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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아트1 아티스타-20] 성폭력 피해 고통 그림으로...서도이 작가

2018.03.02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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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도이, 이불도둑, 2016, Oil on canvas, 162.2x130.3㎝

“사회는 성폭력 피해자가 겪는 삶에는 관심이 없거든요. 저는 성폭력을 겪고 난 뒤의 삶에 대해 공유하고 싶어요.”

그동안 성범죄 피해자는 침묵을 강요 받아왔다.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고통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들 앞에 나서기보다는 홀로 그 아픈 기억을 잊으려고 해왔다.

하지만 이 상처를 숨기기보다 작업의 전면으로 내세우는 작가가 있다. 고통과 직면하며 이를 그림으로 그리는 서도이 작가의 이야기다.

성폭력 피해를 고백하는 것도 용기를 내야 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그의 시도는 다소 과감하게 느껴진다.

작품에는 그의 아픈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왜곡된 신체, 날카로운 치아, 위협적인 나뭇가지 등은 그가 두려워하는 것들이다. 반면, 새나 사슴같이 연약한 동물 이미지는 그가 자신의 감정을 이입해서 그린 대상이다.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인물은 그 자신이다. 안전한 곳 하나 없는 장소에서 방어막이 되어줄 이불 하나에 의지한 채 두려운 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캔버스에 조각조각 배치된 고통스러운 기억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그에게 매일 떠오르는 장면들이다. 경험한 사건들이 눈앞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증상으로 인해 괴로워하던 작가는 이를 화면에 옮기며 고통을 직접 마주하는 방법을 택했다.

【서울=뉴시스】 서도이 작가 개인전 ‘죽은 민영이의 장례식’ 전시 전경

최근에는 작업을 더 다양한 양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지난 23일 ‘예술공간 땅속’에서 열린 개인전에서는 거대한 천에 지워버리고 싶었던 말과 기억들을 담은 설치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전시 주제는 ‘죽은 민영이의 장례식’이었다. 그는 이름을 서민영에서 서도이로 개명하였는데, 지난 10년간의 트라우마와 고통에 대한 장례식을 한다는 의미를 담아 전시를 3일장 형태로 진행하였다.

“저를 비롯한 모든 성폭력 피해자분들을 응원하며, 이 전시가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작가는 성범죄 피해자를 하나의 모습으로 단정 짓는 시선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했다. 많은 사람들이 피해자는 매일 울며 집 밖에도 못 나간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이 갖고 있는 성향과 성격이 제각각 이듯이 누구도 ‘이상적인 피해자의 모습’을 규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지난해에는 아이슬란드라는 낯선 곳에 다녀오기도 하였다. 새로운 환경에 동기를 부여 받아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해 작업을 했고, 첫 개인전을 해외에서 여는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하였다.

【서울=뉴시스】 서도이, 자장가도 소용이 없으니 밤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다, 2016, Oil on canvas, 130.3x162.2㎝

스스로의 상처로부터 치유 받는 과정에서 시작한 작업이지만, 그는 이를 통해 아직도 고통 받는 많은 피해자들을 위로하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그저 ‘개인’인 제 이야기를 통해서 누군가에게는 조금의 공감과 위로가 되기를, 더 나아가서는 성범죄나 2차 가해에 대해 사람들이 좀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 아트1 전시팀.

【서울=뉴시스】 서도이 작가

◆ 작가 서도이= △인천대학교 서양화과 학사 졸업 후 개인전 2회와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하며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아트1(http://art1.com) 플랫폼 작가로, 작품은 '아트1 온라인 마켓'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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