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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도난문화재' 강제몰수 어느 선까지 가능할까

2017.07.04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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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렬왕후 어보 (사진출처=라이브옥셔니어스) © News1

현행 문화재보호법 '불법 반출 국외문화재 회수 가능'
어보 375과 한국전쟁때 상당수 도난…46과 소재불분명

'도난문화재'에 대한 국가의 강제 몰수는 어느 선까지 가능할까.

한국전쟁 때 미국으로 불법 반출됐던 문정왕후·현종 어보가 60여 년만에 환수된 가운데, 최근 장렬왕후 어보가 도난문화재로 밝혀져 정부에 의해 몰수되고 이에 소장자가 반환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난문화재에 대한 국가 몰수 범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미술 전문 화랑 유심재를 운영하고 있는 정진호씨는 지난해 1월 미국 인터넷경매 사이트인 '라이브옥셔니어스'에서 '일본경옥거북'(Japanese Hardstone Turtle)이라고 소개된 공예품을 낙찰받았다. 이후 이 공예품은 한국전쟁 때 불법 반출된 조선시대 보물급 문화재인 인조계비 장렬왕후의 어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정씨 측의 주장에 따르면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이 이 어보를 사겠다고 해서 2억5000만원에 어보를 내놨는데, 박물관 측이 한국전쟁 때 미군이 훔쳐간 장물이라며 거래를 중단하고 어보는 돌려주지 않았다. 이에 정씨는 지난 1월 국가를 상대로 민사상 어보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어보 몰수 경위에 대해 박물관 측은 반박했다. 문화재청은 "정씨가 지난해 9월 국립고궁박물관 홈페이지에 '2016년 하반기 유물 공개 구입 공고'가 게시되자 장렬왕후 어보 매도 신청을 접수했다"며 "다른 매도자와 마찬가지로 정씨의 어보도 이 공고를 통해 매도하겠다고 한 것일 뿐, 박물관은 정씨의 어보만을 특정해 사겠다고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전쟁 때 미국으로 불법 반출됐다가 최근 환수 성공한 문정왕후 어보 (문화재청 제공) © News1

장렬왕후 어보 반환 청구소송과 관련해 가장 큰 쟁점 사항은 '선의취득' 여부다. 즉 정씨가 도난문화재인 줄 알고도 구입했는지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에서는 '선의취득'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문화재보호법 제87호 5항에는 '양수인이 경매나 문화재매매업자 등으로부터 선의로 이를 매수한 경우에는 피해자 또는 유실자는 양수인이 지급한 대가를 변상하고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예외 조항이 있다. 우선 문화재청장이나 시·도지사가 지정한 문화재일 경우를 비롯해 △도난물품이나 유실물인 사실이 공고된 문화재일 경우 △출처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나 기록을 인위적으로 훼손한 문화재일 경우 등에 대해선 선의취득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이 조항대로라면 도난물로 공고된 이후에 취득한 문화재에 대해서는 소장자에게 대가를 변상할 필요도, 소장자가 반환을 청구할 수도 없다.

인조계비 장렬왕후 어보는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도난]국새 29과 및 어보 47과' 목록 20번에 등록돼 있다. 문화재청은 이 내용을 지난해 12월28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 때문에 정씨는 자신이 장렬왕후 어보를 취득한 시점인 지난해 1월에는 도난문화재인 줄 몰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문화재청 측은 "홈페이지 게재 시점보다 앞선 2015년 3월19일 이미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IS)에 도난문화재 목록으로 신고가 됐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메일 등 관련 자료는 검찰에 제출한 상태인데, 소송이 진행 중이라 지금은 (구체적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김현정 국립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 연구관은 "미국에서의 거래는 박물관 측이 이미 도난품으로 등록한 이후에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불법 거래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물관 측은 올해 1월 미 HIS에 미국 경매 과정 등에 대한 정식 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HIS는 2013년 9월 '호조태환권 원판'과 2014년 4월 '대한제국 국새 등 인장 9점'에 이어 최근 '문정왕후·현종 어보' 환수 과정에서 한국 정부 측과 수사 공조를 한 기관이다.

정씨는 앞으로 소송에서 정부가 도난문화재로 공고를 했더라도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고미술업계 일부에서는 정씨가 고미술 및 문화재 전문 화상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경매 당시 공개된 사진 속에서도 장렬왕후 어보임을 말해주는 한자가 인각된 어보의 하단 사진이 포함돼 있다. 결국 선의취득에 대한 판단 기준과 이에 따른 도난문화재 강제몰수가 어느 선까지 가능한지는 이번 소송을 통해 판가름 날 전망이다.

지난해1월 경매 당시 공개된 장렬왕후 어보 하단에 한자가 인각된 모습. (사진출처=라이브옥셔니어스) © News1

한편 조선과 대한제국에서 제작된 국새와 어보는 모두 412과(국새 37과, 어보 375과)이며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상당수 도난됐다. 이후 1952년부터 순차적으로 환수(국새 4과, 어보 7과)되었으며, 현재까지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 것은 75과(국새 29과, 어보 46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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