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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과시하고 알리세요' 미술관, '인스타 관람객'을 잡아라

2017.10.16

[머니투데이] 구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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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미술관 ‘더 셀비 하우스(The Selby House): #즐거운_나의_집’ 전시장. /사진=대림미술관

'과시하고 알리세요' 미술관, '인스타 관람객'을 잡아라

#전시, #전시회관람, #전시스타그램, #전시그램, #그림스타그램…엄숙하고 어려운 미술관은 옛 말이 됐다. 찍을까 말까? ‘촬영 금지’ 팻말 앞에서 고민할 필요도 없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본 바로 그 ‘포토존’(사진을 찍기 좋은 장소)에는 관람객이 줄을 늘어섰다.

13일 미술계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에 익숙한 젊은 관람객을 겨냥한 전시나 이를 활용한 홍보 활동이 많아지고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전시’와 관련된 검색 키워드(#·해시태그)가 130만여 개에 달한다.

대림문화재단은 20~30대 ‘인스타 관람객’을 사로잡은 성공적인 사례다. 오는 29일까지 개최되는 대림미술관 ‘더 셀비 하우스(The Selby House): #즐거운_나의_집’은 포토그래퍼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토드 셀비의 집을 전시장에 재현해 큰 호응을 받았다. 2015년 ‘대중과의 활발한 소통’을 내세우며 개관한 디뮤지엄은 ‘유스’(Youth), ‘플라스틱 판타스틱’(Plastic Fantastic) 등 젊고 감각적인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대림미술관 인스타그램 팔로워 7만여 명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서울시립미술관 등을 훌쩍 넘는다.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앨리스: 인투 더 래빗 홀’(ALICE: Into the Rabbit Hole)은 모든 전시장이 포토존으로 구성됐다. /사진=미디어앤아트

인터파크 티켓 기준 주간 전시 점유율 1위인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앨리스: 인투 더 래빗 홀’(ALICE: Into the Rabbit Hole)의 경우 거대한 체스판, 물에 잠긴 방, 환상의 숲 등의 화려한 공간 구성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전시 관계자는 “현재까지 10~30대 관람객 비중이 90% 이상”이라며 “모든 전시 공간에서 촬영을 가능하게 하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염두에 두고 홍보 활동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외국에선 더 일찍 ‘인스타 관람’ 열풍이 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레인 룸’(Rain Room·2012)이다. 아티스트 그룹 랜덤 인터내셔널(Random International)이 제작한 이 설치작품은 인체 온도를 감지하는 센서를 활용해 비가 쏟아지는 방 안에서 관람객들이 젖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다. 2013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설치됐을 당시 관람객들이 3~5시간을 기다리는 진풍경을 낳았다. 일본 작가 야요이 쿠사마도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한 ‘거울 방’을 통해 인스타그램이 사랑하는 작가로 떠올랐다. 관련 게시물만 47만 개가 넘는다.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레인룸'(Rain Room)을 검색하면 5만여 개의 게시물이 나온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모든 문화예술이 처음 안착하는 단계에서는 약간의 스노비즘(snobbism·속물 근성)에 편승할 수 밖에 없다”며 “SNS 이용자들은 인터넷 상에서 과시하기도 하고, 나름대로 의견을 주고 받기도 하면서 우리나라 미술 시장 저변을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 대중화가 ‘재벌들의 재테크’로 인식되던 미술 시장의 분위기를 환기할 수 있다는 것. 황 평론가는 “오히려 스노비즘을 극복해야 하는 것은 일부 미술관들”이라며 “더 이상 그들만의 용어와 전시 콘셉트로 대중과 미술이 유리돼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심상용 미술평론가(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 교수)는 “전시는 본래 다양한 기능이 있지만, 시각적인 소비에 치중한 현 상황이 미술 콘텐츠의 빈곤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또 미술관의 경우 갤러리와 달리 관람객들이 깊은 사고나 성찰을 가능하게 하거나 이 시대나 사회의 역사에 대해 고양된 관점을 갖게하는 역할을 잊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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