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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송창 화백 "한국 현대사의 모든 비극은 분단에서 비롯"

2017.08.17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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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미술 작가 송창 화백(65)이 16일 서울 종로구 학고재 갤러리에서 막을 올린 '꽃그늘'(Flower-Shade)' 전에서 작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8.1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분단미술' 30여년…학고재갤러리 개인전 '꽃그늘'

"1980년대를 살아 온 사람들은 금세 알 겁니다. 작가로서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는 게 얼마나 당연한 일이었는지를요. 군사정권 하에서 터부시됐던 분단 문제들은 제 작업에서 늘 중요한 화두였습니다."

16일부터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갤러리 개인전을 갖는 민중미술가 송창(65)이 이날 기자들과 만나 30여 년 '분단미술'에 천착해 온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한 때는 기차를 타면 북한을 지나 유럽까지 내륙 여행을 할 수 있는 시절이 금방 올 것 같은 희망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여전히 시대는 암울하고 분단 체제 속 남북 대립과 긴장은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1982년 박흥순, 이명복, 이종구, 전준엽, 천광호, 황재형 등과 함께 민중미술 단체 '임술년'을 만들어 활동했던 송창 화백이 '꽃그늘'이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연다. 1980년대 이후 급속한 산업화·민주화 과정의 그늘을 포착해 온 작가의 1980년대 초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39점을 선보인다.

민중미술 작가 송창 화백(65)이 16일 서울 종로구 학고재 갤러리에서 막을 올린 '꽃그늘'(Flower-Shade)' 전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7.8.1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송창 화백은 한국전쟁이 끝나기 전인 1952년 전라남도 장성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유년기와 청년기 목도했던 격동의 시대적 상황과 나고 자란 지리적 환경은 송 화백의 정서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어린 시절부터 삶의 곳곳에서 전쟁의 잔상을 접하고 가난을 일상으로 살아 온 그는 1980년대 초 한국전쟁 이후 최악의 '동족상잔' 현장인 광주에서 대학 시절을 보냈다. 이후 군사정권에서 청년기를 보내며 비극적 인간상을 낱낱이 목격했다. 그는 5·18 직후 광주의 모습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했다.

"군의 진압이 끝났다는 소식에 새벽 첫 버스를 타고 광주에 내려갔어요. 전남도청 앞 상무관에 관이 얼마나 많은지 제대로 놓을 자리가 없어 첩첩이 쌓여 있더라고요."

그런 그가 화가로서 시대적 상황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았다. "쥐도 새도 모르게 사람을 잡아가던 억울한 시대에 동년배 작가들과 함께 '과연 작가의 역할은 뭔가'를 모색하는 것이야말로 당시의 시대정신"이었다.

그는 당장 눈 앞에 보이는 도시 산업화의 그늘을 화폭에 담았다. 1984년 당시 민중미술의 본산 역할을 했던 그림마당 민에서 처음 선보인 '난지도-매립지'는 쓰레기 매립지인 난지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포착한 작품이다.

매립지 멀리에는 아파트 불빛이 희미하게 비친다. 그림 왼쪽 하단에는 '불도저 주변 접근 엄금-마포구청장'이라는 푯말이 보인다. 작가는 "당시 쓰레기를 뒤지다 불도저에 치어 죽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다"고 했다.

"압구정 말죽거리, 개포동 등이 개발지구로 묶이면서 농지가 사라지고 아파트가 들어서던 때였어요.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를 나누는 산업화 그늘이 그 매립지에 있더라고요. 쓰레기 매립지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이란 그 처참함이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었어요."

민중미술 작가 송창 화백(65)이 16일 서울 종로구 학고재 갤러리에서 막을 올린 '꽃그늘'(Flower-Shade)' 전에서 작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8.1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송 화백은 당시의 사회 문제들을 보며 역사적 성찰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광주의 비극이 왜 일어나는지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결국 한국사회 모든 문제의 근원이 분단체제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는 거다.

그러면서 경기도 연천과 DMZ 인근을 탐사하며 그 곳의 풍경을 담기 시작했다. 연천군 미산면에 있는 한국전쟁 유적지로, 등록문화재 제408호로 지정돼 있는 유엔군 화장터를 수차례 화폭에 담았다.

유엔군 화장터 시설에 조화(가짜 꽃)가 흩어져 있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한 뒤부터는 그림에 조화를 이용한 작업을 하고 있다. 작가에게 꽃은 곧 죽음이자, 역사의 비극 속에서 스러져 간 사람들을 애도하는 상징물이다.

민중미술 작가 송창 화백(65)이 16일 서울 종로구 학고재 갤러리에서 막을 올린 '꽃그늘'(Flower-Shade)' 전에서 작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8.1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이번 전시에서 가장 시선을 사로잡는 건 전시장 본관 맨 안쪽에 걸린 가로 약 4m 짜리 대작이다. '꿈'(2013)이라는 주제로 연천 지역 주상절리를 담은 풍경화다.

한탄강과 임진강 물길이 만나는 곳으로 용암이 식고 굳어져 생긴 주상절리 절경이 유명하지만, 송 화백은 현재의 풍경이 아닌 한국전쟁 당시의 풍경을 되살렸다. 피처럼 붉은 하늘에는 검은 포연 자국이 얼룩덜룩하고 폭격을 맞은 듯 거대한 교량이 끊어져 있는 모습이다. 길 위의 폐허와는 대조적으로 작품 하단에는 꽃잎이 흩뿌려져 있다.

"풍경이 아주 좋은 곳인데 어느 날 보니 다리 공사를 하고 있더라고요. 지금은 다리가 완성돼 있지만 저는 일부러 완성되기 전 모습을 그렸어요. 만나야 할 사람들이 아직 서로 만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하늘이 왜 붉냐고요? 이 곳에 푸른 하늘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전시는 9월24일까지 이어진다. 다음은 전시 작품들이다.

난지도-매립지 Nanjido - Landfill, 1984,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12.1x291cm (학고재갤러리 제공) © News1

삼청교육대 Samcheong Recruit Training Center, 1987,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30x230cm (학고재갤러리 제공) © News1

서울역 앞 미군의 첫 입성행군 The March of American Troops in Front of Seoul Station, 1996, 사진에 실크스크린 Silkscreen on photograph, 96x87cm (학고재갤러리 제공) © News1

굴절된 시간 Refracted Time, 1996, 캔버스에 유채, 나무껍질 Oil, tree bark on canvas, 181.8x454.6cm (2) (학고재갤러리 제공) © News1

기적소리 The Train Whistle, 2013, 캔버스에 유채, 조화 Oil, artificial flowers on canvas, 227.3x181.8cm (학고재갤러리 제공) © News1

옛길 An Old Path, 2012,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81.8x227.3cm (학고재갤러리 제공) © News1

그곳의 봄 The Spring of That Place, 2014, 캔버스에 유채, 조화 Oil, artificial flowers on canvas, 194x379cm (학고재갤러리 제공) © News1

한파 A Cold Wave, 2016,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94x259cm (학고재갤러리 제공) © News1

꿈 Dream, 2013, 캔버스에 유채, 조화 Oil, artificial flowers on canvas, 259x388cm (학고재갤러리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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