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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황창규 KT회장 "매화 사랑했던 할아버지 그림 전시합니다"

2018.04.05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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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4일 황창규 KT회장이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 포럼스페이스에서 할아버지의 그림을 모아 매산 황영두 전시를 개최한다. 두 줄기가 한가운데서 V자형으로 벌어진 고목 매화나무는 할아버지가 1956년 제작한 '묵매도'다. 이 그림앞에서 포즈를 취한 황회장은 이 작품을 그동안 병풍으로 보관했었는데 이번 전시에 표구를 해 액자에 담았다며 강직한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고 했다.

매산 황영두전...가나아트 포럼스페이스
대작 묵매도등 50여점 4~8일까지 전시

"3살때 봤던 할아버지 모습이 아직도 생각이 납니다. 저를 따뜻한 아랫목에 앉히시고 바닥을 양손으로 두두리며 장구 장단을 가르쳐 주신 기억…초등학교 학예회때 할아버지께 배운 장구실력으로 칭찬을 받았지요. 5살때 돌아가셨는데, 장손인 저를 정말 예뻐하셨어요."

4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 포럼스페이스 전시장에서 만난 황창규 KT회장(65)은 설레이는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공학도가 되었지만 남보다 예술적 감수성을 가졌고, 음악과 미술에 관심쏟는 CEO로 평가받는 과분함도 곰곰이 따져보면 할아버지의 영향이 아닌가 싶습니다."

황 회장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어언 60년만에 평생을 매화와 함께 살아오며 화폭에 그려냈던 매화그림을 한데 모아 전시를 연다.

매산 황영두(1881~1957)를 타이틀로 묵매도, 송매등과 항일지사들과 교류하며 남긴 서화등 50여점을 선보인다. 할아버지 '매산'은 어린 나이에 신동으로 궁궐을 드나들며 고종을 알현해 매화그림을 그렸다는 일화가 전해올 만큼 매화 그림으로 유명했던 서화가다. 경상남도 사천과 진주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근대 문인화 흐름을 이어온 지방 화가로서 그의 전시가 단독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처음이다.

매화를 그리는 미술사학자 이태호 명지대 초빙교수는 "이제야 매산 같은 작가를 발굴하며 한국근대미술사의 지평을 넓힐수 있게 되었다"며 "매산의 매화그림을 비롯한 서화작품은 20세기 전반의 문예현상, 곧 전통형식으로 민족의식을 드려낸 경향성을 적절히 보여준다.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근대사를 되찾고 재평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서울옥션 이옥경 부회장과 함께 지난 2년간 추진된 전시다.

매산의 장손자인 황창규 회장이 집안에 내려온 50여점을 흐트러트리지 않았고, 매산이 교류했던 30여명의 인사들이 남긴 서화작품들도 소중히 소장한 덕분이다. 전시에는 기미독립선언 33인중 한 분이셨던 위창 오세창, 호남 지역의 벽소 이영민 등 항일지사들과 교류하며 남긴 서화들도 함께 전시되어 매산 황영두의 폭넓은 교류관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서울=뉴시스】 매산 황영두, '묵매도', 1956년, 종이에 수묵, 131x312cm

황창규 회장은 매일 아침 집 거실에 있는 할아버지의 작품 '일지매(一枝梅)'를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했다. 고목 매화나무 한 그루가 화면 전체에 가득 채워진 병풍이다. 기업의 경영자로 살아온 20여년의 시간을 늘 위기와 도전의 연속이었지만 할아버지의 매화가 전하는 기백은 새로운 용기를 주곤 했다고 전했다.

그 '일지매‘는 병풍을 풀고 가로 3m가 넘는 액자에 전시됐다. 1956년에 그린 작품으로 두 줄기가 한가운데서 ‘V’ 자형으로 벌어진 고목 매화나무 한그루가 장쾌하게 담겼다.

양쪽으로 벌어진 왼편 고목 밑둥에 햇살이 든 입체감 표현이 이채롭다. 마치 음양도로 표현한 듯하고, 진한 농묵의 나무가 음수(陰樹)로 보인다.

이태호 미술사학자는 "붓을 눕힌 측필(側筆)을 이용해 쓱쓱 문질러 입체감을 살린 고목에 비해 새순 돋은 가지에 달린 매화송이들은 작아 보이게 대조시킨 점도 눈에 띈다"며 "매화나무 고목을 보고 실견한 듯한, 강렬한 인상의 이런 방식은 매산 묵매도를 새롭게 재평가할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매화와 소나무 그림을 한 폭에 한 소재씩 번갈아 담은 '송매 10폭 병풍'도 눈길을 끈다. 분홍색 꽃의 홍매화와 담청과 갈색의 소나무 그림이 대담한 수묵 필법과 어울린 매산 특유의 힘차고 맑은 노년작이다. 병풍의 맨 오른편 '매화괴석도'의 도서 낙관에 의하면, 매산 75세인 1955년에 제작되었다. 각 폭마다 그림에 어울리는 제화시를 행서체로 써넣었다.

【서울=뉴시스】 매산 황영두, '송매10폭병풍', 1955년, 종이에 수묵담채, 123.5x31.5cm

황 회장은 할아버지는 "40세에 고향 진주로 돌아가 결혼도 하고 도청 공무원으로 새 인생을 시작하셨지만 77세로 돌아가시기전까지 그림을 손에서 놓지 않으셨다"면서 "일본과 중국에도 할아버지의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 수십차례 전시회를 열었고 당대의 예술가들과 함께 나누셨던 그림과 글씨를 모아 만든 '매산소장' 화집은 우리 가문의 보물"이라고 밝혔다.

전시장에 나온 매화는 성품이 곧고 기운이 황소같았다는 할아버지, 매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황 회장은 "아버지께서 학교에 다녀오시는 길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어 들여다보니 강도를 꼼짝 못하게 눌러 때리고 계셨다는 일화를 웃스갯소리처럼 해주실 정도로,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강직한 성격을 갖고 계셨다"며 "할아버지가 그토록 사랑했던 매화를 닮은 고고한 삶과 아름다운 예술작품은 할아버지 자신에게도 남겨진 자손들에게도 자랑스러운 것"이라는 자부심을 전했다.

'묵매도' 앞에서 그는 할아버지의 매화 그림을 예찬했다. "매화를 잘 그리셨기에 매선(梅仙)이라고도 불리셨다는 할아버지 매화 그림은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단번에 알아볼수 있을 정도로 특징이 있어요. 일필휘지로 그리는 힘과 역동성이 느껴지면서도 꽃안의 수술과 고목의 뿌리에 돋아난 새순에 특유의 정교함이 살아있지 않나요?" 전시는 8일까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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