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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인터뷰]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 “종합전시예술 중심점 될 것”

2015.03.13

[더리더] 편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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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

“박물관(Museum)은 고고학관, 민속전시관, 미술관, 역사관 등 그 어떤 곳도 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종합예술 공간입니다.”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이 강조한 말이다.
국내 역사관련 전시뿐만 아니라 작년 ‘오르세미술관전’을 비롯해 올해 용산이전 10년, 광복 70주년 기념 ‘고대불교조각대전’까지 국립중앙박물관은 이제 세계적인 박물관들과 견줘도 손색없는 한국 대표 종합박물관이 됐다. 김영나 관장은 중앙박물관 초대관장이었던 고 김재원 박사의 자녀로, 김 박사의 뒤를 이어 지난 2011년 국립중앙박물관장에 취임하면서 최초의 부녀관장이 됐다.
김 관장은 박물관에 대해 선대인이 가졌던 인재양성과 전시를 통한 국격 상승의 뜻을 이어가고, 더 나아가 살아있는 교육과 문화의 장소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3월 따스한 햇살에 꽃망울을 가득히 머금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김영나 관장을 만났다.

-2011년 취임 당시 서양미술전공자의 박물관장 발탁에 대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지금은 서양문명, 미술, 고고미술 등의 전시를 많이 주최하면서 박물관의 콘텐츠가 더욱 풍성해진 느낌이다. 미술전공자로서 특별히 좋아하는 미술작가나 작품이 있나
▶학창시절 관심이 많았던 작가는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등이었다. 지금은 박물관장을 하면서 조금 다른 시각을 갖게 됐는데 인류보편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작가를 눈여겨보게 됐다. 역사를 통틀어 세계에는 수많은 작가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별한 사람이 있다고 본다.
예전에는 소위 ‘천재’라고 불리던 사람들인데 시대를 뛰어넘는 사람들이다. 예컨대 레오나르도 다빈치, 클로드 모네, 파블로 피카소와 같은 작가들은 미술사의 전환점에 있으면서 동시에 미래에 영향을 주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올해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 이전 10주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다양한 전시를 기획해 선보일 계획이라고 들었다. 특히 9월부터 11월까지 열릴 ‘고대불교조각대전’에 대한 기대가 높은데 소개를 부탁한다
▶우리나라 전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불교문화다. 이번 전시는 불교가 본고장인 인도를 지나 동남아시아, 중국을 거치면서 한국에 어떻게 왔는지 조명하는 전시회다. 다시 말해 모든 종류의 불교조각을 망라하는 전시회라고 할 수 있다. 조각 연대는 당나라 이전시대인 7세기까지다. 우리나라에는 국내 조각작품은 많지만 인도나 중국의 조각은 많지 않기 때문에 최근 2년 동안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섭외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번 고대불교조각대전에서는 8개국 19개 기관을 통해 공수한 외국조각 100점과 우리나라 조각 50점을 전시한다.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이사 오면서 해외교류 및 네트워크가 강화되면서 외국조각 섭외가 가능해져 이와 같은 전시회를 개최할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이번 조각대전은 각 나라마다의 성격이나 다양한 문화적인 부분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가 될 것이다. 각국의 국제적인 위상도 보여주는 전시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최근 몇 년간 해외 특별·테마 전시도 다양하게 개최하며 전시의 다양성과 볼거리를 더욱 높이는데 한몫 했다. 지난해에는 ‘오르세미술관전’이 열려 주목을 받았는데 현재 진행 중인 특별테마전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지금 진행되는 특별테마 전시는 2가지가 있다. 하나는 ‘로마제국의 도시문화와 폼페이’라는 특별테마전으로 현재 2개월가량 진행됐다. 폼페이문명전은 많이 접해봐서 대부분 잘 알 것이다. 그 시대를 재현해서 폼페이의 당시 여러 생활 모습을 볼 수 있지만 특히 강조하고 싶은 전시물은 큰 프레스코 벽화다. 사실 고대의 조각이나 건축물들은 현대에도 많이 남아있지만 회화는 많이 파괴돼 평소에는 접하기가 힘들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폼페이 도시가 재에 싸여 무너지면서 그 속에 있던 벽화는 오히려 그 안에서 지난 2000년 동안 잘 보존됐다. 아마도 폼페이가 없었다면 고대벽화가 얼마나 융성했는지 몰랐을 것이다.
두번째로는 체코공화국에서 온 ‘빛의 예술 보헤미아 유리’전이 있다. 폼페이전은 유료이고 체코 유리전은 무료인데 두 전시회 모두 인기가 많다.요즘 체코여행을 하는 사람이 많지만 체코가 유리공예와 크리스탈이 세계에서 제일이라는 사실은 잘 모를 것이다. 박물관장으로 취임하기 전 체코를 간 적이 있는데 유리공예박물관이 있어 관람을 했다. 그때 큰 감명을 받았다. 이번 체코 유리전의 경우 체코에서 먼저 제의가 왔다. 우리나라는 아직 유리공예가 덜 발달돼 있어 재미있는 전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추진하게 됐다. 폼페이전은 오는 4월 5일까지 진행되며 체코유리전은 4월 26일까지 진행되니 많이 와서 보고 가길 바란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세계적인 박물관이 있다면 어디인가
▶우리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비슷한 성격의 박물관은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프랑스의 루브르, 영국의 대영박물관이다. 이 세 박물관은 모두 종합박물관이다. 국립중앙박물관도 예전에는 우리나라 문화재만 전시했지만 종합박물관이다. 따라서 고고학관, 미술관 또는 민속품전시관은 물론 역사관도 될 수 있는 종합적인 공간이다. 또한 세계문명 시리즈도 계속 개최하는 만큼 종합박물관이 우리가 지향하는 롤모델이다. 물론 앞에 언급된 박물관들은 우리보다 훨씬 다양한 컬렉션이 있는 훌륭한 곳이다. 또한 전문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가진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박물관이라는 공간이 전문성을 갖춰야 하지만 너무 전문적이기 보다는 일종의 대중적인 교육 사회기관이기도 한 만큼 대중들이 알기 쉽게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 곳 중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가장 뛰어난데, 전시관 중간중간에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교육요소나 체험부분이 있는 것을 보면 가장 잘 돼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렇게 되기 위해서 국립중앙박물관이 새롭게 시도하거나 변화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새롭게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는 전통과 현대를 접목시킨 전시다. 사실 안타까운 부분은 박물관과 미술관을 따로 보는 시선이다. 일제시대에 박물관과 미술관에 대한 번역을 따로 하면서 사람들이 박물관은 물건을 전시하는 곳이고 미술관은 그림을 전시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공간과 연대를 나눠 구분 짓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며 이제 그런 경계도 거의 없어졌다. 따라서 그런 경계 없이 전통과 현대를 접목시키는 전시를 많이 하고 싶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2층에 가면 전통을 이어가는 현대작가들의 전시를 1년마다 한번씩 바꿔서 하고 있다. 지금은 황인기 작가가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현대적인 기법으로 보여주는 전시를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시도를 하고 있는데 좀 더 확대해 사람들에게도 전통이 과거일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 삶 속에도 살아 숨쉬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다.

-부친이자 국립중앙박물관의 초대관장이었던 고 김재원 박사의 뒤를 이어 국립중앙박물관장의 길을 걷게 됐다. 선대인이 가졌던 박물관 운영에 대한 원칙은 무엇이었으며 본인에게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아버지는 1945년부터 1970년까지 25년 동안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역임했는데, 당시에는 박물관 인원이 매우 적었고 예산도 적었다. 따라서 보전과 연구 쪽에 치중했다. 아울러 과거에는 대학에서 박물관이나 고고학 분야에 많은 인력이 배출되지 못했기 때문에 인재를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얘기를 귀가 닳도록 들었다.
그 당시 아버지는 미국 록펠러재단을 비롯해 다양한 해외 재단들과 인맥이 있어서 많은 사람을 유학 보내 고고학, 미술사, 역사 분야의 인재로 키워냈다. 아버지가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바로 국외전시다. 과거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미국, 유럽 등지에서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까지 전시회를 많이 했다. 그렇게 했던 가장 큰 이유는 당시 다른 나라들이 ‘한국’ 하면 한국전쟁만을 떠올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분단국가보다는 대한민국이 굉장히 오래된 훌륭한 전통과 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국외전시에 힘을 쏟았다.
현재는 예전에 비해 박물관 규모도 훨씬 커지고 어느 정도 인력과 예산도 마련됐기 때문에 관람객을 위한 전시를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금은 교육부문의 확장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무엇보다 인재가 중요하다는 것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국격을 높이는 일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부분이라고 본다. 다른 점이라면 지금은 조금 더 교육적인 것에 힘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박물관은 즐거운 곳이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위해 새롭게 시도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어린이박물관이라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방문객이 2배 가량 늘어 지난해에만 75만명이 다녀갔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체험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는데 이런 생각을 반영해 우리 어린이박물관에는 체험적인 요소가 많다. 그리고 최근 일반관람객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전시회를 그냥 보기 보다는 설명을 들으니까 재미있다” 는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스마트 큐레이터’라는 시스템이 있는데 예컨대 ‘조선시대 관료의 길’ 이라는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조선시대 관료가 어떻게 해서 과거를 보고 장원급제해 어떤 생활을 하게 되는지 스마트기기를 통해 보여준다. 만약 우리나라 공무원그룹이 박물관에 와서 이것을 보면‘아, 과거에는 이 사람들이 내가 하는 업무와 같은 성격의 일을 이렇게 했구나’라고 느낄 것이다.
또한 예전보다 박물관이 재미있어진 데는 디자인팀의 활약이 크다고 생각한다. 요즘 디자인팀의 노력으로 전시가 한층 더 재미있고 생생하게 느껴지도록 많이 바뀌었다.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해 더 드라마틱한 전시로 관람객의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도록 노력하고 있다. 전시물에 스토리를 부여하고, 이것이 배워야 하는 물건이 아닌, 상상을 통해 그 시대 안에 내가 있는 것 같은 공간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바야흐로 꽃피는 춘삼월이 돌아왔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찾아올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지난해 우리 박물관에 방문했던 일반인관람객의 수가 350만명이었다. 지난해 열렸던 오르세미술관전이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또한 젊은 사람들의 문화에 대한 욕구가 강해진 것 같다. 인터넷과 블로그를 통해 전시나 공연 등을 많이 공유하고 문화를 향유하는 층이 넓어진 듯해 개인적으로 기쁘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국립중앙박물관이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박물관이 되도록 노력할 테니 많은 기대와 응원 부탁 드린다.
아울러 국립중앙박물관 주변도 굉장히 잘 갖춰져 있다. 봄, 여름, 가을에 제각기 다른 꽃이 펴 계절마다 다른 옷을 입는다. 예전보다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데이트족이 많이 늘었다는 것이다. 무료전시도 많고 음식점도 다양하며 산책길도 조성돼 있어 가족, 친구, 연인과 오면 정말 좋다.
꽃피는 삼월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 많은 분들이 방문해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박물관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

△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
1951년 4월 7일 출생
미국 뮬렌버그대 미술과 졸업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대학원 미술사학 석사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미술사학 박사
서양미술사학회장
서울대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서울대 박물관장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장
現 문화재위원회 근대문화재분과 위원
국립중앙박물관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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