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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사진작가 강운구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나누는 건 부질없다"

2017.09.12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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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운구 '브뤼셀, 벨기에' 2017 (한미사진미술관 제공) © News1

10일~11월25일 한미사진미술관서 '네모그림자'전

네팔 포카라에서 히말라야의 일출을 스마트폰으로 찍는 사람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릭스미술관에서 렘브란트의 대작 '야경'을 찍는 사람들, 그리고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속 중절모 쓴 남자 형태의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찍는 사진작가 강운구….

오는 16일부터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강운구 작가가 10년만에 내놓은 신작들이다.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앞다퉈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오늘날의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자연을, 예술을 숭배하는지 보여준다.

'네모그림자'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전시에서 작가는 출품작 80% 이상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었다. 그러나 어느 것이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 혹은 고화질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것이고, 어느 것이 일상생활에서 쓰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것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전시 개막을 앞두고 11일 미술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강 작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구분하는 것이 부질없다"고 말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작품들이 서로 뒤섞여 시각적으로 구별이 안 될 정도로 톤이 나왔어요. 무엇으로 찍느냐보다 무엇을 찍느냐가 더 중요하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찍는 사람들을 찍은 사진은 고급 디지털 카메라를 썼는데, 오히려 스마트폰만 못한 것 같아요."

강운구 '암스테르담, 네덜란드', 2013 (한미사진미술관) © News1

강운구 '포카라, 네팔', 2013 (한미사진미술관) © News1

강운구 '시엠레아프, 캄보디아', 2013 (한미사진미술관 제공) © News1

강운구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흑백과 컬러, 국내와 해외 풍경들을 동시에 다뤘다. 작품들은 운문과 산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서정과 서사가 공존한다.

강 작가는 "과거 스타일과의 결별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이번 전시에서 새로운 스타일을 추구한 작품들과 동시에 과거에 연연하며 미적거리는 저의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롭게 추구한 것 중 대표적인 건 해외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강운구는 스스로를 '내수 전용 사진가'라고 말할 정도로, 외국의 사진 이론을 걷어내고 우리만의 시각언어로 포토저널리즘과 작가주의적 영상을 개척한 사진가로 평가받는다. 그동안 보여준 풍경 작품들 역시 거의 대부분이 국내를 찍은 것이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내와 함께 세계 방방곳곳을 돌며 찍은 사진들을 선보였다. 수년 간 방황하듯 여행하며 찍은 사진들이다.

11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사진작가 강운구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무릎을 살짝 구부린 채 포즈를 취하고, 자신을 찍는 기자들을 스마트폰으로 찍고 있다. 2017.9.11/뉴스1© News1 김아미 기자

사진 속에는 '발화'(發話)하는 존재로서 강운구가 존재한다.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을 찍는 그의 모습이 그림자로 아른거리며 등장하는가 하면, 스마트폰을 들고 위에서 바닥을 내려 찍은 이른바 '셀피' 스타일 사진에는 그의 신발이 빼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전시 주제인 '네모그림자'가 암시하듯, 일상의 풍경 속 네모난 프레임을 찾아 그 안에 작가 자신의 그림자가 비추는 화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한국의 산사, 오래된 가옥들을 찍은 풍경 시리즈에서는 담장이나 건물 벽에 나뭇잎 그림자가 흔들거리는 서정적인 순간들을 담은 사진들도 반복된다. 대상을 '그림자'로 은유한 것이기도 하지만, 은유 이전에 그림자의 실체를 포착한 것이기도 하다.

작가는 "대상에 개입하지 않고 장면(Scene)이 자동으로 완성될 때까지 관찰하다가 때가 다가오면 몇 번이고 찍은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11월25일까지.

강운구 '달성, 대구' 2011 (한미사진미술관 제공) © News1

강운구 '마스트리흐트, 네덜란드', 2016 (한미사진미술관 제공) © News1

am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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