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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빛으로 그린 서울·부산·통영의 새벽'

2015.06.11

[뉴시스] 신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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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김성호 2015-06-09

“1988년 미대 졸업을 앞두고 전업 작가가 될지 고민하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한잔하고 막차에서 내렸는데 문득 버스가 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이 마치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는 내 마음의 풍경처럼 느껴졌다.”

‘새벽의 화가’ ‘빛의 화가’로 불리는 김성호(53)는 “당시 일어나자마자 버스를 본 그 장소로 달려가 스케치를 하고 새벽 도시를 그리기 시작했다”며 자신의 불안했던 청춘을 떠올렸다.

남들보다 일찍이 그리고 싶은 대상을 발견한 그는 1989년 대구지역에서 젊은 작가 3인전을 시작으로 영남대 미대를 졸업한 친구들 중 거의 유일하게 붓을 놓지 않고 있다. 그때부터 야경 혹은 안개나 비 오는 날의 도심, 도로 풍경, 미명의 바다 풍경 등을 화폭에 담아왔다.

그가 이번에는 한강, 남산, 을지로, 명동 등 서울의 새벽과 해운대, 광안대교 등 부산과 통영의 해경(海景)을 포착했다. 특유의 밀도 있는 스케치와 활달한 붓놀림은 여전하다. 특히 어둠과 대조를 이루는 무수한 빛의 점들이 주목된다.

김성호 '새벽-서울'(116.8×72.7㎝, oil on canvas, 2015) 2015-06-09

그는 캔버스에 빛을 먼저 표현하고 어둠으로 그 빛을 덮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그렇게 그려야 빛이 어둠을 뚫고 자연스럽게 배어 나온다”고 했다. 최근에는 거친 질감을 위해 캔버스에 묽은 찰흙 재질의 물질을 바르고 그림을 그린다.

작품 ‘새벽’은 빛의 물줄기를 연상케 한다. ‘새벽-서울’은 그 푸른 색조 덕분에 밤바다의 일렁이는 파도 같기도 하다. ‘새벽-을지로’를 달리는 빨갛고 노랗고 파란 버스는 취객의 미화된 현실처럼 아름다우면서도 애잔한 정서를 전한다. 바다낚시를 좋아하는 그는 통영의 새벽 포구도 그렸다. ‘새벽-해운대’ 그림은 캔버스의 절반이 까만 바다다.

“검정에 짙은 보라를 칠한 뒤 다시 검정을 칠해 완성한 바다다. 과거에도 비슷한 구도의 그림을 그렸는데 당시 그림을 구매한 미술애호가가 농담으로 바다 부분은 제하고 그림값을 계산하라고 했다.(웃음)”

김성호 '새벽-해운대'(240×83㎝, oil on canvas, 2015) 2015-06-09

박천남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은 김성호가 천착하는 새벽의 시간에 대해 “작가의 마음의 본향, 친구”라고 했다.

김성호도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잠들지 못하고 깨어있는 그 새벽녘의 어스름한 여명 속에 뭐든 다 쏟아놓고 싶어진다. 삶의 아픔, 상처, 혹은 사랑까지도….”

그는 자신의 그림이 빛과 어둠을 통해 희망을 말하고, 사람들의 아픔과 고독을 어루만져 주며 깜깜한 어둠 속에 비추는 한 줄기 빛으로 이 시대의 그 무거운 어깨들을 말없이 위로해주길 바랐다.

김성호 '새벽-을지로'(53×45.5㎝, oil on canvas, 2015) 2015-06-09

그가 17일부터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원혜경 대표)에서 신작 30여 점을 소개한다. 선화랑 전시는 2009년 이후 6년 만이다. 김성호 작품을 한차례 정리하는 전시이기도 하다.

정리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는 스스로 “이제 변화의 시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밀도 있거나 사실적으로 그리는 그림에 싫증이 났다”며 “새벽이라는 한정된 시간에서도 벗어나고 싶다”고 했다.

“빛을 표현하기 위해 점을 찍는데 이제 그 점이 잘 안 보인다.(웃음) 사실적이기보다 좀 더 풀어 헤쳐진 풍경을 그리고 싶다. 더불어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즐겁게 그림을 그리고 싶다.”

제주도에 작은 거처를 마련한 그는 현지 풍경을 계획하고 있다. 전시는 30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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