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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데미안 허스트는 학부 때부터 자신만의 예술언어 찾은 영재"

2017.09.22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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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개념미술의 거장 마이클 크레이그-마틴이 5년만에 한국에서 개인전을 열고,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갤러리현대 제공) © News1

[인터뷰] 영국 현대미술그룹 'yBa' 스승, 마이클 크레이그-마틴 내한 전시

"1980년대 말 골드스미스에는 유독 우수한 학생들이 많았어요. 어린 나이에도 자신이 예술가라는 사실을 일찍부터 깨닫고 자신만의 예술 언어를 찾은 학생들이 많았죠. 데미안 허스트도 그 중 하나였어요. 이미 학부 2학년 때부터 '스팟 페인팅'(점을 모티브로 한 회화)을 하기 시작했죠. 나는 50세가 다 돼서야 비로소 나의 언어를 찾았는데 말예요."

영국 현대미술가 그룹 'yBa'(young British artist)의 스승인 개념미술 거장 마이클 크레이크-마틴이 5년만에 여는 한국에서의 개인전을 앞두고 방한해 자신이 영국 골드스미스대학 재직 시절 가르쳤던 학생들에 대해 이같이 회상했다. 데미안 허스트를 비롯해 줄리안 오피, 사라 루카스, 게리 흄, 트레이시 에민 등 현재 세계 현대미술 트렌드를 이끄는 yBa그룹 예술가들이 그의 제자다.

크레이그-마틴은 "그 해 내가 맡았던 학생들은 서로 좋은 친구이자 경쟁자였다"며 "게리 흄이 좋은 작품을 내면 사라 루카스가 더 좋은 작품을 발표하는 등 건강한 '선순환'이 일어나는 환경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그 당시 학생들에게 어떠한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는 모르겠다"며 "만약 그 역할이 뭐였는지 알았다면, 다른 연도에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그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웃었다.

마이클 크레이그-마틴. (갤러리현대 제공) © News1

1973년, 평범한 유리 선반 위에 유리 잔을 올려 놓고 "이것이 참나무"라며 마르셀 뒤샹의 변기 작품 '샘'(Fontaine, 1917) 이후 또 하나의 기념비적 개념미술 작품을 내 놨던 마이클 크레이그-마틴이 5년만에 한국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21일부터 오는 11월5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회화 30여 점을 선보인다.

'참나무'(An Oak Tree)라는 제목의 작품은 당시 '보여지는 사물은 참나무다'라는 작가의 설명글과 함께 전시됐는데, 관람객은 '이것은 참나무가 아니다'라고 반박하지만 실은 왜 참나무가 아닌지를 설명할 수 없는 상태와 마주하게 되면서, 언어와 기호가 사라진 오브제(일상적 기물)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져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지난 50여 년 간 일상에서 접하는 오브제들을 소재로 드로잉,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작업을 선보여왔다. 1990년대부터는 오브제 이미지를 상징적인 기호처럼 차용하며 그래픽적인 요소가 가미된 회화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간결한 이미지 형태로 변모한 오브제들이 원색의 화면과 결합하며 일상과 예술의 경계에 대해 묻는다. 전구, 깡통, 브러시, 선그라스, 책 등 현대사회에서 대량 생산되는 소비재들의 이미지를 때론 과장되게 일부분만 확대해 보여주는 방식으로 '익숙한 것에 대한 낯선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캔버스 대신 알루미늄판 위에 아크릴을 주로 사용한다.

Commonplace (with chaise), 2017, Acrylic on aluminium, 200 x 250 cm (갤러리현대 제공) © News1

그의 회화에는 디자인적 요소가 강하다. 일상 속 사물들이 그래픽 도안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반복 재생산되는(Reproduction) 그래픽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디자인적 요소 외에도 오브제 이미지의 규모와 물성이 중요한 요소"라며 "나의 작품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방아쇠(Trigger)"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람객들이 내 작품을 매력적으로 보고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디자인에는 관심이 없어요. 매일 보는 평범한 물건들에 대한 소비자적 관점 같은 것도 관심 없습니다. 그저 색과 형태에 대한 아이디어죠. 사물이 아주 간단하고 투명한,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는 상태에 이를 때까지 가보려고 합니다."

70대 중반을 넘긴 노(老) 작가가 예술가로서 앞으로 더 뭘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지금이 나의 최고 전성기"라고 말했다.

"더 배울 게 없다고 생각했으면 작품도 할 수 없었겠죠. 나이가 들어갈수록 제 앞에 문이 열리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오히려 지금 최고 전성기를 맞아 작품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Commonplace (with mouse), 2017, Acrylic on aluminium, 200 x 250 cm (갤러리현대 제공) © News1

1941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난 마이클 크레이그-마틴은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며 당시 화단을 주도했던 개념미술, 미니멀리즘, 팝아트 등 현대미술의 전성기를 직접 경험하며 작업을 시작했다. 1966년 영국으로 이주한 작가는 1970~1980년대까지 런던 골드스미스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영국의 젊은 현대미술가들을 키워냈다.

그동안 런던 로완 갤러리(1969), 화이트채플 갤러리(1989), 아일랜드 현대미술관(2006), 상해 히말라야 미술관(2015), 서펜타인 갤러리(2015) 등 유수의 미술기관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시드니 비엔날레(1990), 이스탄불 비엔날레(2009), 상파울루 비엔날레(1998, 2010) 등 주요 국제 미술전에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 런던 테이트, 파리 퐁피두센터 등에 소장돼 있다. 크레이그-마틴은 영국 및 세계 현대미술 발전에 큰 공을 세운 업적을 인정받아 2001년 대영제국훈장(CBE: Commander of British Empire)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Untitled (can fragment), 2016, Acrylic on aluminium, 195 x 195 cm (갤러리현대 제공) © News1

Untitled (corkscrew fragment), 2017, Acrylic on aluminium, 60 x 60 cm (갤러리현대 제공) © News1

Untitled (lightbulb fragment), 2016, Acrylic on aluminium, 195 x 195 cm (갤러리현대 제공) © News1

Untitled (trainer fragment green), 2017, Acrylic on aluminium, 60 x 60 cm (갤러리현대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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