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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사진으로 찍은 비현실과 비일상, 이민지 ‘사이트-래그’

2018.06.28

[뉴시스] 조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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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지 '사이트-래그'. 63°31′55.55″N 19°30′40.39″W, 2017년

사진가 이민지의 개인전 ‘사이트-래그(sight-lag)’가 29일 서울 서교동 예술공간 합정지구에서 개막한다.

‘사이트-래그’는 현실과 일상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작가의 눈과 귀가 향한 곳은 결국, 환시와 환청이 가 닿은 비현실과 비일상이다.

전시를 구성하는 두 개의 시리즈 중의 하나인 ‘라이트 볼륨(light volume)’에서 작가는 죽음을 앞둔 외할머니 주변에 머무는 장면과 사물 등을 바라본다. 또 다른 시리즈 ‘사이트-래그’에서는 스크린으로, 맨눈으로, 망원경으로 본 아이슬란드 풍경의 시차를 가늠한다.

ⓒ이민지 '사이트-래그'. 59°17′13.36″N 10°29′59.67″E, 2017년

의아하게도 점점 날숨과 들숨이 희미해지는 한 존재의 숨이 깃드는 공기를 면밀히 촉지하는 ‘라이트 볼륨’에서 정작 외할머니의 얼굴은 누락돼 있다. 또 이상하게도 서로 어긋나 보이는 시차를 가늠할수록 보는 위치, 즉 자신의 시점을 구해야 하는 ‘사이트-래그’에서 데이터로서의 좌표 값은 시공간이 화이트아웃되는 백야에서 무용할 뿐이다.

주변에 스며든 외할머니의 숨을 촉지하는 응시로 일상에서 누락된 얼굴의 빈자리를 대체하는 ‘라이트 볼륨’은 이제 곧 사라질 목소리를 청취하는 동시에 다가올 부재를 지연시킨다. 또한 현실에 무용한 좌표 값을 구하는 시차의 방정식은 이제 현실에서 결락됐지만, 이미지 파일과 음성 파일 그리고 텍스트 파일로 재구성한 외할머니의 존재를 반사시킨다.

ⓒ이민지 '사이트-래그' 중 '라이트 볼륨, 2016년

현실과 비현실, 일상과 비일상 사이에서 부재를 지연하거나 반사하는 이미지는 덧없이 가볍고 얄팍하다. 환청과 환시처럼 무방비상태에서 나타났다 사라진다. 이미 세상에서 사라진 존재의 구멍을 메우려는 애도와 기억은 무수한 오류와 오해, 착각과 시차에 뿌리를 내려 뻗어간다. 부재 상황에서 존재를 감지하는 애도와 기억 그리고 사진이란, 소용없음과 소용 있음, 부질없음과 부질있음 사이에서 진동하며 반짝거릴 뿐이다.

“오랫동안 면밀히 바라볼 것. 판단은 되도록 유보한 채로.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보아, 본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눈꺼풀이 되지 않도록.” (작업노트 중)

ⓒ이민지 '사이트-래그'. 65°48′13.59″N 22°16′20.44″W, 2017년

전시는 7월22일까지 계속된다.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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