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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북한 사진으로 '블로업' 백승우 '사진=기억법×의심법'

2018.09.03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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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백승우 작가가 가나아트한남에서 가이드라인을 주제로 개인전을 열고 있다. 뉴스 매체에 많이 등장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손을 확대한 작품등 정치적 이슈를 소재로한 신작을 선보인다.

가나아트한남에서 6년만의 개인전 '가이드라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손 확대한 사진등 신작전
광주비엔날레 참여, 전남일보에 매일 작품 게재 전시

'블로 업(blow up)'은 '작은 규격의 필름을 더 큰 규격의 필름에 프린트하는 것'을 말한다. ~을 폭파하다(날려 버리다)'는 다른 뜻도 있다.

북한 사진을 '블로 업' 시리즈로 선보여 뜬 사진작가 백승우(45)는 확대보다 '폭파하다'는 의미에 주목했다.

'블로 업' 작업은 그를 폭발시켰다. 블로업 작업 이전엔 '그냥 사진가'였다면, 그 후는 '사진 작가'로 완전히 전환됐기 때문이다.

'블로 업, 북한 사진' 작가로 부상한 그는 2010년 일우 사진상 (일우 문화재단),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MMCA) '올해의 작가상 2016'에 선정됐다. 사진작가면서 '사진의 역할은 끝났다'고 주장하던 그는 2017년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사진 전공)에 조교수로 임용되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온 국민이 사진가'인 세상에서 그는 사진 작가로서 무엇을 보여줄까.

서울 이태원 가나아트한남에서 6년만에 개인전을 여는 그를 만났다. 이번 전시는 '가이드라인'을 주제로 정치적 이슈를 소재로 한 신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보면 딱 떠오르는 북한의 '그의 손'을 확대하고, 손만 남기고 인물 모습은 색칠한 사진을 전시했다.

작가가 사진 위에 채색을 하는 회화적 변용을 시도했다는 점이 이전과 차이지만 여전히 그의 시선은 북한과 정치에 닿아있다.

반면 전시장 때문일까. 작가의 말처럼 이전 전시와 달리 '거룩해' 보이지 않는다. 정치적인 내용의 전시지만 색칠된 사진은 마치 팝아트같은 면모로 산뜻하게 다가온다.

서울에서 가장 핫한 사운즈 한남 내에서 위치한 전시장은 그야말로 경쾌함의 '블로 업'이다. 카페와 레스토랑 사이 통유리창 안의 전시장은 무거움도 가볍게 날려버리는 분위기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백승우 '가이드라인' 개인전이 9월 27일까지 서울 이태원 가나아트 한남 전시장에서 열린다.

◇'북한 사진' 작가로 블로업...방북과 이 이후

백승우 작가를 '블로 업'한 건, 영화 '블로업' 덕분이다. 1966년 개봉한 안토니오니 감독 첫번째 영화 '욕망(Blowup)'과 통한다.

주인공인 사진작가(토마스)의 행동에서 착안했다. 책의 화보의 앤딩 부분의 구상을 준비하러 공원으로 나가서 무작위로 이것 저것 사진을 찍다 사건에 휘말린다. 그냥 찍었던 사진인데, 그 사진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살인하는 장면이 찍혀있던 것.

"찍는 사람도 몰랐던 사진,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전개되는 영화인데, 내가 '블로업'을 시작한 계기도 같다."

백승우는 17년전 북한에 갔다. 햇볕정책으로 민간인도 북한 방문이 허용되는 시기였다. 6·15 남북공동선언 1주년을 기념,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씨가 2001년 7월 평양에서 패션쇼를 개최할때 사진가로 함께 동행했다.

30대 초반의 무명 사진가가 북한에 가기까지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도운다'는 말이 실감나게 적용된다.

이미 사진가가 있다며 그를 만나는 것도 거절하는 이영희씨를 8번이나 찾아갔다. 사진가는 당시 잘나가는 김중만 작가였다. 김씨를 만나 "북한에 내가 가고 싶다"고 사정했지만 "나도 가고 싶다"는 그의 말에 좌절도 했다. 하지만 방북을 앞두고 김중만 작가가 불미스런 사건이 터졌고, 그 대신 백승우 작가가 북한을 가게 된 것.

"그땐 사진가의 마음으로 갔다. 남들이 못찍는 걸 많이 찍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상황은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매일 북한측 가이드가 붙어서 통제하고 감시하고 검열했다. 심지어 필름시대였던 당시 사진을 찍으면 가이드가 사진을 가지고 가 현상을 하고 그들이 생각하기에 괜찮은 사진만 돌려주는 식이었다."

누가 가도 똑같은 사진을 찍을수 밖에 없는 현실. "차이가 있다면 날씨와 앵글 구도의 차이랄까."

딱 1주일 방북후 재미가 없어진 그는 그 사진을 박스에 넣고 잊어버렸다. 그런데 4년 후 런던에서 프랑스 작가가 북한 다큐 사진전을 연 것을 보면서 달라졌다. 그 사진에는 방북때 자신이 찍었던 한 소녀가 보였다. 세월이 흘렀지만 '아무래도 그 소녀같다'는 생각에 넣어두었던 북한 사진을 확대했다. 그때는 못봤던 부분을 '블로업'을 하면서 깨달음이 왔고, 사진가에서 사진작가로 그 스스로도 변화된 계기가 됐다.

'북한을 소재'로 한 작가의 'Blow Up'과 그 이후 시리즈 'Utopia'는 현실의 허구와 실체의 경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작가 특유의 시니컬한 시선이 담겼다.

그래서 그는 ‘사진으로 사진을 의심하는 사진’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왔다.

이미지가 범람하는 시대의 사진작가로서 “‘오리지널한 사진’을 찍는 행위는 마치 ‘물 속에서 물총을 쏘는 것’과 같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며 "대상(이미지)은 더 이상 중요한게 아니고 대상을 바라보는 지점이 어디냐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모든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시작한 이 시대에 그는 사진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누구나 찍으면 몇백장 만들수 있다. 그런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

"순간을 발견하고 운명적인 순간을 찍었다는 것은 1950~1960년대 끝났다. 어떤 사람도 한장 두장 좋은 사진 찍을수가 있다. 결국은 이 사람이 전달하고자 하는 정확한 지점이 있느냐 없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미지만 만드는 것은 예전엔 좋은 것이었다. 브레송이나 카르티에처럼 그 당시 기록자 전달자였기 때문에...하지만 지금은 의미가 없어졌다."

어릴적 장래희망은 아버지처럼 건축가가 되는 것이었다. 이후 '패션 사진가'가 꿈이었고, 그 꿈은 90년대말에 이뤘다. '패션 사진작가'로 또래보다 제일먼저 데뷔했지만 6개월정도 하다 그만두었다. 중앙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영국 미들섹스 대학교에서 순수미술과 이론 석사를 마쳤다.

【서울=뉴시스】 백승우 '가이드라인' 개인전이 9월 27일까지 가나아트 한남 전시장에서 열린다.

그렇다면 좋은 사진이란 무엇일까? 상업작가와 작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좋은 사진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분명히 있는 것"이라는 그는 "잘 만든 이미지는 관심이 없다"고 딱 잘랐다.

그러면서 커머셜(commercial)작가와 사진작가의 차이점을 이렇게 구분했다.

"커머셜 사진가는 대중들의 눈높이에 끝없이 맞춰주는 사람. 작가는 대중들의 눈높이를 높이려고 시도 하는 사람이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지…"

동시대 미술장르에서 사진 작가는 힘든 시대다. 사진이 관심 많은 컬렉터도 제일 먼저 하는일은 카메라를 사서 직접 찍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대학에 사진과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옛날 사진과 4년은 '가리킬 꺼리'가 있었지만 요즘은 그 과정, 기술적인 과정 습득이 1년이면 된다"면서 "학생들에게 사진가가 되지 말라고 한다"며 이 시대 모순이 된 사진의 역설의 미학을 내놓았다.

【서울=뉴시스】 서울 이태원 가나아트 한남에서 열리고 있는 백승우 개인전 전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손과 사진의 의미

가나아트 한남에서 펼치는 이번 개인전은 사진의 한 부분을 확대하고 잘라내어 기존의 맥락에 대한 정보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작업한 다양한 제스처의 손 사진이다.

하지만 사진속 손은 검은 옷차림과 함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손으로 딱 알아챈다. 오동통한 손가락이 무언가를 가리키고, 두손이 마주하는 박수치는 순간을 확대해 담은 사진은 더 이상 존엄한 위치의 누군가의 손이 아닌 이미지의 암시, 지시의 메시지로 다가온다.

기억을 이미지로 전환시키고 해방시켜, 다시 각자의 기억으로 남게 하는 쉽고도 어려운 '백승우 사진'의 지점이다.

그는 "손이 갖는 제스춰, 전달성이 좋다"면서 "손은 이번 전시의 전반적인 키(Key)다. 손이 갖는 지시성이 결국은 '사진이라는 매체가 어떤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동일하다'는 느낌으로 작업했다"고 했다.

북한을 소재로 작업도 그 이유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한 시골마을을 찍었다고 치자, 그 사진을 설명하기위해 다양한 정보를 설득해야 하는데 북한은 틀리건 맞건 간에 모든 사람들이 정보를 인지하고 있지 않나. ‘진실로 여겨지는 모든 것들에 대한 의심’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그는 북한에 다시 가고 싶다고 했다. 쉽게 갈수 없는 그곳을 촬영하기 위해 해외에 있는 외국인 후배 작가와 협업하는 다양한 방법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가나아트 한남에서 전시와 함께 그는 현재 광주비엔날레 참여 작가중 최대 '힙스터(hipster)'로 부상하고 있다. 9월7일 개막하는 광주비엔날레 '상상된 경계들(Imagined Borders)'전에서 전남일보와 함께 실시간 사진 작업으로 선보인다.

1990년대 폐쇄된후 20여년간 비워있는 옛 국군 광주병원과 505 보안부대 모습을 날마다 찍어 전남일보 전면에 싣고, 그 신문을 다시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에 가판대를 세워 62일간 62점을 전시한다. 1980년의 기억이 있는 장소를 2018년에 촬영을 해 현재의 기준을 말하는 신문을 통해 소개하는 작업이다. '백승우의 기억법'을 타이틀로 시간의 차이로 의미가 변하는 기억의 현실을 보여준다. 가나아트한남 개인전은 27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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