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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단독]'中 최초 복합예술촌' 판진 광샤예술촌 가보니

2015.12.28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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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진=뉴시스】중국 판진시 광샤예술촌에 입주한 헤이양 화가는 송장에서 건너왔다. 2015-12-25

오전 10시경 방문한 작업실에서는 붓질이 한창이었다. 소녀부터 여인까지 수많은 극사실 인물화가 걸려있고 이젤에는 흰양 두마리가 형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연변에서 왔다는 화가 김일(진르)는 주문이 밀려있다며 쉴틈이 없다고 했다.

주변 화가들은 그를 '부자 화가'라고 했다. 그림을 팔아 연변에 집을 3채나 샀다며 그림솜씨가 귀신같다고 했다.

중절모를 쓴 노화가, 헤이양도 자신의 작업실을 공개했다. 북경 송장에서 왔다는 그는 부인과 함께 생활한다고 했다. 트럭 바퀴로 만든 테이블이 인상적인 이곳엔 초상화부터 풍경화까지 다양한 그림이 걸려있었다. 바느질을 잘하는 부인은 남편을 따라와 바로 아래층에서 남편의 그림을 담은 스카프등을 만들어 팔고 있다.

중국서법가협회 회원이자 판진시서법가협회부주석인 서화가 자오스지에(61)도 2층짜리 작업실을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그리기만 하면 팔려나가 그림이 별로 없다는 그의 전화는 계속 울렸다. 둘러멘 작은 가방을 뒤적일때마다 돈뭉치가 보였다. 그는 아직 작업실 마무리가 덜 됐다며 다음에 정식으로 오픈하겠다고 했다.

중국 판진시 '광샤 예술촌'은 상상밖이었다. 베이징에서 기차로 4시간, 선양 공항역에서 버스로 2시간 걸리는 판진은 시골이라는 인상을 단박에 무너트렸다.

판진시 시내 한복판, 흥용대길(興隆台大街)석화로(石化路)교차로에 조성된 '광샤 예술촌'은 세련되고 웅장했다. 판진 부동산 그룹인 양신 그룹이 2년전 4만여평 부지에 건설했다. 고급빌라같은 3층 규모 아파트가 병풍처럼 둘러쳐졌고 그안에 예술촌이 들어섰다.

【판진=뉴시스】 중국 판진시 광샤예술촌. 2015-12-25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주거·상업공간을 겸비한 복합 예술촌으로, 중국에선 최초다. 광샤예술촌은 캐노피와 철골 창살로 여러 건축물을 연결하고 반 개방식 공간으로 에워 쌓았다. 각 구역을 연결한 다리와 복도, 12개의 엘리베이터는 길거리의 6층 상업공간을 관통하여 관람객이 편하게 들락날락할수 있다. 이 예술촌에는 작업실과, 화랑, 찻집, 카페, 식당등이 함께 들어서 있다.

현재 광샤예술촌에는 중국 전역에서 들어온 예술가 100여명이 입주했다. 이곳엔 한국인 서예가 손동준(45)씨가 외국인 1호로 입주해 주목받고 있다.

석달전부터 입주를 하기 시작했다는 작가들의 작업실은 20평~50평형대까지 다양하다. 작가의 면모와 선착순으로 주어진 작업실은 모두 한 공간에 이어져있다. 한국인 서예가 손동준씨는 북경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이곳으로 왔다. 서화가로서 중국에서 희망을 찾았다고 했다. 북경보다는 물가가 저렴하고 공기가 좋아 판진시에 오길 잘했다"는 손씨는 "한국에선 찬밥 신세던 서화가 중국에서는 대접을 받고 있다"면서 "어떻게 하면 작업을 확장해볼까 하루종일 연구한다"고 했다.

중국 전역에서 온 화가들이 마음놓고 작업만 하게 된건, 양신그룹 츄이즈량 회장(50)덕분이다. 부동산재벌로 통하는 양신그룹은 화가들을 모집해 이들에게 작업실과 아파트를 제공했다. 화가들에게 주문이 밀려든 것도 츄이즈량 회장은 회장때문이다.

츄이즈량 회장은 판진시를 찾은 중국의 기업가들이나 주요 인사들을 예술촌에 데려와 화가들의 작업실을 일일이 보여준다. 또 손님이 마음에 드는 그림을 즉석에서 선물하며 화가들을 홍보하고 있다. 화가들이 그냥 주는 선물이 아니라, 회장이 현금으로 지불하는 '현금 박치기'다. 때문에 화가들은 "언제, 불시에 회장이 손님을 몰고 오는지 몰라 밤낮으로 그림을 그리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판진=뉴시스】 박현주기자=중국 판진시 광샤예술촌을 조성한 양신그룹 츄이즈량 회장이 예술촌 작업실을 방문해 산수화를 소개하고 있다. 2015-12-25

작업실과 아파트를 무상으로 제공한 공도 있지만 화가들은 전적으로 츄이즈량 회장을 신뢰하고 있었다. 재산이 5조까지 있다는 재벌이지만 회장은 소탈했다. 늘 츄리닝에 점퍼를 입고 돌아다닌다고 했다. "어느날 밤엔 인기척이 있어 돌아봤더니 회장이 김이 나는 만두를 내려놓고 같이 먹자고 하더라고요" 서예가 손동준 씨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해본적도 없고, 이런일이 없어 어색했지만, 쏜동준이라고 부르면서 열심히 한다고 격려해줬는데 그게 그렇게 고마울수 가 없었다"고 했다.

실제로 츄이즈량 회장은 평범했다. 감색 츄리닝에 점퍼를 입고 등장한 그는 예술촌을 소개하겠다며 작가들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마침 일요일이어서 한산했지만 작업실에 있는 화가는 대박이 터졌다. 멀리서 온 기자에게 뜻깊은 선물을 하겠다면서 서예가의 작업실로 들어갔다. 중년의 서예가는 빨간 화선지에 '복'자를 크게 써주며 환영했고, 초서체로 새해 덕담을 건넸다. 공짜가 아니라 회장이 작품값을 지불했다.

츄이즈량 회장은 예술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 창의도시'개발이 목표로 예술촌을 지었다고 했다. 15년전 판진시에 빌딩과 아파트를 건설하며 성공한 회장은 야심이 있었다.

판진시는 석유화학 도시다. 1980년대 석유가 터져 주민들이 모두 벤츠를 타고 다닐정도였다는 부자 도시다. 판진시에는 '홍해탄(紅海灘)'이 있다. 홍해탄은 9~10월이면 수십키로가 거대한 빨강색으로 변하는 섬이다. 츄이즈량 회장은 중국 명소인 '홍해탄'을 세계 명소로 끌어올리겠다는 야망이다. 이를 위해 예술촌을 조성하고, 이를 문화관광벨트로 연계하겠다는 목표다.

판진시도 적극 협조했다. 양신그룹에 4만여평의 부지와 세제혜택을 제공하면서 일사천리로 조성됐다.

【판진=뉴시스】 4만여평에 화가들의 작업실을 조성한 중국 판진시 광샤예술촌. 2015-12-25

이날 만난 지앙삥 판진시 부시장은 "서울 부산 대구등 한국에 3번 방문했는데 문화가 발달되어 있어 인상깊었다"고 했다. "판진에서 생산되는 게와 미꾸라지를 모두 한국으로 수출한다. 또 1905년 한국사람이 처음으로 판진에 와 판진 최초의 벼를 한국사람이 심었다"며 "판진과 한국과의 관계는 밀접하다"고 했다.

그는 판진시에 있는 요하(遼河) 미술관 건설을 추진한 장본인이라며 판진시를 문화관광 도시로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는 시정지침을 밝혔다. '홍해탄'을 관광명소로 세우기위한 전략으로 "내년 9월,10월경 홍해탄마라톤대회를 개최하는데 CCTV에서 생중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시장은 "한국에서도 이 대회에 참석한다면 열렬히 환영한다"며 "국내외 아티스트들을 초대하는 볏짚 예술제등 국제 예술행사도 기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판진시가 국제 문화행사를 기획하면서 광샤예술촌 역시 예술가들의 국제교류도 추진하고 있다.

양신그룹 츄이즈량 회장은 "내년에는 한국과 싱가폴, 러시아 작가들을 초대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작업실과 아파트를 제공하는 조건이다.

비즈니스로 예술촌을 조성했지만 츄이즈량 회장은 "예술가들을 보면서 다시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판진=뉴시스】 "광샤예술촌과 더불어 판진시를 문화관광도시로 구축하겠다"는 중국 판진시 지앙삥 부시장. 2015-12-25

그는 "아침일찍부터 밤늦게까지 그림만 그리는 화가들을 보며 깜짝 놀랐다"면서 "예술촌에 입주한 예술가들을 존경한다"고 했다. 중국의 많은 예술촌이 실패한 원인을 여러가지로 연구했다고도 했다. "그림만 그려서는 될일이 아니다. 팔아야 하지 않겠는가. 기본 판매가 이루어 지지 않으면 예술교류 및 국제적인 전시를 개최한다고 하더라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츄이즈량 회장은 "중국 6000만명의 부자들이 나날이 예술에 대한 갈망과 소장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면서 "나는 이러한 부자들과 우리 예술촌의 화가 사이에 중간 연결고리 역할을 하겠다"고 자처했다.

츄이즈량 회장은 "광샤예술촌에서는 과거 중국에서 볼 수 없었던 문화예술상업박람회를 개최 할 계획"이라면서 "아울러 판진시의 모든 집에 한 작품 걸기 운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어릴 적의 꿈은 '군인'이었다는 츄이즈량 회장은 "이제 판진에서 최고로 존경받는 1인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그는 "두려움을 이기면 안되는게 없다"고 강조했다. "인생은 아주 짧다. 인생은 한바탕 꿈이다. 사람이 죽을 때는 곧 꿈에서 깨어난다. 그러니 우리는 꿈에서 마음껏 춤추며 즐겨야 하지 않을까?"

15년전, 50만원으로 시작한 양신그룹은 부동산 개발을 모태로 여행휴양업,문화산업개발등 7개 자회사를 거느린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네덜란드 왕실과 독점계약한 'chateua de cayx' 와인도 수입하고 있다.

광샤 예술촌은 예술과 미술시장이 융합된 아트비즈니스 플랫폼으로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츄이즈랑 회장은 "3년내에 500여명의 예술가가 입주하고 미술품 유통으로 매출 1억 달러를 돌파해 동북아 최대 미술시장 중심지로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한 기업가의 꿈이 이룬 '광샤 예술촌'은 중국 화가들에게 기회의 도시로, 희망을 품게하고 있다. 판진 광샤예술촌은 2016년 1월 1일 문을 열고 제막식을 거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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