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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한국 미술계, 미술을 위한 '단체'는 없다?

2017.08.04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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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협 지역 지부의 전시회 모습. 2015.11.05/뉴스1 © News1 이철우 기자

미협, 화랑협회 등 "특정 이익단체들만 부각" 지적
최근 발족한 한국미술문화총연합회도 "정체성 모호" 지적

#지난 6월22일 '한국미술문화총연합회'라는 단체가 발족했다. '한국 미술문화 발전과 50만 미술인들의 권익 보호'를 내건 이 단체의 초대 이사장은 차대영 전 한국미술협회(미협) 이사장과 장영달 전 국회의원이 맡았다. 창립식에는 유력 정치인들과 지역 단체장, 고위 공무원들이 참석했고, 축하 행사로 밸리댄스·태권도 시범도 펼쳐졌다.

#내년 3월 부산 사하구 을숙도에 개관 예정인 부산현대미술관에서는 5월 '제44회 부산미술대전'이 열릴 예정이다. 부산미협(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부산지회)이 주최하는 유료 공모전인 부산미술대전이 개관 두달 밖에 안 된 상태의 공립미술관에서 열리게 되는 것이다. 이 전시는 초대 관장이 임명되기도 전에 '대관'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례는 '협회'나 '총연합회'의 이름으로 최근 한국 미술계에서 펼쳐진 풍경들의 단면이다. 한국미술문화총연합회는 미술 쪽을 총연합하는 단체라고 하기엔 '특정 정당의 발기인 대회'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부산현대미술관은 개관 전부터 미술계 특정 이익집단에 의해 '사유화'한 형국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 미술계에 '정작 미술을 위한 단체가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 정부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수장을 맡은 도종환 장관이 예술인들과 공개 정책 토론회를 갖는 등 그 어느 때보다도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모습이지만, 정작 미술계 현안들을 아우르고 제대로 된 정책 제언을 할 만한 단체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다. "이익집단이거나 혹은 정치적 편향이 뚜렷한 단체들이 대부분인 실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회원수 2만6000여명(2011년 기준)에 전국 지부를 갖춘 미협과, 136개 화랑들이 소속된 한국화랑협회가 규모 면에서 대표성을 갖지만, 미술계 생태계 내 문제에 대해 이들이 발전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전문가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부산현대미술관 조감도(부산시 제공) 2017.1.5/뉴스1 © News1

◇공립미술관 개관 전부터 '대관'…'부산미협'의 막강한 영향력

17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부산미협은 미협 전국 지부 중 덩치가 가장 큰 조직 중 하나다. 부산미협은 부산광역시와 함께 매년 부산미술대전을 개최해 왔다. 1점 당 출품료 6만원을 받는 유료 행사다.

내년 5월 개최 예정인 부산미술대전은 부산현대미술관 개관 두 달만에 열리는 행사로, 지난 5월 김성연 초대 부산현대미술관 관장이 취임하기도 전에 부산시를 통해 행사 대관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관의 정체성을 보여줘야 할 개관 기획전이 마련되기도 전에 부산미협의 '민원성' 전시에 공립미술관 공간을 내주게 된 셈이다. 김 관장은 한 인터뷰에서 "두 달짜리 개관전에 에너지를 쏟아붓는 것은 소모적이지 않느냐는 생각도 든다"며 걱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부산시의회 황보승희 의원(자유한국당·영도1)은 지난 5월 부산시의회 본회의에서 "부산현대미술관의 활용도가 낮다"며 "지역 작가들이 미술품을 전시·판매할 수 있는 상설 미술품 거래소를 운영해야 한다"고 거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술품 매매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는' 미술관의 기본 속성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주장이라는 지적이 미술계에서 나온다.

그런가 하면 앞서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에 재선임된 임동락 동아대 미술학과 교수에 대해서도 미술계의 '뒷말'이 여전하다. 부산비엔날레와 바다미술제를 이끄는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의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병수 부산시장이 부산미협의 눈치를 보느라 '전횡' 논란에 휩싸였던 임 집행위원장을 공모와 재공모를 거쳐 재선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부산 미술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조각가이기도 한 임 위원장은 부산미협이 주축이 된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부산비엔날레의 전신)과 바다미술제, 부산국제야외조각심포지엄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부산미협 국제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부산미협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

9월 중순 개최 예정인 바다미술제 전시감독이자 조각가인 도태근 신라대 교수 역시 부산미협 소속이다. 부산미협이 선정하는 '오늘의 작가상'을 받기도 했다. 부산 지역 미술계 한 인사는 "부산미협은 부산 미술계에서 '마피아' 수준의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정치인들은 그들을 일종의 '표밭'으로 의식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정당 발기인 대회 방불케 한 한국미술문화총연합회 창립식

미협 출신 고위 인사와 호남 출신 4선 의원이 초대 이사장을 맡은 한국미술문화총연합회의 지난 6월 창립식은 정치인들의 출판 행사, 혹은 특정 정당의 발기인 대회를 방불케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자리에는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관계자도 참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동영상 축하 메시지로 창립식에 '찬조출연' 했고, 총연합회 발족 전 4월 열린 세미나에서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얼굴을 비쳤다. '50만 미술인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취지의 단체에 정치인들이 대거 등장한 것이다.

창립식과 관련해서는 문체부 내에서도 "단체의 성격을 알 수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체부 한 관계자는 "주최 측으로부터 요청받아 문체부 쪽에서도 참석하긴 했지만, 정치인들이 주축이 된 거라 정확히 어떤 성격의 단체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차대영 이사장이 취임사를 통해 밝힌 총연합회의 정책적 지향점은 '미술품 양도소득세 재고'와 문체부가 추진하고 있는 '미술품 유통법'에 대한 대안 모색이다. 한국화랑협회 쪽 입장과 '결'을 같이 하는 주장이다.

특히 미술품 유통법은 화랑들이 '조직적인 저지' 움직임 덕분에 입법 과정에서 원안보다 후퇴한 상태다. 이대로 통과된다면 화랑들은 기존처럼 위작 유통에 대해 책임 입증을 질 필요가 없게 된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한국미술문화총연합회가 화랑협회 쪽을 대변하는 또 하나의 이익단체인지, 아니면 미술을 '들러리'로 정치적 목적을 띤 단체인지 그 모호한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술평론가이자 미술웹진 '크리티칼' 발행인인 홍태림씨는 "미술품 양도세 및 미술유통법 저지가 총연합회의 '본론'이고 50만 미술인 권익보호는 '연막'에 불과한 것 같다는 의혹이 든다"며 "가뜩이나 미술품 양도세가 작고 작가에게만 적용되는 것도 문제가 있는데, 무엇을 법률적으로 재고한다는 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특정 이익집단만 득세…"미술 위한 미술단체는 없다"

부산미협과 한국미술문화총연합회의 사례는 오늘날 한국 미술계 '단체'들의 속성을 드러내는 단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협의 경우, 지역 지부를 '표밭'으로 의식하는 정치인들과의 긴밀한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때로 미술계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는 비판이다.

이처럼 한국 미술계에 소수의 특정 이익만을 대변하는 단체들만 '득세'하는 현실은 정작 미술계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문제점들에 대해 발전적 대안을 제시할 만한 현장 미술인들이 연대하지 못하는 데에서도 기인한다.

물론 현장 미술인들이 주축이 돼 제대로 규모를 갖춘 단체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3년 발족한 사단법인 '미술인회의'를 통해 현장 미술인 600여 명이 연대를 이뤘던 사례가 있었다.

당시 미술인회의는 미술교육부터 성평등, 통일미술 문제까지 다양한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공성훈, 박찬경, 안규철 등 중견작가들을 비롯해 김준기 현 제주도립미술관장, 백기영 현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등도 이 단체에서 주축을 이뤘다. 그러나 조직 구성을 놓고 2007년 쯤부터 '내부 분열'이 생기기 시작해고, 곧 조직 와해로 이어졌다.

젊은 미술인들 사이에서는 '이익단체' '관변단체'들과 대척점에서 또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작가, 기획자, 평론가 등 현장 미술인들이 '파편화'돼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자조도 흘러나온다.

또 연예계만큼이나 자본과 시장논리가 우선시되고 있는 국내 미술계에서 이들은 대형 화랑들의 눈치를 보거나 '유착관계'를 가질 수 밖에 없고, 이 때문에 제대로 현실 비판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 미술인은 "연예인 지망생이 '스타'를 꿈꾸듯 화랑들과 친밀한 관계를 기반으로 나만 유명한 작가가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는 작가들도 많다"며 "이 때문에 국내 미술계 내에서는 자생적으로 연대하기가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am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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