작가미술장터지원사업' 등에서도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됐으며 ▲한국문학번역원, 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국학진흥원 공모사업 지원 배제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지원사업 및 심의위원 배제, 권고사직 의혹까지 추가로 조사신청이 접수됐다.

특정 사업에서의 지원 배제를 넘어서 ▲국립극단, 국립현대무용단, 국립국악원 등 국립예술단체에서의 작품 사전검열 및 공연취소 등의 사건들이 조사신청을 통해 새롭게 확인됐다. 공연 외에도 ▲전시·만화 분야에서 세월호 관련된 내용의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외압 및 배제 의혹도 추가로 제기됐다.

영화 분야에서도 ▲'불안한 외출', '자가당착' 등 소위 ‘문제영화’에 대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사전, 사후 모니터링 강화, ▲'잼다큐 강정', '천안함 프로젝트', '다이빙벨' 등 사회비판적인 독립영화의 상영 금지 지시 및 상영 검열 의혹 등이 제기됐으며 ▲재외한국문화원에서도 특정 영화 상영 배제 및 전시 외압 등이 있었음이 피해 당사자들의 조사신청을 통해 드러났다.

진상조사위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지원사업에서의 배제만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검열'의 형태로 체계적으로 작동되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며 "기존 수사 혹은 감사를 통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던 피해의 유형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청와대와 국정원을 통한 문체부 산하기관 및 지역문화재단들에 대한 부당한 인사개입과 배제 등 다양한 유형의 블랙리스트 작동이 조사신청을 통해 파악됐다.

또 '화이트리스트'로 불리는 특혜 의혹들에 대한 조사신청·제보도 접수됐다. 특히 ▲모태펀드 운용 과정에서 특정 영화에 대한 정치적 검열이 작동됨과 동시에 화이트리스트 의혹이 제기되었는바, 소위 '건전영화'에 대한 차별적 특혜 지원·정부의 부당한 개입 여부 등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송경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간사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빌딩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소회의실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문제단체 및 좌편향인사 DB 구축

진상조사위는 현재까지 입수한 공식 문건(주요 블랙리스트 문건, 특검, 국정원 자료 등)을 근거로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단체의 규모를 전체적으로 파악해 정리·분석했다.

2014년 5월경,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작성한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를 포함해서 전 부처를 대상으로 문제단체및 좌편향인사에 대한 DB를 구축하고, 지속 보완할 것을 조치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당시 DB 규모는 '3000개의 문제단체(좌파단체, 불법시위 참여 등)와 8000명의 좌편향인사(문재인, 舊(구) 민노당지지 등)' 등 1만1000여 명단에 달한다.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문화예술인들을 비롯한 좌성향 인사들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과 블랙리스트 DB 구축이 이루어졌음이 확인됐다.

송경동 간사는 "진상조사위 분석 결과, 현재까지 파악된 1만 1000여 명단과의 상관성을 가진다"며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증언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에서 지속 보완되어 구축된 전체 사찰명단 2만 명의 데이터베이스가 존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중 절반이 넘는 수의 명단이 문화예술 분야"라며 "이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의 심각성을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진상조사위 "대통령기록관, 블랙리스트 문건 공개 요구"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블랙리스트 관련 문건인 문화예술계 건전화로 '문화융성' '기반정비' 문건 등을 지난 9월 29일 대통령기록관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자료를 확인하던 중 발견했다.

박근혜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최초 문건으로 파악되는 이 문건은 2013년 3월 10일 경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캐비넷에서 발견돼 '캐비넷 문건'으로 불리는 자료다.

진상조사위가 대통령기록관에서 입수한 이 같은 블랙리스트 자료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현재 대통령기록관에는 '문화융성 기반정비' 관련 40여권, 청와대 부속실 생산 4테라바이트 분량의 방대한 문건이 있으며 이는 블랙리스트 사건의 전모를 밝힐수 있는 핵심 자료들이다.

블랙리스트가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입안돼 가동됐다는 사실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보고를 받았고, 이에 대해 어떤 지시를 했는지 여부도 확인할 수있는 자료다. 하지만 이같이 방대한 분량의 문건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진상조사위 측은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르면, 대통령기록물은 동법 제16조에 의해 공개함이 원칙이고, 더욱이 위 문건은 대통령지정기록물은 아니기 때문에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공개함이 상당하다"며 "대통령기록관이 공익 검증의 목적에 따라 블랙리스트 관련 문건을 모두 공개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송경동(오른쪽) 간사와 이원재 대변인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빌딩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소회의실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블랙리스트 실행, 청와대-국정원-문체부, 그리고 경찰까지 관여

청와대·국정원·문체부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수시로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하고, 자료를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상조사위가 입수한 문자메시지 550여건 분석 결과, 국정원과 문체부 고위 간부, 실무자간 블랙리스트 등재 및 실행은 물론 예술위원장 후보 등과 관련한 자료를 공유하는 등 인사 문제에도 관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문체부 간부들과 실무진들이 국정원에 적극 협조하며 블랙리스트 실행에 가담한 정황도 파악됐다.

문체부와 국정원 IO간 논의된 쟁점은 문체부 문화예술 공모사업, 심사위원 선임, 공연티켓 1+1 사업 선정, 비판성향단체 지원 사례 파악 등이었다. 예술위원장 후보의 자료를 공유하는 한편 국립오페라단 감독, 장애인 문화예술원장, 현대미술관장, 한예종 교수 선임 등 인사 문제와 관련한 대화도 나눈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도 영화 블랙리스트 실행 과정에서 국정원, 문체부 관계자들과 함께 리스트 관련 정보를 주고받았다는 정황이 일부 문자메시지를 통해 드러났다. 국정원 IO가 영진위를 통해 최승호 PD(현 MBC 사장)의 다큐 '자백', 이영 감독의 성소수자 다큐 '불온한 당신'에 대해 배제 요구를 한 사실도 확인했다.

◇출판진흥원, 문체부 지시 특정도서 배제 실행

문체부의 특정작가 및 특정도서 배제지시를 받은 출판진흥원이 심사결과표와심사위원회 회의록까지 조작, 블랙리스트를 실행한 것이 진상조사위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 출판진흥원은 상기 사업과 관련해 문체부의 특정도서 배제 지침이 내려오자, 심사표에 기재된 내용을 '적격→부적격'으로 바꾸는 등 문서를 임의 조작하는 방식으로 지원을 배제했음을 확인했다.

진상조사위는 심사위원 개별 조사를 통해 2016년 초록·샘플 지원사업 심사결과표를 확보ㅙ 대조한 결과, 출판진흥원에서 보고한 심사결과가 임의로 조작되었음을 확인했다.

제12차 초록·샘플 번역지원사업의 경우, 심사일자 2016년 7월 28일로 기재된 원본 심사표에는 '차남들의 세계사', '삽살개가 독에 감춘 것', '텔레비전 나라의 푸푸' 등 3권의 도서가 지원사업 '적격'으로 기재됐으며, A심사위원은 자신이 작성한 이 심사결과표를 출판진흥원에 전달했다.

진상조사위는 출판진흥원의 '찾아가는 중국 도서전' 사업에서 심사위원회 회의록을 허위로 작성하는 등 특정 도서를 지원 배제한 사실도 확인했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송경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간사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빌딩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소회의실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예술경영지원센터, 문체부 지시로 블랙리스트 극단 지원 배제

문체부는 '블랙리스트 극단'의 해외문화원 공모사업 최종 선정이 불가피해지자 공모 사업 자체를 아예 폐지하면서까지 문화예술단체 지원을 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문체부의 지시에 따라 '우수프로그램 문화원 순회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된 '문화원-국내 단체 매칭 신규프로그램 개발 지원사업(2015 예술경영지원센터 재외문화원 현지특화 프로그램 지원사업)'에서 이 같은 조치를 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극단 마실'이 뉴욕문화원과의 매칭사업에 최종 선정되자 '다른 사업에서 이미 지원을 받은 (해외)문화원은 중복해 지원을 받을수 없다'는 중복지원 불가 원칙을 새로 만들어 사실상 사업 자체를 무효화, 지원을 배제했다.

뉴욕문화원이 다른 사업에서 이미 사업지원을 받은 만큼 '문화원-국내 단체 매칭 신규프로그램 개발 지원사업'의 신청 대상이 되지 않는 점을 배제 명분으로 내세웠다.

김준현 진상조사소위원회 위원장(변호사)은 "주요 사건과 함께 새롭게 등장했던 사례 등에 대해 중간보고를 했다"며 "오늘 다 밝히지 못한 사건들 조사가 진행 중이다. 내년 1월에 또 한 번 브리핑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관련된 사업이 광범위하고, 현재도 계속해서 새로운 피해사례가 확인되고 있다"며 "진상조사위의 조사신청 마감 후에도 조사를 요청하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블랙리스트 사건의 특수성상, 2차 피해를 우려해 조사신청 자체를 두려워하는 문화예술인들이 다수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진상조사위는 조사신청을 마감한 이후에도 홈페이지와 SNS, 전화,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익명, 실명제보를 계속 받을 예정이다. 피해 정황이 구체적이고, 사실관계 파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건의 경우, 진상조사위 직권으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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