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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하이힐로 보는 '국적 없는 돈'…아트선재센터 파레틴 오렌리 개인전

2017.11.06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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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파레틴 오렌리, <하이힐>, 2016Fahrettin Örenli, HIGH HEELSmixed media installation, 80 x 140 x 200 cmPhoto by Sang Tae Kim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는 4일부터 터키계 네덜란드 작가 파레틴 오렌리(Fahrettin Örenli)의 개인전 '국적 없는 돈(Money without Nationality)'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의 중심은 '하이힐' 연작이다. 터키 작가 외메르 세이페틴의 동명 이야기로부터 제목과 주제를 빌려와 오늘날 세계 각지의 사회가 대면한 문제들을 사유한다.

'하이힐'의 줄거리는 이렇다. 한 젊은 여자가 66세의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한다. 남편이 죽고 난 후에 하티제 귀부인은 대저택에서 하인들에 둘러싸여 여생을 보낸다. 부인은 집안에서도 하이힐을 신는데, 하루는 허리 통증이 심해져 의사를 찾는다. 의사는 높은 굽이 통증의 원인이라며 하이힐을 신지 말 것을 당부한다.

하티제 귀부인은 대저택에서 여러 하인을 거느리고 사는데, 충실하며 신뢰가 가는 이들을 부인은 가족에 버금가는 존재로 늘 여겨 왔다. 그런데 하이힐을 신지 않기로 작정한 날부터 하인들이 저를 욕하는 말이 들려오고 물건을 훔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이제껏 하이힐의 또각거리는 소리가 그녀의 존재를 알렸기에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들리게 된 것이다. 하티제 귀부인은 집안의 하인을 모두 해고한다. 그로부터 2년간 그녀는 주기적으로 하인을 새로 고용하고 다시 해고하는 수고를 거듭해야 한다. 끝내 이에 지치고 만 부인은 결국 집에서 다시 하이힐을 신기 시작한다.

'하이힐'의 내용은 “문제가 있다는 건 알지만 굳이 대면하고 싶지 않으므로 우리는 문제를 피하려 든다”로 요약된다. 이러한 문제 의식은 이번 '국적 없는 돈'의 큰 줄기를 이룬다. 그에 따라 이번 전시는 동시대 삶의 표면 아래에서 국경 없이 움직이는 투자와 그를 가능케 하는 보이지 않는 힘의 작용과 숨겨진 세력을 캐내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겼다.

오렌리가 서울에서 작업한 이번 작품은 서울에 특화된 리서치인 만큼 서울의 사회 경제적, 그리고 정치적 맥락에서 관련 쟁점들을 살펴본다.

이를테면 성형 수술을 도시 재개발과 비교하고, 이 독특한 창조물을 형성하는 패턴을 찾아 그 인공적인 아름다움 밑에 숨겨진 영혼의 존재 여부를 확인해 보는 식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별히 빛과 음향이 첨가된다. 30분마다 전시장의 전체 조명이 꺼지고 잠시 후 소리가 점차 공간을 채우기 시작하며 특정 작업을 비추는 빛이 서서히 켜진다.

작가 파레틴 오렌리는 암스테르담, 이스탄불, 서울을 오가며 거주하고 활동 중이다. 올해 국립현대미술관 창동 레지던시(2017)를 비롯하여 플랫폼 가란티 컨템포러리 아트 센터(이스탄불, 2006-2007), ISCP (뉴욕, 2003) 레지던시 프로그램 등에 참여했다. 전시는 12월 3일까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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