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컨텐츠바로가기
주메뉴바로가기
하단메뉴바로가기
외부링크용로고

People오래된 거울×낡은 액자='거울형 회화'…이열 개인전

2018.05.14

[뉴시스] 박현주

  • 페이스북
  • 구글플러스
  • Pinterest

【서울=뉴시스】 이열_거울형 회화-배꼽에 어루쇠를 붙이다._Mixed Media_85.5x116.0cm_2018.

파리 레지던스후 4년간 연구 신작 발표
인사동 노화랑에서 16일부터 30일까지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럽게 그동안 그려온 캔버스와 안료로 이루어진 그림의 프레임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열(59)홍익대 교수의 신작전이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16일부터 열린다. '거울형 회화'로 이름 붙인 낡은 액자와 오래된 거울이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거울은 작가의 '잇템(it+item합성어)다. 수년전부터 거울을 작품으로 끌어들인 건 오래된 기억때문이다.

"어느 날 어머니가 경대 앞에서 분을 바르고 계시는 모습을 보면서다. 어머니 등 뒤 어깨너머로 본 거울에 비친 어머니 얼굴과 나의 얼굴이 작은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이 신기함으로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새로운 재료에 대해 관심이 커져 있는 터에 아는 지인과 함께 철수하는 미군부대에서 눈에 띄어 낡은 거울을 구입하게 되었다. 거울은 자연스럽게 어렸을 적 화장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본능적으로 내 작업의 대상으로 다가왔다."

【서울=뉴시스】 이열_거울형 회화-배꼽에 어루쇠를 붙이다._Mixed Media_79.0x79.0cm_2017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1년간 레지던시를 하면서 '거울 작업'은 강렬해졌다. "벼룩시장을 누비며 오래된 액자와 오래된 거울을 구입하여 거울이라는 매체와 속성을 파악하고 회화적 가능성과 나의 표현의 일부로 만드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시행착오와 우여곡절 끝에 당시 파리에서 오픈 스튜디오를 통해 'another time'이라는 주제로 거울 작업 신작을 선보였고 서울에 돌아와 거울 작업이 본격화됐다.

거울표면에 원하는 텍스쳐(texture), 브러쉬 자국이나 얼룩 스크레치 부식효과 등을 얻기 위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4년째 거울의 회화적 가능성(mirror painting)을 탐색해 오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그 창작의 결실 일부분을 처음 선보여 마음이 설레이고 두렵기도 하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이열_거울형 회화-배꼽에 어루쇠를 붙이다._Mixed Media_35.0x30.0cm_2017

거울이나 유리가 지닌 속성은 캔버스 천과 안료로 구성된 전통회화와는 매체나 표현방식이 확연히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거울은 또 다른 생성(生成)의 마당이자 증식(增殖)의 공간이다.

작가는 "거울표면의 부식과 얼룩을 이용하기도 하고 드로잉과 몸짓을 추구하여 거울의 시간과 일체화(一體化)하는 작업을 추구한다"며 "그것은 구상이기도 하고 추상이기도 하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세계를 드러내는 또 다른 생성공간"이라고 확신했다. 1989년 '생성공간-변수'를 주제로 첫 개인전을 연후 '생성 공간'에 천착해온 작업의 연장선이다.

거울형 회화 '배꼽에 어루쇠를 붙이다'는 작품 제목은 옛 속담을 차용했다. '배꼽에 거울을 붙이고 다녀서 모든 것을 속까지 환희 비추어 본다'는 뜻을 지닌다.

작품은 추상작업의 연장이면서 회화적 제스처를 그림의 프레임 밖에서 실험해보는 집요한 노력의 결과다.

거울 뒷면을 부식시키거나 도구로 긁어 행위를 기록한다. 이미 시간은 그 물질 자체에 기록되어 있기에 다른 행위는 절제한다. 거기에 빈티지 액자가 어울리면 끼운다. 아니면 거울 그대로 내놓거나 혹은 투명한 천으로 2~3겹을 붙여서 거울의 반영을 부드럽게 만든다.

정연심 미술평론가는 “이열의 거울은 야요이 쿠사마와 같은 일부 작가들이 사용하는 거울처럼 자기부정과 강박적 심리효과를 추구하지 않는다"면서 "거울 작품에서는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들이 다르게 보인다. 거울 표면을 깍아낸 표면의 흔적들은 마치 암각화의 표면을 연상시키는 것처럼 오랫동안 쌓아온 시간성의 흔적, 지표성(index)을 지시하는 것 같다"고 평했다.

특히 "이열의 '거울형 회화'의 거울은 신기루처럼 흐린 이미지의 잔상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잔상은 작품을 본 이후에 자연스럽게 심리적 잔상, 기억 속에서의 잔상을 만들어 그동안 그동안 회화 작업에서는 엿보기 어려웠던 관람자와의 교감이 조금 더 긴밀하게 이뤄지게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이열_거울형 회화-배꼽에 어루쇠를 붙이다._Mixed Media_190x120cm(17개)

거울과 액자 오브제를 사용한 작업은 전통회화를 벗어나고 싶은 욕구였다.

"화가로서 보이지 않는 세계를 어떻게 가시화할 것인가에 대해 '생성공간 生成空間'이라는 주제로 오랫동안 작업해왔다"는 작가는 "그동안 추구해왔던 나의 작업이 크게 변화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거울이라는 재료에서 차이를 보일 뿐"이라고 전했다.

작가는 "비록 요술경은 아니더라도 거울은 나에게 세상을 보는 또 다른 표현의 창구"라며 "거울의 얼룩이나 부식을 이용한 방식이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지만 나를 흥분시키고 설레이게 한다"고 했다.

화가와 만난 오래된 거울이 '시간을 회화로 옮긴 도구'로 거룩하게 부활한 전시다.

"이열의 거울 작업은 이단화, 삼단화와 같은 서구의 제단화, 혹은 한국의 병풍처럼 여러 개의 패널로 구축되어 있는데,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전시 공간 전체를 삶의 미장센으로 치환시키는 면모를 보인다."(정연심 평론가) 전시는 30일까지.

[email protected]

최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