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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사슴뼈 무덤으로 전복시킨 미켈란젤로…김두진 신작展 '대지'

2017.11.02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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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Dujin Kim_David_2017_3D Digital Painting_300x180cm

"장수하는 동물인 사슴의 뼈를 통해 '영원한 죽음'을 상징하고 싶었다"

명화 속 인물을 해골로 표현해온 디지털 회화 작가 김두진(45)이 이전 보다 더 징그럽게 돌아왔다.

푸른빛으로 깔끔하게 드러난 '해골 회화'와 달리 이번 신작은 '사슴뼈들의 무덤'이다.

가로 1.8m 세로 3m, 거대한 화면에 회색뼈들이 부글거린다. 뼈들과 뼈들이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며 탄생시킨 건 그리스 고전 인물들. 다비드, 헤르메스, 피에타등 미켈란젤로의 조각상을 패러디한 작품은 '죽음의 냄새'와 함께 불쾌감마저 선사한다.

31일 서울 통의동 리안갤러리에서 신작을 선보인 김두진은 "권력지향적인 남성성이 부각된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힘없는 약자를 해당하는 초식동물의 뼈를 통해 재해석했다"고 했다.

작가가 미켈란젤로의 작품들을 차용한 이유는 오마주가 아니다. 서구 중심으로 구축되어온 문명 전체에 대한 조소와 비판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의미가 담겼다.

대가의 걸작을 동물 뼈로 전환시킴으로써 이상적인 미의 고결함을 훼손하고 격하시켜 아름다움과 추함의 모호한 상태로 존치시켰다.

명작을 묻어버린 '사슴뼈'는 어디서 착안됐을까.

작가는 "조선시대 최후의 인물화가인 채용신의 '십장생도'의 십장생중에서 영생을 상징하는 사슴에서 영감을 받아 선택했다"고 했다.

"사슴 뼈로 형상화한 이유는 ‘문명을 이루기 위해 자연에 가하는 가학적 야만성’에 대한 표상이자 미적 욕망에 대한 집착의 표현"이기도 하다.

【서울=뉴시스】Dujin Kim_Hermes_2017_3D Digital Painting_300x180cm

이번 전시 타이틀은 대지(EARTH). 수많은 다른 물질과 생명이 생성되고 잦아드는 모태이자 무덤으로, 작가에게 '대지'는 욕망이 이루어지는 곳, 또는 욕망 그 자체로서의 상징체로 작용한다.

전작의 해골과 마찬가지로 '동물 뼈'는 작가가 '죽음'에 대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작품으로 그가 환기시키는 죽음은 문명 야만, 기독교 이교도, 신성 세속, 예술작품 동물 뼈, 미추, 남녀, 이성애 동성애, 죽음 삶과 같은 다층적 이분법의 대립이 와해되는 지점이다.

동물뼈로 구축된 인물들은 이전의 해골작품과 다를바가 없다. 인종 차별의 근거인 피부가 사라진 동등체일 뿐이다.

미켈란젤로 작품속 인물들은 신화나 성경속 신이나 왕, 영웅이지만 김두진 작품속에서 이들은 모두 동물뼈로 이루어진 균질화된 존재다. 신분 계급이나 성별, 미추의 구별조차 무의미해지며 덧없음을 보여준다.

이번 작업은 3D 모델링 기법으로 재탄생됐다. 원본 대리석 조각을 깎아내고 다듬는 이전의 과정과는 반대작업이다.

작은 사슴뼈를 수없이 덧붙이는 방식으로 완성됐다. 극사실화보다 더 디테일한 작업이다. 작품 하나당 2차원의 그림에 광원·위치·색상 등 외부의 정보를 고려해 사실감을 높이는 과정인 랜더링에만 평균 20일이 걸렸다.

진흙이나 점토 반죽을 수없이 덧입히는 부조나 물감을 여러번 덧칠하여 형태를 구성하는 회화 기법을 디지털을 통해 구축했다.

【서울=뉴시스】Dujin Kim_Torso 1_2016~2017_3D Digital Painting_165x110cm_Ed.5+Ap.2

리안갤러리 심영은 큐레이터는 "사슴 뼈로 구현한 인물초상인 김두진의 이번 신작전 '대지'는 생명의 탄생과 회귀, 재생의 의인화로서 고대 신화에서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곡물과 농업의 여신인 케레스(Ceres)를 연상시키기도 한다"며 "커밍아웃한 작가가 성적 소수자로서 느끼는 심리적 위축과 욕망 사이에서 나타나는 모순되고 혼란스러운 감정이 죽음을 통해 ‘중화’되고 ‘정화’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김두진은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수료했다. 2010년 '제3회 홍대앞문화예술상', '국제뉴미디어 페스티벌상'을 수상했다. 2011년 SeMA신진작가 전시지원프로그램, 고양창작스튜디오,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6기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전시는 12월 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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