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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갤러리들이 긴장한다고? 놀려고 만든 축제일뿐"

2017.06.26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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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온아트페어를 만든 최두수 작가. 2017.6.23/© News1 김아미 기자

[인터뷰] 작가 직거래 미술장터 '유니온아트페어' 만든 최두수 작가

"작품 가격을 보면 10만원, 20만원 정도예요. 눈물이 나서 엑셀 파일을 넘길 수가 없어요. 그런 작가들 백여 명이 나와서 이런 장터를 연다는 건, 그만큼 작가들이 무언가 굉장히 절실하다는 겁니다."

'유니온아트페어' 개막을 앞둔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만난 최두수 작가는 작가들이 직접 만드는 아트페어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유니온아트페어는 최두수, 이완 등 '호형호제'하는 두 작가가 주축이 돼 지난해부터 시작한 작가 직거래 미술장터다.

올해 2회째를 맞은 유니온아트페어는 지난해 한남동 블루스퀘어 네모 때보다 전시장 규모가 3배나 커졌고, 참여작가 수도 77명에서 166명으로 배 이상이 늘었다.

참여 작가 면면도 화려하다. 주재환, 김정헌 등 원로 작가들부터 허영만, 구본창 등 중견작가, 박여주, 박형근, 배윤환, 신제현, 인세인박, 최선, 차지량, 지지수, 하태범, 홍범, 진 마이어슨 등 주요 갤러리·미술관 전시를 통해 이름을 알리고 있는 젊은 작가들도 대거 참여했다.

무엇보다도 이 장터에 '위계'는 없다. 제 아무리 유명한 작가라도 구석 자리에 작품이 걸릴 수 있고, 이름 없는 젊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맨 가운데 전시된다. 모든 작가에게 2평 남짓 비슷한 공간에 주어지고, 공간에 맞게 작품 전시가 이뤄진다.

유니온아트페어 전시 전경. 2017.6.23/© News1 김아미 기자

작가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최 작가는 "지난해 참여작가 77명 중 59명이 작품을 판매했고, 처음으로 작품판매를 경험한 작가들이 절반을 넘었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유니온아트페어에서 작품을 팔아서 일부 작가들은 겨울을 나기도 했어요. 어찌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렇게 겨울을 보낸 작가들이 계속해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그 지점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겁니다."

판매 수수료 없이 작가들이 모든 수익을 가져가는 '직거래' 형태인 탓에 기존 미술계 유통 시스템에 대한 '저항'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최근 한국화랑협회와 한국미술협회는 미술인 정책 세미나를 공동주최한 자리에서 "작가 직거래 장터 출신 작가들의 화랑 영입을 자제할 방침"이라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갤러리를 통하지 않고 작품을 판매하는 것은 '제 살 깎아먹기'라는 것이 갤러리들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최두수 작가는 "작가들이 직접 거래에 나서는 걸 부정한다는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만약에 제가 이 전시를 갤러리로 만든다면 어떻게 하실 건지 되묻고 싶네요. 자꾸 그러시면 제가 갤러리로 전환할 수도 있어요. 작품 판매 수수료도 받고요."(웃음)

유니온아트페어 전시 전경. 2017.6.23/© News1 김아미 기자

최 작가는 이같은 작가 직거래 아트페어를 만든 이유를 '놀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미술을 '관'(官)이 주도한 탓에 놀지 못하는 분위기가 계속 이어져 왔다"고 지적했다. "시장님이 오시면 시장님이 주인공이고, 재단 이사장이 오시면 그 분이 주인공이 되죠. 미술하는 사람의 입장으로, 관의 검사를 받듯이 이런 행사를 했던 것 같다는 반성이 있었어요."

그는 "미술행사나 축제를 진행하는데 제일 중요한 건 시민이고,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즐기는 행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 즐거움은 대단히 파격적이고 새로운 것이라기 보다, 주말에 가족과 함께 맛있는거 먹고, 아이 방에 걸어 줄 그림 한 두개 살 수 있는, 소박한 즐거움이다.

"일반 대중은 그림 사러 갈 곳이 없어요. 갤러리 문턱이 너무 높으니까요. 구매고객 상위 1000명을 향해서 그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는 예술만 하고 있는 곳이 갤러리 아닌가요. 고급예술을 그들이 이끌어 왔다지만, 이제 '순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함께 수준을 높일 수 있으니까요."

최 작가는 이처럼 작가들이 새롭게 만들어가는 미술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지금 당장 장담하긴 어렵다"고 했다. 당장 작가들에 대한 갤러리 지원이 끊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 갤러리 이 외에도 미술품을 거래할 수 있는 새로운 유통 시스템은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트'가 '미술'이라는 용어로 번역됐을 때 제한되는 게 너무 많아요. 저는 위계를 중요시하는 '미술시장'보다, 삶 안에서 미술이 작동되는 '아트마켓'에 관심이 있어요. 대중의 관심, 흥행도 예술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유니온아트페어 전시 전경. 2017.6.23/© News1 김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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