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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단독] 예술위 '빈칸·복제품' 포함된 전시회에 최고액 지원

2017.10.26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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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평창동 금보성아트센터에서 지난 18일 개막한 '국전을 통해 본 한국의 현대미술'전에 공백으로 남겨진 벽면 모습. 이봉산의 1960년 작품 1점이 국립현대미술관으로부터 작품대여가 거절됐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2017.10.24/뉴스1 © News1 김아미 기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작품을 미처 다 구하지 못해 '빈칸'이 뚫린 채 최근 개막한 미술전시회에 올해 10개 지원 사업 가운데 최고 금액을 지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미술계에서는 전시 기획서뿐만 아니라 전시 전 과정을 평가하는 제대로 된 기준이 예술위에는 없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예술위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평창동 금보성아트센터에서 지난 18일 개막한 '국전을 통해 본 한국의 현대미술'전에는 2017년 '시각예술 창작산실 전시지원 사업'을 통해 7500만원이 지원됐다. 이는 예술위가 올해 지원한 개인 및 단체의 기획 미술 전시회 10개 중 최고 액수다.

그러나 이 전시회에는 기획자가 걸고자 했던 작품 총 40점 중 △이상범의 산수화(1955) △변관식의 '농촌의 만추'(1957) △임직순의 '모자 쓴 소녀'(1970) △이동훈의 '어촌의 광장'(1976) △이봉상의 '산-3' (1960) △남관의 '환상'(1962) 등 6점이 빈칸으로 남겨졌다. 모두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인데 작품 대여가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금보성아트센터에서 지난 18일 개막한 '국전을 통해 본 한국의 현대미술'전에 공백으로 남겨진 벽면 모습. 국립현대미술관으로부터 작품대여가 거절됐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2017.10.24/뉴스1 © News1 김아미 기자

전시장에는 작품명과 함께 '국립현대미술관 작품대여 거부'라는 글씨가 까만색 테이핑을 한 사각 프레임 안에 쓰여 있다. 이 전시를 기획한 오상길 서울현대미술연구소 책임 큐레이터는 "국립현대미술관에 대한 일종의 '시위성 표현'을 한 것"이라며 "미술관 측에서 항온·항습 등을 이유로 작품 대여를 불허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이 전시회가 미술관의 작품 대여 규정을 위한 기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작품수집·관리 및 관리규정(2017년 6월 기준)에 따르면 관장은 미술관 업무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정부·공공단체 또는 등록미술관 등이 공개전시를 목적으로 개최하는 전시 △국제문화교류를 위한 전시 △공개 전시를 목적으로 작가본인 또는 유족이 요청하는 경우 △관장이 특별히 대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미술관에 소장작품을 관리전환한 기관 또는 기증한 작가가 특별히 대여를 요청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전시는 작품 대여가 가능하게 돼 있다. 단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전시는 대여할 수 없다.

국립현대미술관의 한 관계자는 "예술위를 통해서 처음 공문이 왔는데 대여 요청자가 '주식회사 서울현대미술연구소'였다"며 "주식회사는 영리 목적의 법인으로, 비영리기관 및 단체에만 미술관 소장품을 대여할 수 있는 규정에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전시가 열리는 금보성아트센터는 미술품을 걸기 위한 항온·항습 조건도 미흡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유영국, 산, 1970, 캔버스에 유채, 130x130.2,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소장 © News1

이번 전시에 걸린 작품 34점 중에서도 6점은 원본이 아닌 디지털 프린트(복제품)이다. 리움미술관 소장품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와 금강전도(국보 제217호)를 비롯해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강세황 작품과 간송미술관 소장 단원 김홍도의 작품, 그리고 종로구립박노수미술관 소장품인 박노수의 '월하의 허' 등이다.

오 큐레이터는 이에 대해 "인왕제색도와 금강전도는 국보라 밖에 나올 수 없는 것들이었고, 박노수 작품의 경우에는 작품 대여와 관련해 국립현대미술관과 씨름하느라 시간을 뺏긴 나머지 종로구청의 행정절차를 제대로 거칠 만큼 시간적 여유가 없어 고해상 디지털 프린트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 전문가들은 "전시를 계획했던 작품 중 일부가 공백으로 비어있는 데다, 원본이 아닌 디지털 프린트가 일부 걸리는 등 전시의 완성도가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예술위 지원 사업 전시회 가운데 가장 많은 정부 예산이 지원된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술위는 올해 '시각예술 창작산실 전시지원 사업'을 통해 '국전을 통해 본 한국의 현대미술'전에 7500만원을 지원한 것을 비롯해 △'무빙/이미지 2017'전(김해주 기획) 6500만원 △'오랜 기억의 변주'전(오선영 기획) 6500만원 △옥토버'전(신양희 기획) 5500만원 등을 지원했다.

또 △'혁명은 TV에 방송되지 않는다'전(양지윤 기획) 5500만원 △'두 번째 도시, 세 번째 공동체(가제)'전(인천시립미술관) 4500만원 △'더 보이스'전(코리아나미술관) 4000만원 △'프로젝트 액츠'전(오세원 기획) 3500만원 △'미식예찬'전(정진경 기획) 2500만원 △'놀이탐험 : 숨은 놀이 찾기'전(류다움 기획) 2000만원 등 총 10건의 전시회에 4억8000만원을 줬다.

'국전'전 지원금액인 7500만원은 인천시립미술관이나 코리아나미술관 같은 비영리 목적의 공·사립미술관 전시보다도 3000만~3500만원이 많은 액수다. 또한 이는 예술위가 또 다른 시각예술창작산실 사업으로 비영리 공간에 연간 지원하는 최고 액수인 5000만~6000만원보다도 많다. 개인이 기획한 전시로서는 이례적으로 높은 정부 지원금인 셈이다.

예술위에 따르면 '국전'전에 대한 지원 계획은 올해 초 이뤄졌다. 예술위 관계자는 "사업에 응모한 전시 중 전시장 규모가 가장 컸고, 작품 수가 가장 많아 최고 지원금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예술위의 설명에는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술위 지원금을 받았던 한 큐레이터는 "구체적으로 전시 계획이 잡혀 있거나 참여작가가 어느 정도 확정된 전시들 위주로 예술위가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회화, 영상 등 장르에 따라서는 소요되는 비용이 다른데도 단순히 작품 수가 많다고 지원금이 많아지는 것은 사업 타당성면에서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미술 전문가는 "전시 기획서만 보고 평가하는 것과 전시가 실제로 계획대로 실현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전시 전 과정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예술위에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am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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