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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뱅크시'(Banksy)는 사람이다. 그것도 남자사람!"

2017.08.04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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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불(Martin Bull) 뱅크시 전문가가 3일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8.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인터뷰]'얼굴없는 낙서화가' 뱅크시 추적…英작가 마틴 불
뱅크시 작품 찍은 사진 150여점으로 한국 첫 전시회 개최

"뱅크시는 사람입니다. 그것도 '남자 사람'(Male)이에요. 술을 즐기고 매우 사교적인 '평범한' 남자죠."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거리의 낙서 예술가(그래피티 아티스트)이자 얼굴없는 화가 '뱅크시'(Banksy)의 작품을 10년 넘게 사진으로 기록해 온 영국 브리스톨 출신의 사진가 겸 작가 마틴 불(Martin Bull·47)이 3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마틴 불은 그간 영국 런던과 브리스톨 일대에서 찍은 뱅크시 거리예술을 사진으로 담아 최근 한국에서 첫 전시회를 열었다. 뱅크시 작품을 찍은 사진 150여 점을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아라아트센터 전시장 지하 3~4층에서 대대적으로 선보인 것이다. 대부분 모노 프린트(1점만 인쇄) 작품인데, 캔버스용 프린트 작품이 액자 작품들과 함께 섞여 있다.

마틴 불은 '아트 테러리스트 뱅크시, 그래피티로 세상에 저항하다'(원저 Banksy in London, Location & Tour)라는 책으로도 국내에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뱅크시 관련 책을 4권 출판했는데, 첫번째 책인 '아트 테러리스트…'는 뱅크시 작품이 그려진 브리스톨의 장소들을 연결해 '투어'를 진행했던 마틴 불이 가이드북으로 냈던 책으로 가장 인지도가 높다.

얼굴없는 뱅크시에 대한 '설'은 분분하다. 그가 사람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다수의 사람 혹은 단체나 기관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가장 오랫동안 뱅크시에게 따라 붙은 루머는 그가 브리스톨에 사는 로빈 건닝햄(Robin Gunningham)이라는 설이다. 뱅크시 에이전트나 건닝햄 자신마저도 이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아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마틴 불 역시 이에 대해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는 애매한 답변을 내 놨다. 뱅크시를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뱅크시의 친구들은 만나봤다"고도 했다. '익명성'이 곧 정체성인 뱅크시에게 이른바 '뱅크시 전문가'로 꼽히는 불의 이처럼 '신뢰가 가지 않는' 답변은 어쩌면 '계산된 전략'처럼 보이기도 했다.

뱅크시는 자신의 존재를 밝히지 않은 탓에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저작권도 사실상 갖고 있지 않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영국의 갤러리스트 스티브 라자리데스(Steve Lazarides)가 뱅크시 매니지먼트를 담당했는데, 두 사람의 관계가 악화하면서 지금은 결별한 상태다.

마틴 불에 따르면 뱅크시의 작품은 현재 '페스트 콘트롤'(Pest Control)이라는 디자인 팀에 의해 소수의 리스트만이 매우 비밀리에 판매되고 있다.

다음은 마틴 불과의 일문일답이다.

마틴불(Martin Bull) 뱅크시 전문가가 3일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8.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어떤 계기로 처음 뱅크시를 알게 됐나.

▶2006년쯤 영국 브리스톨에서 거리의 예술작품들을 사진으로 찍다가, 한 예술가의 작품들이 최고라는 걸 깨닫게 됐다. 그게 뱅크시였다. 작품이 그려진 장소들끼리 서로 연결돼 있다는 걸 알게 됐고, 3시간 동안 이 장소들을 돌아보는 이른바 ‘뱅크시 투어’를 처음 무료로 진행했다.

-본격적으로 뱅크시에 대한 추적 활동을 하게 된 건.

▶친구의 제안이 있었다. 뱅크시 작품 사진들도 찍었고, 그에 대해 연구도 했고, 투어도 진행한 경험이 있으니 책을 출판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출판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어 망설였지만 용기를 냈다. 지금까지 뱅크시 관련 책을 4권 정도 냈는데, 영국을 포함한 유럽에서 10만부 이상, 북미 지역에서 3만~3만5000부 정도 판매된 것으로 알고 있다.

-뱅크시가 남긴 거리예술이 몇 점 정도로 파악되나.

▶잘 모르겠다. 아마도 400점 이상 되지 않을까. 내 책에 있는 건 약 200점 정도다.

Ratapult - London - 2007 (뱅크시코리아 제공) © News1

-뱅크시의 작품들은 거리 혹은 특정한 장소에 있을 때 가치를 발하는 이른바 ‘장소 특정적’(site-specific) 예술인데, 마틴 불이 그것을 사진으로 담아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전시할 때 그 가치가 어떻게 유효하다고 할 수 있나.

▶어려운 질문이다. 거리예술은 거리에 있을 때 가치가 있다. 그러나 내 사진은 거리에 있는 작품을 갤러리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관람객들은 이 작품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내 사진을 통해 볼 수 있다. 실제 거리에서 뱅크시의 작품을 직접 보는 게 최선이겠지만,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한국에서 영국 브리스톨까지 수천 킬로미터가 떨어져 있지 않나.

- 물리적인 이유 말고도, 뱅크시의 거리예술을 특정한 갤러리 공간에서, 그것도 한국에서 보여줘야만 하는 이유는 뭔가.

▶거리의 뱅크시 작품들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하고 생각할 거리를 주기도 한다. 생노병사를 이야기하기도 하며, 정치적인 메시지들을 담기도 한다. 이러한 많은 이야기들을 한 사람이 소유하려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거리 예술은 거리에서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기는 게 맞다. 갤러리에 있을 건 아니다. 그러나 뱅크시는 갤러리를 위한 작품을 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들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때문에 이러한 갤러리 전시도 열리는 게 아닐까.

Banksy Hollow & Artist - London - 2007 (뱅크시 코리아 제공) © News1

-거리에 새로운 낙서예술이 등장했을 때, 그것이 뱅크시 작품이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나. 다른 작가가 뱅크시 흉내를 낸 것일수도 있지 않나.

▶뱅크시 작품을 매니지먼트하는 '페스트 콘트롤'이라는 팀이 있다. 이들의 웹사이트에 뱅크시 작품이 게시되면 일종의 '감정' 절차를 거친 것으로 인정한다. 또 뱅크시가 그동안 전시회를 통해 자신의 작품들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 작품들이 대개 뱅크시 진품으로 파악되는데, 사실 모든 작품을 완벽하게 진짜 뱅크시 작품이라고 말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무엇보다도 뱅크시가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예술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뱅크시는 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고 생각하나

▶벽에 그림을 그리는 게 불법이니까, 처음에는 경찰에 붙잡힐 것을 두려워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유명해졌으니 체포될 일이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만약 내가 거리에 낙서를 한다면 체포되겠지만.(웃음)

-이제 유명해졌으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만도 한데.

▶'톡스'(TOX)라는 필명을 가진 그래피티 아티스트가 있었다. 그는 터널이나 지하철 같은 '난해'한 곳에 낙서를 했다가 경찰에 붙잡혀 2년 넘게 징역살이를 했다. 뱅크시는 그를 기리기 위해 런던 거리 이곳 저곳에 '톡스'라고 새기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또 '오존'(Ozone)라는 그래피티 아티스트는 지하털 터널에서 작업을 하다가 사망했다. 아마도 뱅크시는 자신이 거리의 예술가이기 때문에, 거리 예술가들에 대한 '헌정'(Tribute)의 의미에서 자신을 계속 익명성에 가두는 게 아닐까 싶다.

Giant Rat - Liverpool - 2007 (뱅크시 코리아 제공) © News1

-뱅크시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그가 사람인지, 혹은 특정한 단체인지 여러 설이 존재한다.

▶뱅크시는 사람이다. 평범한 사람. 그리고 남자(Male)다. 그는 매우 사교적인(Sociable) 사람이고 술도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뱅크시를 직접 만난 적이 있나.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그의 친구들은 만난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뱅크시를 알고 있다. 또 뱅크시 주위에는 그의 작업을 돕는 사람(Helper)들이 많다.

-뱅크시를 안다는 사람이 뱅크시를 만났다는 걸 어떻게 확신하나. 그들이 아는 게 진짜 뱅크시일까.

▶뱅크시를 만났다는 사람을 화장실에서 만난 적이 있다. 실제로 뱅크시에 대해 굉장히 잘 알고 있더라. 브리스톨은 문화의 도시다. 예술가들이 항상 북적되는 곳이어서 그들끼리의 교류도 활발하다. 그러다보니, 뱅크시에 대해 많은 예술가들이 서로 이야기를 한다. 뱅크시가 유명해지기 10여 년 전부터 나는 그의 작품 사진을 찍고 연구를 했기 때문에, 나만이 아는 뱅크시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그걸 알고 있는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직감적으로 확신할 수 있다. 그가 뱅크시를 알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것을.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뱅크시는 저작권도 주장할 수 없는 상태다. 뱅크시의 '수입'은 어디에서 나오나.

▶뱅크시의 작품은 갤러리에 들어가서 아무나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다만 페스트 콘트롤을 통해서 굉장히 비밀리(Private)에 작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뱅크시는 '익명성'을 최고의 마케팅 전략으로 삼은 사업가로도 볼 수 있겠다.

▶그가 상업적이라는 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하지만 '틀리다'에 더 가깝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저작권을 주장하게 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마틴 불이 가장 좋아하는 뱅크시 작품으로 꼽은 'Old Street Cherub'(2007) (뱅크시 코리아 제공) © News1

-뱅크시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걸 하나 꼽는다면.

▶런던 올드 스트리트에 있는 '올드 스트리트 체럽'(Old Street Cherubim)이라는 작품이다. 사람이 올라가기 힘든 위치에 천사를 그린 건데, 이 작품에는 몇가지 의미가 있다. 영국에서 총기로 인한 범죄가 심각한데, 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메시지가 있다. 또 다른 개인적인 이유로는, 이 작품을 발견하기 전 약 1년 정도 뱅크시의 새 작품을 찾지 못해 열의를 잃었던 때였다. 그런데 어느날 2층 버스를 타고 가다가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건물의 위치에 이 작품에 그려져 있는 걸 발견하게 됐다. 이 작품을 보고 나서 거의 1년 동안 작품과 사랑에 빠질 정도였다.

-장 미셸 바스키아도 거리의 예술가로 시작했다. 작고 이후 바스키아는 현재 세계 미술시장에서 가장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작가로 꼽힌다. 뱅크시와 비교해 본다면.

▶같은 거리 낙서예술이라고 해도 바스키아와 뱅크시는 장르가 약간 다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바스키아처럼 뱅크시 역시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아주 오래 남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tap phoned - London - 2011 (뱅크시 코리아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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