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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부담 없는 예술 향유…모두 위한 문화전령될 것"

2018.09.10

[머니투데이] 대담=배성민 문화부장, 정리=황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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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 /사진=임성균 기자

[머투초대석]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문화소외계층 없애는 사업 지속돼야"

"고급예술 공연만 한다?" "일반 대중이 가기엔 문턱이 높다?"

예술의전당이라고 하면 '고급예술 전문' '높은 문턱'이라는 선입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고학찬 사장은 "부담 없이 문화예술을 찾을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예술의전당이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고 사장은 2013년 취임 후 각종 기획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점을 인정받아 예술의전당 30년 역사상 처음으로 2016년 연임에 성공했다. 예술의전당의 문턱을 낮추고 일상에서 예술을 가까이 즐길 수 있도록 한 점이 고 사장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현재 공간적 제한을 뛰어넘어 문화예술을 접하기 힘든 지역민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은 문화예술 장르의 명맥을 이어나가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는다.

예술의 저변 확대를 위해 힘써온 지난 30년을 발판 삼아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예술의전당의 수장으로서 최근 문화예술에 대한 높아진 관심이 반갑다. 고 사장은 사회적으로 근무시간이 줄어듦에 따라 문화로 풍요로운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기 위해 고민 중이다.

-주52시간근무제가 도입되면서 퇴근 후 문화예술을 즐기려는 직장인이 늘었다.
▶여가시간을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무엇인가를 배우는 생산적 시간활용도 중요하다. 현재 운영 중인 아카데미에 직장인들을 위한 클래스를 확충할 계획이다. 이미 서화, 성악 등 다양한 클래스를 운영 중이며 연간 9000명이 아카데미를 찾는다.

-지역적 한계로 인해 문화예술을 향유할 기회가 없는 사람들을 위한 사업이 있다면.
▶나는 ‘문화의 영토’ 얘기를 자주 한다. 서울을 벗어나고, 큰 도시를 벗어나면 문화의 영토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소외된 지역이 많다. 서울에 살아도 가난한 사람은 예술의전당에 오기 힘들다. 이들에게 예술의전당은 그림의 떡이다. 오페라와 오케스트라를 자주 접하지 않으면 공연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이 예술을 찾게 만드는 것이 예술의전당이 할 일이다. 와서 보라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표 예술공간으로서 문화소외지역과 소외계층을 점차 없애나가는 것이 예술의전당이 해야 할 일이다.

현재 예술의전당의 문화 콘텐츠를 직접 오지 않고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는 '싹온스크린'(SAC on Screen) 사업을 진행 중이다. '싹온스크린’은 양질의 문화공연을 서울 외 다른 지역민도 접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취임 첫해인 2013년 사업을 시행한 후 최근까지 29편의 레퍼토리를 구축하고 누적 관객 34만명을 모았다. 지난 8월에는 인형극 '피노키오' 공연을 경기 남양주, 경북 포항, 제주 등에서 생중계했는데 관객들이 예술의전당에 온 것처럼 박수를 치며 함께 즐겼다.

울릉도에서도 행사를 진행했는데 스크린을 통해 예술의전당 공연을 본 어린 소녀가 편지를 보내왔다. 태어나서 발레를 처음 봤는데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싹온스크린'을 통해 꿈을 꾸게 됐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꼈다. 돌이켜보면 생각한 만큼 대성공은 아니지만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이러한 사업은 내년에 임기가 끝나도 계속돼야 한다.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은 문화예술 장르를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가곡의 밤' '동요콘서트'를 진행 중이다. 가곡은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 가곡이 클래식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많이 부를 수 있는 장르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동요다. 사라져가는 가곡과 동요를 살리기 위해 6년째 행사를 이어왔다. 특히 '가곡의 밤' 행사에는 스페인 밀레니엄합창단을 매년 초청한다. 스페인 합창단이 한복을 입고 우리 가곡을 불러 더 의미가 있다. '가곡의 밤'은 전 세계에 있는 교민들을 위해 해외문화원을 통해 상영되기도 한다.

또 하나 사라져가는 장르가 서예다. 서예박물관을 재단장해 전시형태를 바꿨다. 새로운 전시, 융합전시를 할 수 있도록 정부 예산을 받아 100억원 이상 들여 재단장했다. 2016년 3월 재개관 후 2017년 기준 연간 16만명 이상 유치했다. 재개관 전 연평균 4만명보다 4배 증가한 수치다. 전통서예만으로는 젊은층이 오지 않는다. 전통서예를 살리면서 서양의 캘리그래피 같은 새로운 것과 융합해나가야 한다. 직접 영문 서예를 하는 이유다. 또 지난해 서예박물관에서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치바이스'전을 개최했다. 서예가 한중간 문화교류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공연·전시 외에 구상하는 문화행사도 있나.
▶반려동물은 대개 전시장, 공연장에 들어가지 못하는데 예술의전당 앞 지하보도를 반려동물과 함께 들어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공간으로 탈바꿈 중이다. 서초구청이 서울시로부터 (예술의전당 일대를) 음악특구로 지정받아 예산을 확보했다.

산업디자인 전시도 필요하다. 자동차, 휴대폰 등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중심으로 디자인전을 개최하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또 음식을 예술로 승화하면 어떨지 생각 중이다. 요리사가 음식을 만들어 전시하면 사람들이 와서 맛보는 것이다. 그릇, 냅킨, 테이블도 하나의 장르가 될 수가 있다. 누가 들으면 엉뚱한 생각을 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엉뚱한 것이 히트할 가능성이 높다.

-자체 프로그램, 예술성이 높은 프로그램을 기획해 공연과 전시를 해야 하는데 대관 위주로 공연한다는 지적이 있다.
▶자체 기획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대관이라고 해서 공연장을 빌려주고 모른 척하는 게 아니다. 대관이든 자체 제작이든 예술의전당에서 하는 모든 공연과 전시는 예술의전당 책임이다. 기획사가 올린 무대라도 예술의전당이 책임을 지는 공연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예술의전당은 정부 예산을 20~25% 받는다. 즉 자립도가 75~80%라는 얘기다. 기획하려면 예산이 뒷받침되고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인력이 보충돼야 한다. 앞으로 시정해야 할 것들이 있다.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 /사진=임성균 기자

-취임 후 예술의전당에 개인 기부자가 많이 늘었다.
▶'가곡의 밤' '싹온스크린'을 기획할 때 예산을 받고 만들지 않았다. 후원회나 민간기업을 찾아갔다. 문화는 정치로부터 해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간재단이 스스로 국민들에게 이윤을 환원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이 문화에 돈을 쓴 만큼 혜택을 주면 된다. 그러면 정부가 직접 문화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다. 민간에서 자연스럽게, 자발적으로 나서고 정부는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우리나라 문화예술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정책의 방향이 점차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옮아와야 한다. 다만 전통예술, 국악과 같이 정부가 예산을 집행하지 않으면 이어나가기 어려운 장르가 있다. 이런 분야는 정부가 예산으로 밀어줘야 한다.

-예술의전당의 어린이예술단이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했다. 이례적인 무대다.
▶올해 세종문화회관이 40주년, 예술의전당이 30주년을 맞았다. 얼마 안 되는 문화예술기관이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공동기획도 하는 게 시민들에게 기여하는 것이다. 같이 할 것은 같이 해보자는 생각이다. 공동 추진하는 사업으로 '민화컬렉션'이 현재 진행 중이다.

어린이예술단은 2016년 100명 규모로 창단했다. 어린이예술단은 남북 문화교류에 기여할 수도 있다. 남과 북의 어린이가 함께 노래한다면 그것이 바로 진정성 있는 남북 교류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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