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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佛 화가 필립 꼬네 "버려진 공간의 벽도 예술 옷 입으면…"

2018.05.08

[머니투데이] 배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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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아트부산 2018'이 열린 벡스코(BEXCO) 전시장 내 조현화랑 부스에서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프랑스 화가 필립 꼬네./사진=배영윤 기자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낙서 벽, 매일 아침 사람들로 빼곡한 도심 속 출근길 모습, 사람들로 가득 찬 건물들. 흔한 일상 풍경도 작가의 손길을 거쳐 캔버스에 올라서면 금세 낯선 풍경으로 변하면서 '예술'이 된다.

프랑스의 대표적 현대 미술 작가 필립 꼬네(Philippe Cognée·61)가 벽(Walls)과 군중(Crowd), 탑(Towers) 등 세 가지 주제를 다룬 '과도, 현실의 포화' 전시를 열었다. 지난 2007년 개인전 '트러블' 이후 한국서 10여년 만에 여는 개인전이다. 도시의 벽과 군중, 건물 등 지극히 현실적인 사물들을 다뤘지만 그 대상들이 가진 구체성은 배제하고 이미지만을 확대해 현실과 이미지 사이의 양면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필립 꼬네는 1990년 부상한 프랑스 신구상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다. 사진적 시각과 회화적 풍부함을 결합한 작업으로 현대를 이야기하는 이미지들을 그만의 독창적인 밀랍화(encaustic, 蜜蠟畵) 기법으로 그린다. 작가가 어린 시절을 보낸 아프리카 베냉에서 밀납을 이용해 천을 염색하는 것을 보고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기법으로 발전시켰다.

꼬네가 사용하는 밀납은 화학재료가 아닌 벌에서 얻은 천연재료다. 여기에 안료(피그먼트)를 섞어 색을 낸다. 꼬네는 "밀납은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벽화를 그릴 때 사용된 전통적인 미술 기법이다"라며 "피그먼트의 색과 밀납의 투명성이 결합하면서 표현되는 예민한 감성을 좋아해 밀납화를 그린다"고 말했다.

"작업을 하다보면 수정하거나 보강을 해야할 때가 있어요. 밀납 특성상 열을 가하면 그 전에 한 작업이 새로 한 작업과 섞이게 되죠. 여러번 작업해도 동일한 표면에 표현돼요. 수정할수록 재료가 그 위에 쌓이는 물감 작업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다른 시간대에 한 작업이 같은 표면에 합성되는 모습이 마치 마술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Philippe Cognée, Wall N° 2 , 2018, wax painting on canvas , 180 x 150 cm/사진제공=조현화랑

밀납화만의 특성은 꼬네가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효과를 배가해준다. 그의 작품 이전에 작업 방식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 기법으로 그래피티가 그려진 붉은 벽을 회화적으로 표현했다. 꼬네는 "벽은 건물의 껍질인데 여기에 글씨를 쓴다는 건 인간들이 자기 영역을 표시하는 것이기도 하고, 현대인들이 몸에 문신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붉은색 안료가 밀납과 녹아 피부처럼 생동감을 부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구글 스트리트뷰와 여행길에서 얻은 이미지에서 본 실재하는 벽을 그렸지만 캔버스에 옮겨진 순간 실재성을 잃어버린다는 것도 흥미롭다. 그는 "버려진 공간의 벽을 그렸는데 예술이라는 옷을 입고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벽에 걸리는 작품이 된다는 것에도 재미를 느꼈다"고 덧붙였다.

군중을 주제로 한 작품은 벽을 그린 작품보다 현실성을 덜어냈다. 사람의 구체적인 형상을 묘사하지 않고 오직 사람 이미지만 갖고 와 캔버스를 가득 채웠다. 몸집을 불려가는 도시들에 사람들이 몰려 살아가고 있는 우리 세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탑'도 같은 맥락의 작품이다. 꼬네는 "어떤 도시들을 개미집이나 벌집과 비교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 모여살 수 있는지, 우리 사회의 근원적인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올해로 한국에서 4번째 개인전을 여는 꼬네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와 정말 많이 달라졌다"며 "한국 미술은 유럽에 비해 변화가 빠르고 활발하면서도 공통점도 많아 흥미롭다"고 말했다. 과부화와 고밀도, 포화 상태인 지금의 혼란스러운 사회를 표현한 필립 꼬네의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부산 조현화랑에서 열린다.

왼쪽)Philippe Cognée,Crowd N° 4, 2018, wax painting on canvas, 200 x 200cm. (오른쪽)Philippe Cognée,Babel tower, 2017-2018, wax painting on canvas, 180 x 180cm/사진제공=조현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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