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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초점]문화예술, 남북교류 확실한 마중물···더더욱 활발해진다

2018.04.30

[뉴시스] 이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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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발표한 '판문점 선언'에서 문화예술계가 톺아봐야 할 부분은 '1.④'다.

'남과 북은 민족적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고조시켜 나가기 위해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문화예술 교류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음악칼럼니스트 노승림 박사(문화정책학)는 "문항에 따르면 그동안 끊겼던 남북 예술교류도 다시 활성화되는 것을 기대해봄직하다"고 봤다.

비핵화와 종전 이슈가 부각되면서 판문점선언에서 문화예술 분야는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예술단이 평양에서 4월 1일 단독공연 '봄이 온다', 3일 남북 합동공연 '우리는 하나'를 연 것이 이번 정상회담을 비롯해 남북 평화기류 형성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이다. 김 위원장이 우리 예술단과 함께 찍은 단체 사진은 여전히 화제다.

이전 정상회담에서는 공연 등 문화예술은 주로 후속 행사 성격이 짙었다. 노 박사는 "이번 남북정상회담 앞뒤로 양쪽 정부가 예술단 공연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예전 정상회담과 다른 모습"이라면서 "마중물 역할을 확실히 했다"고 짚었다.

"예전에는 정상회담 후속으로 공연을 했는데 이번에는 만찬에 남북 예술인들이 다 같이 참석하기까지 하니 딱딱할 수 있는 정치군사회담에 예술공연을 활용해 분위기를 보다 부드럽고 평화롭게 이끌었다"는 것이다.

이날 문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이 공동 발표한 판문점선언 후 만찬에 우리 예술단 평양 공연을 함께한 가수 조용필과 밴드YB의 윤도현이 함께한 것 만으로도 확인되는 부분이다. 평양에서 공연 등을 통해 이들과 우애를 다진 삼지연관현악단장 현송월도 같이 저녁을 먹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 국악기인 해금과 북의 대표적 악기인 옥류금 합주가 만찬 전에 울려퍼졌다. 북측 공연의 서막을 연 대표곡 '반갑습니다'와 통일을 염원하는 '서울에서 평양까지'가 연주됐다. 해금은 강은일이 연주했다. 2016년 엠넷 동요 프로그램 '위키드'에서 '제주소년'으로 주목 받은 오연준은 가수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불렀다.

그림들도 정상회담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두 정상은 민정기의 '북한산'을 배경으로 악수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이건 어떤 기법으로 그린 것이냐"고 물었고, 문 대통령은 "서양화인데 우리 동양적 기법으로 그린 것"이라고 알려줬다. 2층 회담장 정면에 걸린 신장식의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은 남북 화해·협력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주목 받았다.

노 박사는 "예술외교라고 봐도 될 정도"라면서 "이런 교류가 정상회담으로 끝나지 말고 꾸준히 이어졌으면 한다"고 바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일찌감치 '남북문화교류협력 특별전담반(TF)'을 구성했다. 평창올림픽과 별개로 남북 문화교류의 폭을 넓히겠다는 의도다. 남북 협의와 정례 회의를 통해 안들을 만들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미 큰그림을 그려온만큼 이번 정상회담으로 인해 남북문화교류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정상회담 이후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것은 2015년 이후 중단된 '겨레말 큰사전' 남북 공동편찬사업과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발굴조사다.

2005년 출발한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은 남북의 편찬위원들이 각각 '표준국어대사전'과 '조선말대사전'을 모체로 양측의 어휘를 종합·정리하는 것이다.

2007년 시작한 만월대 발굴은 중단 전까지 7차례에 걸쳐 남북이 공동으로 조사했다. 건물지와 명문기와, 청자, 용두 등 의미 있는 유물들이 출토됐다. 만월대 서부건축군 최남단 신봉문터 서쪽 255m 지점에서 금속활자가 출토되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만월대에서 발굴된 고려 유물과 유적을 올해 고려 건국 1100년을 기념, 12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하는 '대고려'전에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남북의 작가가 함께 만드는 문학지 '통일문학' 창간 여부도 관심을 끈다. 시인이기도 한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2005년 문인 자격으로 남북 '민족작가대회'에 참석했을 당시 '통일문학'을 만들려고 했으나 중단된 적이 있다. 도 장관은 이달 초 우리 예술단 평양공연 당시 이 사업에 애정을 드러냈다.

무용 분야에서의 기대감도 고개를 든다. 한국 신무용의 개척자 최승희 등 북한은 전통무용 기반이 탄탄한 편이다. 지난 2월 다녀간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 오찬에 참석한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에게 "통일이 되기 전에 평양에서 발레공연을 해주면 좋지 않을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강수진 단장은 이번 우리 예술단 평양공연과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본 뒤 "문화예술은 평화를 이끌 수 있다"고 했다. 강 단장은 1990년 독일이 통일되기 전인 1986년 서독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입단, 분단현장을 목격했다. 엄혹한 시절, 현지에서 공연을 다니며 통일에 기여한 문화예술을 힘을 확인했다

이번 남북교류의 물꼬를 튼 것으로 평가 받는 음악 분야의 교류에는 더욱 탄력이 붙을 듯하다. 윤도현은 이날 만찬 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꽃이 만발하는 한반도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썼다.

이미 남북교류가 예상되는 행사는 'DMZ 피스 트레인 뮤직페스티벌'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강원도, 서울시, 철원군,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코레일이 6월 21~24일 서울 플랫폼창동61과 강원도 철원 고석정 일대에서 펼친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의 철원 DMZ에서 개최되는 음악페스티벌로 올해 처음 열린다. 북한 예술단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남북의 민간 교류도 활발해지리라는 기대다. 2011년 방북해 북한 국립교향악단과 은하수관현악단을 지휘하고 젊은 단원들에 대한 오디션을 진행하기도 한 지휘자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처럼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예술가들의 적극적인 참여을 독려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기는 것이다. 이미 이번 정상회담 성사 소식이 전해진 직후 물밑 추진 중인 곳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명훈 감독은 "음악의 의미는 화합이다. 음악이 전하는 진정한 메시지는 사랑"이라면서 "나는 화합 속에서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우리 한국인 모두의 꿈을 나누고 싶다. 그리고 이를 위한 최선의 길은 음악이다. 이번 회담이 화합으로 가는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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