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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아트1 아티스타-30]류영봉 작가 "왜 우는 아이를 그리냐고요?"

2018.05.10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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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류영봉, Cactus, 2016, Color pencils after pigment print, 42x29.7㎝

삶에서 마주하는 감정은 셀 수 없이 다양하지만, 남들 앞에서 드러내는 것이 허용되고 바람직하다고 평가받는 유일한 감정은 행복이다.그 외의 다른 감정들은 행복이라는 잣대에 의해 감춰지고 억눌린다. 모두가 행복하기를 강요받는 것인데, 작가 류영봉(28)은 이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왜 현대인들은 행복하려고 애써야 하나요?”

작품에는 항상 우는 아이가 등장한다. 눈물이라는 주제가 슬픔과 좌절을 연상시키지만, 작품 속 인물들은 오히려 그와 반대로 묘사된다. 울고 있지만 오히려 평온하고 안정적으로 보인다.

“현대인들은 행복해야 하는 강박 속에 사는 것 같아요. 마음이 무너져 울고 싶은데 우는 순간 불행하고 뒤쳐지는 듯하고 또 어떻게 울어야 하는지 갈피조차 못 잡아요. 이런 상처를 드러내지 않으니 ‘모두가 웃지만, 마음으로는 곪아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거부감 없이 눈물과 우울을 접할 수 있게 ‘우는 아이’를 그리게 되었습니다.”

작가는 현대인들이 내면에 감정을 정직하게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상대적으로 순수하고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내는 아이를 작품의 소재로 선택했다.

“우린 아이였을 때 참 솔직하고 잘 울고 웃었던 거 같아요. 아이가 우는 것에 우린 냉정한 잣대를 들이밀지 않잖아요? 왜 우는지 궁금해하죠. 단지 그거예요. 궁금해하는 거. 그게 시발점이 되어 내면에 궁금증을 가지셨음 좋겠어요. 서로의 우울과 눈물에 관해서요.”

【서울=뉴시스】 류영봉, Wendy, 2017, Color pencils after pigment print, 42x29.7㎝

'우는 아이'들은 각자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주로 작업을 하는 시점에 관심을 가졌던 주제에 영향을 받는다. 음악이나 영화와 같은 일반적인 소재도 있지만, 주변 사람에게 들은 고민거리, 길 가다가 우연히 마주한 아이와 같이 구체적인 소재에서 영향을 받은 경우도 있다.

피터팬의 웬디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Wendy’(2017)는 조금 특별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그때까지의 그림만 해도 눈물의 방향이 너무나도 틀에 박혀 있었어요. 그런데 피터팬에 ‘소녀가 잠결에 떠오른다면 그 소녀의 눈물도 떠오를 거야.’라는 대사가 나오는데요,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어요. 눈물의 표현이 다채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요.”

우는 아이, 아이의 눈물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그는 알록달록한 색감에 신경을 쓴다. 그는 사실 작업을 완성할 때까지 꽤 많은 시간을 들인다. 먼저 연필 드로잉으로 아이디어 스케치를 끝낸 뒤, 컬러 배치를 한다. 그 뒤 먹지로 본 작업을 할 종이에 다시 이를 옮겨 그린다. 여기에 다시 색연필 작업을 한 뒤 디지털로 옮겨와 배경에 색을 넣는다. 배경색이 자연스럽게 묻어 나오도록 합성 작업을 거치면 우는 아이가 완성된다.

【서울=뉴시스】 류영봉, Red queen, 2017, Color pencils after pigment print, 42x29.7㎝

“그리는 동안에 많은 좌절과 환희의 과정을 거치지만, 완성되면 모두 사랑스러워요. 작업의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리는 동안 컬러가 조금씩 달라지기도 해요. 그게 제일 마음에 들어요.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것. 정말 멋진 일 같아요.”

작업 과정에서 아이의 눈동자는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그는 눈동자가 그 사람의 세계관을 담고 있는 우주라고 생각해 그 안에 별들을 담아 반짝이게 표현한다. 아이의 눈을 본 감상자들이 그 안에 여러 마음을 담기를 바라는 그의 희망 사항이 반영된 결과이다.

“혼자 슬프고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그 모든 걸 집어삼킬 만큼 행복으로 가득 찬 사람은 아니지만,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여기 있다고 알려주고 싶어요.”

오는 15일 첫 번째 개인전을 연다. “전시에 오신 분들이 ‘아이는 왜 울고 있을까?’, ‘나의 마음은 어떠한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전시장을 떠나신다면 만족스러울 것 같아요. 이렇게 조금씩 감정에 순환을 갖게 되면 자신이 곪지 않고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게 되지 않을까요?”

‘타인의 상처를 부드러운 눈으로 볼 수 있도록 자신의 그림이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그는 앞으로도 눈물을 그리며 위로를 주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글 아트1 전시팀.

【서울=뉴시스】 아트1, 류영봉 작가

◆ 작가 류영봉= △대구대학교 영상애니메이션 디자인학과 졸업했다. 개인전 1회와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하며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아트1(http://art1.com) 플랫폼 작가로, 작품은 '아트1 온라인 마켓'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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