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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사기? 마녀사냥?…'조영남 유죄' 놓고 미술계 '온도차'

2017.10.19

[뉴스1] 김아미, 문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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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대작 의혹'으로 징역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조영남이 18일 1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2017.10.1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재판으로 갈 문제조차 안 된다" 비난 목소리
"미술계 조수에 대한 처우·보상 개선 필요"

대작(代作) 그림을 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겸 방송인 조영남씨(72)에 대해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가운데, '조영남 대작 유죄'를 둘러싸고 미술계 '온도차'가 감지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강호 판사는 18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무명의 대작 화가인 송모 씨가 작품을 그리는 과정에서 조씨는 작품 기한을 정하는 등 조씨가 세부 작업에는 관여하지 않고 추가 작업만 가미해 작품을 전시·판매한데다, 이를 판매자들에게 고지하지 않은 것이 사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작 그림을 팔아 이익을 챙긴 혐의로 함께 기소된 매니저 장모씨에 대해서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조영남_극동에서온꽃_캔버스에아크릴_2014_팔레드서울 © News1 김아미 기자

◇미술계 "예술이 법으로 따질 수 있는 문제인가"

재판부의 이같은 판단에 미술계 인사들은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내 놨다.

미술평론가 윤범모 씨는 "가수 조영남의 유명세 때문에 벌어진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윤 평론가는 "현대미술계에서 대작은 늘 있는 일이고, 특히나 현대미술에서는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내용)가 중요하지 기능적 측면(형식)은 중요하게 취급받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현대미술의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조 씨의 사건은 재판으로 갈 문제조차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연예인이라는 유명세 때문에 유죄가 내려진 것 같다"며 "예술이라는 특성을 폭넓게 보지 않은 재판부의 판단이 아쉽다"고 말했다.

미술평론가 정준모 씨도 비슷한 취지의 의견을 보탰다. 정 평론가는 "사기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를 떠나 조영남 씨가 미술계 대작의 개념을 잘 몰랐던 것 같다"며 "조 씨가 일반 화가들도 그렇게 작업하는 줄 알았던 것 같고, 사기칠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마추어 화가인 조 씨의 그림을 산 사람들도 조 씨의 이름을 보고 산 것 아니겠느냐"며 "대중이 관심을 가져야 할 좋은 그림도 수두룩한데 왜 쓸데없이 조 씨의 스캔들에만 관심이 집중되는지 아쉽다"고 했다. "조 씨의 그림은 비평의 대상은 물론 논의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고 본다"며 "아마추어가 벌인 일을 마치 미술계 전체의 일처럼 키우는 것도 문제"라는 말도 뒤따랐다.

가수 겸 방송인 조영남이 21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사기 혐의 2번째 공판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6.11.2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중견 한국화가 김호석 씨 역시 재판부의 판단에 부정적 의견을 내 놨다. 조 씨와는 일면식도 없다는 김 화백은 "나 같은 경우야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작업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조수들을 시켜서 작업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운을 뗐다.

김 화백은 "국전(대한민국미술전람회) 대통령상을 받았던 유명 화가나 원로 화가들 상당수가 조수들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 이같은 재판부의 판단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현대미술 작가들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하며 "조 씨의 사건은 법의 잣대로 판단하기 굉장히 어려운 사안인데 우리 사회가 예술에 대해 이해도가 부족한 탓"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비호감' 이미지가 있는 조 씨에 대한 '마녀사냥' 측면이 있다"며 "예술을 사회적 통념의 잣대로 판단한다면 우리 사회는 공산주의 국가가 되고 말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젊은 작가 역시 법의 문제와 양심의 문제는 다르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심승욱 작가는 "조영남 사건은 윤리적 차원의 문제이지 법적으로 잘잘못을 가려야 하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사기죄 유무를 놓고 보면, 예술가들의 작품 과정에 조수들이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에 관한 근거도 모호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조 씨가 작업하는 과정에서 마치 혼자서 해 온 것처럼 인식되도록 행동했다면 그것은 비양심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연예인과 같은 유명인의 미술 작품을 산다는 것은 그들의 작품 가치보다는 유명세가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작품 구매자도 속았다고 흥분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영남 사건을 계기로 미술계 조수 시스템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국내 한 기획자 겸 갤러리스트는 "조영남 사건을 계기로 대중은 현대미술 작가가 조수를 고용해 작업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것"이라며 "화가는 조수를 고용할 수 있지만, 조수에 대한 처우나 보상 역시 적절하게 해 줘야 자신의 작품 또한 존중받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품 대작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 겸 방송인 조영남이 18일 사기 혐의 1심 선고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7.10.1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그림 대작' 유죄…재판부 "미술계 신뢰성 훼손"

재판부는 "무명 화가인 송모씨가 작품을 그리는 과정에서 조씨는 작품 기한을 정하는 등 세부 작업에는 관여하지 않고 추가 작업만 가미해 작품을 전시·판매했다"며 "이는 노무를 제공해 보수를 받는 고용 관계가 아니라, 요청을 받고 작품을 완성해 인도하는 도급관계"라고 판단했다.

이어 "조씨는 언론 등을 통해 자신이 직접 그린다는 사실을 강조했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작업을 다른 작가가 완성하고 조씨는 마무리에만 일부 관여한 작품을 온전히 자신의 창작물이라고 표현하는 건 미술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관행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미술품을 시장에서 거래할 때 판매자는 구매자에게 작품과 관련한 객관적인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며 "조씨는 구매자들에게 작품의 창작 표현 작업이 송씨에 의해 이뤄진 사실을 신의칙상 고지를 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조씨는 대다수 피해자들에게 충격과 실망감을 안겼고 문제가 불거진 후에도 '대작은 미술계의 관행'이라는 사려깊지 못한 발언으로 미술계에 대한 신뢰성을 훼손했다"며 "송씨에 대해서도 본인의 수족으로 부릴 수 있는 조수로 보고 그의 노동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 수많은 무명작가들에게 자괴감을 느끼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는데도 공인으로서 책임있는 자세나 진지한 반성도 없는 등 범행을 가볍게 넘길 수 없다"며 "다만 현대미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솔함에서 비롯돼 악의가 있다고 보긴 어렵고 조씨의 인지도 등을 보면 피해 회복 절차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조씨는 2011년 9월~2015년 1월 대작화가 송모씨(62) 등에게 주문한 그림에 약간 덧칠을 해 자신의 서명을 넣은 뒤 총 17명에게 그림 21점을 팔아 1억535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2015년 6월 불구속기소됐다.

그는 자신의 소속사 대표이자 매니저인 장씨와 함께 2015년 9월부터 지난해 4월 초까지 3명에게 대작그림 5점을 팔아 2680여만원을 챙긴 혐의도 있다.

'미술품 대작 의혹'으로 징역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조영남이 18일 1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을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2017.10.1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앞서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2015년 4월 강원 속초에서 무명화가로 활동하는 송씨로부터 '8년 동안 조씨에게 그림 300여점을 그려줬다'는 제보를 받아 수사에 나섰고 소속사와 갤러리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조씨가 송씨 등에게 그림을 주문하고 이들로부터 완성된 그림을 받았음에도 평소 방송이나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직접 그림을 그린다고 한 점 등을 토대로 사기죄를 적용했다.

조씨는 지난 8월 최후진술에서 "제가 세계적인 미술가냐 국내 미술가냐 하는 논란이 있는데, 광주비엔날레라는 세계적 미술축제에 초대받은 사실로 판단해 주길 바란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조씨에겐 그림을 사는 사람을 속여 판매할 의도가 있었다"며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었다.


am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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