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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흑백 무협 영화 보는 듯···한국화가 손동현의 붓질 신공

2017.08.02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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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동현,Inky Ink, 지본수묵, 194 × 130cm, 2016-2017

■'송은 미술 대상' 작가 개인전
송은아트스페이스, 9월2일까지

한국화가 손동현(37)이 달라졌다. 할리우드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만화 캐릭터를 동양화로 그려 주목받은 그가 이제 흑백으로 무장한 '동양화 병법'을 휘두른다.

마이클잭슨, 007 시리즈등 유명한 캐릭터 대신 동양의 전설들인 가상의 협객들을 불러냈다. 물론 슈퍼히어로같은 포즈등은 표피적으로 대중문화 틀에 있지만 동양화의 기법을 완벽하게 적용한 기본으로 돌아갔다

산수화의 표현 기법에서 인물십팔묘( 중국 인물화 기법 용어로 역대 인물 화법을 18종의 옷 묘법(描法)에 따라 분류한 것), 파묵법, 발묵법, 준법, 탁본까지 게임에 한국화 아이템을 장착하 듯 붓질을 휘둘렀다.

전신상을 그려낸 이전 작품과 달리 하나의 작업에 꼬리를 물고 다음 작업으로 연결되는 방식도 변화다.

중국 전통 차 이름인 쟈스민 드래곤 피닉스 펄(Jasmine Dragon Phoenix Pearl)을 타이틀로 지본 수묵화로만 이루어진 작품 28점을 전시한다. 동아시아 회화와 관련된 여러 요소들을 각자의 고유한 무공(武功)을 지닌 협객으로 그려낸 신작이다.

서울 청담동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2년만에 여는 개인전으로, 제15회 '송은미술대상' 수상 기념전으로 마련됐다.

붓질 신공을 발휘한 젊은 작가는 '동양화 대가'들을 결계한다. 이번 전시는 중국화의 대가 리커란(李可染, 1907~1989)과 '중국의 피카소'로 불리는 제백석(齐白石, 1860~1957)을 염두하며 진행된 작업으로, 대가들의 고유한 화법이나 그들이 주로 그리던 화재(畫材)를 재구성하여 보란듯이 화면에 펼쳐놓았다.

흑색의 물소인간 'Blak mountain'과 새우 인간 'Wild Shrimp'은 수묵화인데 3D처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붓질을 느낄새도 없이 파도나 계곡물이 부딪히는 등 물결이 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기자=서울 청담동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제15회 대상 수상 작가 손동현의 신작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장 2층은 결투가 시작되는 듯한 긴장감이 팽팽하다. 각각 대결모드로 한자리에 모인 '협객'들은 동양화의 기법들로 무장해 내공을 뿜어내고 있다.

작품 'Linear Line'과 'Broken Splash'는 동일한 밑그림이 사용된, 서로 마주보고 있는 거울상이다. 전자는 인물십팔묘(人物十八描) 를 모두 적용하여 선으로만 묘사한 인물화고, 후자는 먹을 깨뜨려 농담을 조절하여 그리는 파묵법과 물을 많이 섞어 윤곽선 없이 그리는 발묵법으로만 그려졌다. 탁본 기법도 'Heelballer'라는 인물을 통해 재탄생했는데, 탁본에 사용된 물건들은 작가가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는 먹, 자전, 접시 등의 도구들로 그려졌다.

전시장 3층에는 작가가 과거 문자도 작업에서부터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진행해온 글자와 그림의 관계에 대해 살펴볼수 있다.

글자와 그림의 기원이 같고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보는 서화동체론(書畵同體論)과 서화동원론(書畵同源論)을 그래피티의 형식을 차용하여 쓰며 그린 작품이다. 'lady Composition'dms' 는 문자가 추상화되는 과정을 포착하고 그것을 다시 인물화로서의 완전한 구상화로 전환했다.

【서울=뉴시스】Master Transmission, 지본수묵, 194 × 780cm(6폭, 한 폭 194 × 130cm), 2017

4층에는 산수화를 그릴 때 산과 돌의 입체감이나 양감, 질감, 명암 등을 나타내기 위해 표면을 처리할 때 사용되는 준법(皴法)들을 인물화의 형태로 바꾼 작업들이 자리 잡았다. 특히 'Axe Cut' 은 뾰족하고 험악한 바위의 표면이나 깎아지른 산의 입체감과 질감을 표현할 때 쓰는 부벽준(斧劈皴)에 관한 인물화다. 도끼로 찍거나 끌로 판 자국과 비슷하여 이런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데, 준법의 영문명을 그대로 제목으로 사용했다. 그림을 완성한 뒤 작품에 자신의 이름이나 날짜 등을 쓰고 도장을 찍는 낙관(落款)으로서의 인물화 'Full Stop'은 이번 전시와 작품들에 대한 작가의 마침표를 대신한다.

마치 한편의 거대한 무협영화를 보는 듯한 이번 전시는 한국화가 손동현의 '법고창신'을 느껴볼수 있다. 서양화판인 동시대를 제압할 가공할만한 에너지를 전한다. 9월2일까지.

【서울=뉴시스】손동현,Black Mountain, 지본수묵, 194 × 130cm, 2016-2017

◇송은미술대상 = 재단법인 송은문화재단의 설립자 故 송은 유성연 명예회장(1917~1999)이 생전에 추진했던 한국 미술문화 발전을 위한 공익사업의 뜻을 기리고자 현재 (재)송은문화재단 이사장인 ㈜삼탄 유상덕 회장이 2001년에 제정한 미술상이다. 지난 제11회(2011년)부터 대상 수상작가에게 상금 2000만원 이외에 수상 년도로부터 2년 이내에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 개최가 지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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