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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사금파리로 가구만드는 예술가 '강미욱'

2015.04.21

[뉴시스] 박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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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의 역사 속에 소중하게 쓰였던 도자기와 토기들이 깨지고, 사금파리가 돼서 사람들에게 터부시되는게 안타까웠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깨진 그릇을 싫어하잖아요. 시골의 논밭을 찾아다니며 사금파리를 모아들였죠. 그야말로 사금파리에 미쳤죠. 그걸로 가구작업을 시작했어요. 온전하지 못해 버림받은 도자기들이 가구로 태어나는 걸 보면 그냥 좋더라구요."

지난 9일 경기도 고양시 덕이동의 작업실에서 강미욱(51)작가를 만났다. 강 작가의 작업실은 수년간 전국을 다니며 집요하게 수집한 수 천 개의 사금파리와 이 사금파리로 만든 가구, 오브제들로 가득했다.

깨지고 부서져 땅속에 묻혀있던 토기들은 이 작업실에서 강 작가의 손을 거쳐 멋스러운 가구와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 세상으로 나온다.

"사금파리 작업을 시작한 건 6~7년 정도 됐어요. 아이들 둘을 키우고 나서 도자기와 한국화를 했고, 한복 원단으로도 작업을 했죠. 늘 동양적인 사물에 끌렸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와 살았고, 사금파리를 많이 가지고 놀아 그런 것 같아요."

강 작가는 늦깎이로 미술계에 입문했다. 배재대 미술교육학과를 졸업했지만 곧바로 미술계에 뛰어들지 않았다. 마흔이 되던 2004년 첫 개인전(호수갤러리, 고양)을 열었다.

늦게 시작한 만큼 더 불타올랐다. 그는 현재까지 총 10여 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순천만 국제 환경 아트페어, 뉴욕, 싱가포르, 아르헨티나, 서울, 대구, 경주, 부산 등의 아트페어와 서울오픈아트페어, 한국국제아트페어에도 참여했다.

단체전으로는 한독교류전, 인사동사람들, 고양시미술협회전, 한국화 초대전, 세계 미술 뉴욕전, 한중교류전, 청우갤러리 개관전, 안나비니 여류 작가 초대전 등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결혼 후 10년 가까이 아이들을 낳아 키우느라 정신이 없었죠.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계속 작품을 하고 싶어 목이 말랐어요. 큰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면서 잠실 롯데백화점에서 도자기를 배웠어요. 그게 다시 시작하는 계기였죠. 그림도 그리고, 설치작품도 하다가 2010년부터 사금파리에 푹 빠졌어요. 꿈에서 사금파리가 말을 걸 정도였으니까요. 사금파리가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전국 어디라도 달려갔어요."

그녀를 믿어준 남편과 자녀들의 도움이 컸다. 중·고등학교 한참 예민할 나이에 미술작업에 몰두하느라 아이들을 잘 못 챙겼지만 가족들은 그런 그녀에게 힘을 줬다.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날 개인전이 잡혀있어서 못 갔어요. 아들, 딸이 지금 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사금파리를 모으고, 작업을 하느라 제대로 못 챙겨줬죠. 어떻게 생각하면 좀 이기적인거죠. 작품만 생각하는 절 믿어준 남편과 아이들에게 늘 고마워요."

열정을 다해 작품을 만드는 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사금파리를 모으고, 옛날 텔레비전, 닭장 등을 모티브로 작품의 콘셉트를 잡고 디자인을 하고, 원목에 색을 입히고, 수작업으로 가구를 하나하나 만들어낸다.

"정말 다 손으로 한 거예요. 사포질만 수만 번은 하죠. 그래도 결과물이 나오면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를 정도로 정말 좋아요. 전시회에서 아끼던 작품이 팔렸는데, 서울해서 일주일을 울었나봐요. 너무 우니까 남편이 보다보다 못해 돈을 더주고 찾아오라고 하기도 했죠."

그런 강 작가가 오는 10월14일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열한 번째 개인전 '사금파리 가구와 예술가의 밥상'을 연다. 사금파리 오브제와 강 작가가 직접 준비한 음식이 어우러지는 전시회다.

사금파리로 만들어낸 콘솔, 캐비닛, 서랍가구, 양문장 등 50여점의 작품이 전시회에서 공개된다. 철과 소나무를 사용해 전통가구 본연의 아름다움을 강조했고, 사금파리를 사용해 옛 시간의 흔적을 더한 작품들이다.

"각각의 사람들의 사연과 삶이 다르듯 수없이 많은 사금파리들은 사연 많은 인간 군상들의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매개체죠. 내가 태어나기도 전, 나의 선조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을 이 사금파리들은 기억하고 있을겁니다. 소박한 사금파리에 마음을 담아 가구를 만들었습니다. 시대를 거슬러 지금까지 온 옛 사람들에 대한 나의 오마쥬(hommage)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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