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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카메라를 버린 사진작가, 북한을 말하다…백승우 개인전 '가이드라인'

2018.09.10

[머니투데이] 배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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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우 개인전 '가이드라인' 전시장 전경./사진제공=가나아트

27일까지 가나아트한남에서 6년만의 개인전 '가이드라인'…김정은 위원장 손 사진 등 신작 20여점 공개

사진이라는 매체의 객관성에 대해 도전적인 질문을 던져온 사진작가 백승우(45)의 개인전 '가이드라인'(Guideline(s))이 오는 27일까지 가나아트 한남에서 열린다. 2012년 가나아트센터에서 연 개인전 이후 6년 만이다.

이번 전시에서 백 작가는 북한을 소재로 한 신작 20여점을 공개했다. 전작 '블로 업'(Blow up, 2005-2007)에서는 북한에서 촬영한 사진을 확대해 감시원의 통제와 검열에서 벗어난 순간들을 포착한 작품들로 주목받았다. 이번에는 카메라를 내려 놨다. 사진 매체 안에서의 변형을 꾀했던 기존 작업 방식과 달리, 이번 전시에서는 사진 위에 채색을 하는 '회화적 변용'을 시도했다는 것이 눈길을 끈다.

백승우 작가. 백 작가 왼쪽에 걸려있는 작품은 GL-I-#048, 2018, Digital print, 156x120cm./사진제공=가나아트

대표적인 것이 다양한 제스처의 '손' 사진이다. 사진의 한 부분을 확대하고 잘라내 기존의 맥락에 대한 정보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작가는 동일한 사진에 각기 다른 색을 칠함으로써 원본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차단하고자 했다. 객관적 매체로서 이해되는 사진에 내재된 가이드라인 그 자체를 무화시키기 위함이다.

프레임 안에는 손가락으로 지시하거나, 박수치는 손 모양만 나와있지만 옷차림, 실루엣 등 제한된 정보만으로도 이 손의 주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사람이 악수하는 사진들은 손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색으로 덮었지만 이 사진들이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중국의 마오쩌둥이 악수하는 장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만남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이에 대해 백 작가는 "해당 사진에 대한 배경지식, 즉 사회적 습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인식"이라며 "이 지점에서 오류가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단순하지만 강력한 지시성을 지닌 손의 제스처를 포착한 사진은 북한의 신문 가판대를 본떠 만든 모형에 설치했다. 정보전달의 기능이 아닌 '지침'(가이드라인) 기능을 하고 있는 신문과 사진 매체에 대한 비판의식을 전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다.

손 제스처를 부각한 작품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GL-I-#324, 2018, Digital print, 55.5x42.3cm.GL-I-#359, 2018, Digital print, 55.5x42.3cm.GL-I-#375, 2018, Digital print, 55.5x42.3cm. GL-I-#362, 2018, Digital print, 55.5x42.3cm./사진제공=가나아트

GL-A-#002, 2018, Acrylic on Digital print, 42x86cm(위). GL-A-#012, 2018, Acrylic on Digital print, 70x160cm(아래)./사진제공=가나아트

북한의 호텔에 걸려 있는 세계지도를 모형으로 재현하고 이를 촬영한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이 지도에는 영국이 없고, 일반적인 주요 도시도 없다. 대신 북한과 연계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에 불이 들어와 있을 뿐이다. 또한 모형을 그대로 전시하지 않고 이를 사진으로 이미지화하는 이중의 가공 과정을 거쳤다. 사진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작가가 개입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오류, 즉 지도와 사진에서 발생한 이중의 오류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폐쇄적인 체제하에선 지도와 같은 객관적 정보 또한 왜곡 가능할 수 있다는 현실을 암시"한다. '진실로 여겨지는 모든 것들에 대한 의심'이라는 본 전시의 주제를 함축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GL-M-#001, 2018, Digital print, 124x227cm./사진제공=가나아트

전시 제목 '가이드라인'은 '공공기관의 지침'과 '지도규범'이라는 의미를 복합적으로 내포한다. 백 작가는 오는 7일 개막하는 '2018 광주비엔날레'에도 신문 매체를 활용한 작품들로 구성한 전시를 연다. 같은 기간 서울과 광주에서 열리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전시가 어떻게 연계되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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