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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큰손' 강남 버리고 '개성' 강북으로 미술시장 이동

2018.05.14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배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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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화랑가, 한남·이태원·홍대 등 젊은 거리로 속속 모여들어…"문화 부흥 도약" VS "상업화 변질 우려"


인적 없던 제주도가 도시화로 거듭난 것은 미술인이 속속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도시에 형형색색 개성 강한 작품이 들어서면서 분위기는 잿빛에서 파스텔 톤으로 금세 바뀌었다.

통일 전후 베를린은 가난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낡고 외진 이곳에 미술 작가들이 모여 세련된 도시를 ‘그렸고’ 결국 통일 독일의 중심지로 변모했다.

유기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세련된 도시 이미지를 구현하는 데 미술 작가들의 유입과 생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부와 가난의 대비적 상징이었던 강남과 강북도 미술을 계기로 도시 활력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최근 화랑가가 ‘큰손’ 강남을 두고 ‘개성’ 강북으로 속속 몰려들기 때문.

전통적인 갤러리 명소인 인사동이 관광지로 둔갑하고 익선동, 연남동, 북촌 등 예술가들의 안식처로 손꼽히던 지역까지 쇠퇴 분위기로 몰리면서 동력을 잃었던 강북이 다시 기지개를 펴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청춘의 피가 들끓는 홍대 주변과 각양각색의 문화를 맛볼 수 있는 ‘자유의 성지’ 이태원 주변에 갤러리가 ‘미술의 중심’으로 다가오면서 분위기는 더 달아오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이 들어선 아모레퍼시픽 용산 신본사/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강남→강북 '한남 아트 벨트' 형성…"젊은 실험적 작가로 변화 모색"

최근 서울 한남동 복합문화단지 ‘사운즈’에는 한꺼번에 두 행사가 몰렸다. 가나아트한남 개관전 ‘장유희 작가의 개인전’과 세계 3대 경매사로 꼽히는 필립스의 서울 사무소 오픈식이 그것. ‘큰손’ 구매자만 고려하면 지리적 이점이 좋지 않지만, 젊은 작가의 감각이 맞닿을 수 있는 세대적 교감, 외국인 등 다양한 콜렉터와 만남 등을 우선 고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가나아트갤러리는 중견 작가 중심의 평창동 사옥과 달리, 신진 작가 중심의 공간으로 이곳을 낙점했다. 이정용 가나아트갤러리 대표는 “강남에서 공간을 찾다가 여러 목소리가 공존하는 소통 중심의 미술 공간으로 나아가기 위해 이곳에 입점했다”며 “미술 대중화 실현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개관전으로 장유희 작가를 선택한 것도 27세 젊은 작가의 재기발랄한 작품과 대중의 소통을 위해서다.

필립스 경매 한국사무소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 4월 말 열린 전시에선 앤디 워홀의 희귀작 ‘투 매릴린스’ 등 현대미술 중심의 작품이 선보였다. 릴리 첸 필립스 아시아본부장은 “세련된 취향, 뛰어난 안목을 지닌 젊은 한국 컬렉터를 위해 장소와 작품을 선별했다”고 밝혔다. 윤유선 필립스 한국사무소 대표도 “한남동은 젊은 에너지가 넘치는 곳”이라고 말했다.

아라리오갤러리도 최근 홍대 인근에 130평 규모의 새 갤러리를 열었다. 주연화 아라리오갤러리 총괄책임은 “실험적이고 참신한 작가 정신의 불씨를 되살리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고 오픈 배경을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도 지난 3일 용인에서 용산으로 자리를 옮겨 미술관을 다시 열었다. 지하 1층 미술관을 비롯해 1~3층 대형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해 소통의 창을 확대한다.

미술관이 대거 집결하는 한남·이태원 지역은 ‘한남 아트 벨트’로 불린다. 초창기 이곳에 자리 잡은 ‘백해영갤러리’를 시작으로 2004년 삼성미술관 ‘리움’이 개관하면서 아트 벨트는 본격화했다. 이후 갤러리비선재, 갤러리조은에 이어 세계적인 화랑인 페이스갤러리까지 이곳에 모여들었다. 오는 6월에는 청담동에서 11년간 자리 잡은 박여숙화랑도 이태원동 경리단길로 옮길 예정이다.

지난달 복합문화공간 '사운즈 한남'에 문 연 '가나아트 한남'/사진제공=가나아트갤러리

◇"역동성에 기댄 문화적 명소" VS "상업성으로 작가들 내몰릴 위기"

이 같은 흐름에 대해 미술 전문가들은 작가들의 유입이 낳는 긍정적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젠트리피케이션(낙후한 구도심이 번성해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 등 상업적 희생양으로 되레 쫓기는 어두운 현실을 꼬집었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교수는 “미술인들이 두 곳을 먼저 점유해 이 지역을 문화적 명소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를 얘기할 수 있다”며 “이곳이 다시 미술인들의 발판으로 삼는 공간이 되면 좋은데, 젊은 작가 육성이나 실험적 공간으로서의 역할이 미진할 경우 (작가들이) 상업화의 도구로 내몰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실험적인 젊은 작가들은 소위 ‘가성비’ 높은 곳을 찾기 마련인데, 문화적 다양성과 성숙도만큼 집값도 올라 다시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양 교수는 “과거 전례를 보면 인사동 등 예술가들의 안식처들이 상업성으로 변모하거나 사라져 갤러리들이 유랑자 신세가 된 경우가 많다”며 “새로 발돋움하는 두 곳이 지역적 성격과 잘 맞아 새로운 작가 육성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심상용 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 교수는 “갤러리는 저항성과 역동성을 무기로 하는 젊은 작가를 지원해 시장을 활성화하는 게 1차 역할이고 그 문화는 늘 자생적으로 탄생하기 마련”이라면서 “상업적 시스템이 들어오면 소비자산화하기 쉬워 창작의 주체는 쉽게 추방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남에서 강북으로 이동하는 미술 시장의 흐름은 상업적 분위기와 다른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꼬집었다.

심 교수는 “소위 블루칩으로 대변되는 안정된 작가들 위주의 강남 미술 시장이 지금 어려움에 처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상황일 수 있다”며 “시장에 대한 불신이 형상화해 또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이 가속화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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