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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행복한 눈물' 어디 있나 했더니…

2008.02.01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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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가가 비자금으로 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행복한 눈물(로이 리히텐슈타인 작.1964)’을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가 보관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홍 대표는 1일 정오께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가회동 서미갤러리에서 특검팀 관계자 등이 참관한 가운데 문제의 그림을 전격 공개했다.

◆'행복한 눈물' 어디 있나 했더니…홍 대표 "내가 보관해왔다"

홍 대표는 그 동안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을 대신해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고가 미술품을 대리 구입했다는 의혹을 받아 수차례에 걸쳐 특검 조사를 받아왔다.

그러나 홍 대표는 특검 조사에서 ‘행복한 눈물’ 등 고가 미술품 소유 여부 및 소재에 대해 함구했고 작품 행방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그림이 공개된 장소에는 특검팀 관계자 3명과 지난해 10월 검찰 수사에서 이중섭.박수근 화백의 위작을 밝혀낸 바 있는 최명윤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 교수(문화재보존관리학)가 참석했으며 최 교수는 30여분 간에 걸친 감정 끝에 이날 공개된 그림이 진품임을 확인했다.

최 교수는 이날 공개된 ‘행복한 눈물’이 최소 1000만 달러(한화 약 95억원)를 호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공개 당시 ‘행복한 눈물’은 서미갤러리 안쪽 전시실 벽에 걸려 있었으며 홍 대표는 이 그림을 안쪽에 충격완화장치가 설치돼 있는 150센티미터 가량의 나무상자에 담아 보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는 "검찰 측에 그림을 공개하기로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림을 공개했을 뿐 별다른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홍 대표가 ‘행복한 눈물’을 보관해 온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조만간 홍 대표를 불러 그림 구입자금 및 출처와 보관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누가 그림을 보관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 홍 대표에게 그림을 갖고 있다면 공개하라고 요구했다"며 "그림 구입경위와 구입자금을 어떻게 충당했는지를 조사해 김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행복한 눈물'과 홍 대표의 관계는

그 동안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낸 '행복한 눈물'은 추정감정가만 해도 무려 100억원을 호가하는 초고가 미술품이다.

이 작품은 미국의 대중적인 만화를 작품 소재로 해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팝 아티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1923-1997)의 대표작으로 삼성가가 비자금을 이용해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홍 대표는 삼성 측의 해외 미술품 구매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로 '행복한 눈물'도 홍 대표가 미국에서 직접 구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홍 대표는 삼성이 불법적으로 조성한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미술품 구입'이란 수단을 이용해 세탁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대리자' 역할을 한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삼성 비리를 폭로한 김 변호사는 삼성그룹이 비자금으로 고가 미술품을 구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30여점에 달하는 미술품 목록을 공개했다.

당시 김 변호사는 "삼성이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해 해외 미술품 경매에서 고가품들을 구입했다"고 주장했다.

'행복한 눈물'은 프랭크 스텔라의 '베들레헴 병원'과 바넷 뉴먼의 '화이트 파이어' 도널드 저드의 '무제', 데이비드 호크니의 '닉 와일더의 초상',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추상' 등과 함께 김 변호사가 폭로한 리스트에 포함된 작품이다.

특검팀은 일단 김 변호사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홍 대표가 어떻게 고가의 작품을 구입하게 됐는지를 집중적으로 밝혀낼 방침이다.

한편 삼성 측은 문제가 불거지자 해당 미술품을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이 개인돈으로 구입했다고 밝힌 뒤 재차 홍 대표에게 그림을 빌려 잠시 보관했을 뿐이라고 말을 바꾸며 오락가락하다 최근에는 아예 작품 존재 및 보관 여부 자체를 부인해왔다.

◆고가 미술품 확인…삼성 비자금 용처 밝혀지나

삼성의 비자금 용처란 의혹이 제기돼 온 고가 미술품 존재 사실이 최종 확인됨에 따라 특검의 비자금 수사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미술품의 정확한 구입경위와 자금출처를 밝혀낼 경우 뭉칫돈의 실체는 물론 비자금 조성 여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특검팀은 조만간 홍 대표 등 관련자들을 소환해 그림을 어떤 돈으로, 어떻게 구입했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이처럼 특검팀이 미술품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수사를 확대함에 따라 홍라희 리움미술관장 등 삼성가 안주인들도 조만간 수사대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팀 관계자는 "단순히 그림을 찾았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그림을 어떻게 구입했는가를 밝혀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 변호사는 이날 그림이 공개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림 1∼2점을 찾아낸 것은 큰 의미는 없다"며 "그림 구입경위를 밝히는 게 비자금 수사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와 함께 지난 2003년 당시 7억원에 달하는 삼성채권이 미술품 구입에 사용됐다며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당시 검찰 수사에서 '이건희 회장 소유의 해운대 땅을 팔아 구입했다'고 진술한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술계의 한 관계자는 "미술품에 대해서는 상속세나 양도세 등이 부과되지 않아 세금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재벌가들이 재테크 수단이나 상속용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거장의 작품은 일단 사두면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이보다 더 좋은 재테크 수단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무엇보다 미술품은 해외 밀반입이 수월하기 때문에 (대기업들이)비자금을 조성해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으면 유명 미술품을 구입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돈세탁도 하고 돈도 벌고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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