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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지역이슈]‘떠나거나 포기하거나’ 제주 청년 문화예술인들의 현주소

2017.12.26

[뉴시스] 조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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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시스】조수진 기자 = 21일 오후 제주시 이도1동 남문 로터리에 위치한 씨위드 사무실에서 이 공간을 이용하는 청년 문화예술인들이 자유롭게 회의를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제주도에서 활동하는 청년 작가들은 대부분 두 가지의 선택을 해요. 제주를 떠나거나 (작가 활동을)포기하죠. 뭐든 혼자서 해야 하다 보니 힘든 상황이 오면 할 수 있는 게 없거든요.”

제주도는 ‘문화예술의 섬’ 기치를 내걸고 오는 2018년 예산에서 약 3.2%에 이르는 2722억원을 문화·예술 부문에 편성했다. 이처럼 제주도는 민선 6기에 들어서 ‘문화의 가치를 키운다’는 도정 목표 아래 적극적으로 문화·예술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제주도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은 여전히 막막한 현실에 대해 우려를 호소한다. 그중에서도 청년·신진 작가들은 기성 작가들에 비해 인적·물적 인프라가 부족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류·소통 기회 및 공간의 부재

새해를 앞두고 제주도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청년들을 만나 현주소를 들어봤다.

지난 21일 오후 제주시 이도1동 남문 로터리에 위치한 독립예술문화 매체 씨위드 사무실에서 만난 이들은 한목소리로 “교류·소통의 기회와 공간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이나연(36) 씨위드 대표는 “제주에서 청년 문화·예술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점은 ‘롤모델’이 없는 환경”이라며 “좋은 선례를 보여주는 선배들을 만날 수 있다면 작업 활동을 하면서 힘든 일이 있어도 그들을 따라가려 할 텐데 그런 사람들이 없으니 포기할 수밖에 없는 친구들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인 임강산(28)씨는 “젊은 문화·예술인들은 자신의 실력과 잠재력을 측정할 기회가 필요하다”며 “서울의 경우 다른 사람들의 작업과 비교하거나 자신의 작품을 평가받을 기회가 많아 쉽게 자신의 가치를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작업을 하고 있는 이해강(29) 그라피티·캐릭터 작가는 “문화 쪽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서로 교류할 수 있는 ‘해프닝’이 필요하다”며 “서울에서는 친구와 술 한잔 하면서도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문화 행사도 다양해 협업하거나 영감을 얻을 수 있는 해프닝이 자주 있지만 제주에는 그런 해프닝이 일어나는 공간이나 행사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제주=뉴시스】조수진 기자 = 제주시 이도1동 남문 로터리에 위치한 독립예술문화 매체 씨위드 사무실. 2017.12.21. [email protected]

◇문화·예술 일자리·일거리의 부족

관련 일자리 및 일거리가 부족한 점도 청년들이 제주에서 작업 활동을 이어나가기 어렵게 하는 원인 중 하나다.

임강산 디자이너는 “동양화가인 친구는 작품 활동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매일 밤 바(bar)에서 일하고 있다”며 “젊은 사람들이 계속 작업을 하려면 그에 따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직장이 필요한데 제주에는 문화 쪽 관련 일자리가 부족해 많은 친구들이 육지로 올라간다”고 말했다.

◇자생적인 문화·예술 생태계 조성해야

이들은 청년 문화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은 자생적인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해강 작가는 “돈을 한번 주고 마는 물질적인 지원 아니라 ‘세련된’ 프로그램을 만들어 작가들과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관심을 갖게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며 “멋진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기면 작가들이 저절로 모이게 돼 있다”고 말했다.

강영주 씨위드 영문 편집장은 “행정이 성과를 내기 위해 너무 급하게 서두르지 않았으면 한다”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꼼꼼히 조사하고 연구해서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 지역에 맞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지원해 문화예술인들이 장기적으로 활동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나연 대표는 “문화예술 활동을 하기 좋은 생태계만 조성되면 실력 좋은 기획자가 자연스레 제주를 찾고 그들이 신진 작가들을 발굴해 문화예술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뉴시스】제주도는 지난 5월13일 문화예술 전시공간 및 거주 공간을 지원하기 위해 삼도2동에 예술공간 이아를 개관했다. (사진=뉴시스DB)

◇청년 문화인의 정책 제안 플랫폼 만들어야

이선화 제주도의원(바른정당·제주 삼도1·2·오라동)은 청년 문화인들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는 플랫폼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의원은 “청년 문화인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는 그들로부터 직접 관련 정책 아이디어를 들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행정이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특정 기관이나 단체에 이런 역할을 손쉽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원 절차 역시 행정 위주의 방식이 아닌 청년 문화인들이 마음껏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며 “방송사에서 신진 PD들에게 ‘파일럿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게 지원하는 방식을 고려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도 “신진 문화예술인 지원 늘려나갈 것”

제주도는 내년부터 신진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지원을 본격적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김미영 제주도 문화정책과 문화예술담당 계장은 “문화예술의 특성상 제주도 내 개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이 많다”며 “내년에는 특히 청년을 비롯해 문화예술계에 첫 발을 들이는 ‘최초예술인’들의 시작을 지원하고 서로 연결해주기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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