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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구보타 히로지 "사진가는 결과적으로 이중인격자가 된다"

2018.03.12

[뉴스1] 여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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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타 히로지 '카드놀이' 광저우, 광둥, 중국 1983, 다이-트랜스퍼.(학고재 제공)

매그넘 대표 사진작가 구보타 대규모 개인전

"사진가는 결과적으로 이중인격자가 됩니다."

세계적 사진가 그룹인 '매그넘'(Magnum)의 대표적 사진작가 중 한 사람인 구보타 히로지(79)는 50여년간 걸어온 사진가라는 직업에 대해 한마디로 이렇게 정의했다.

그는 "철학가나 문호들은 생각을 먼저하고 그 생각을 풀어내지만 사진가는 객관적인 관찰자다. 순간순간 준비없이 찍는 것이다. 찍는 행위는 '센서티브'(sensitive)한 게 아니어서 결과적으로 이중인격같이 된다"고 말했다.

구보타 히로지의 작품 활동 50년을 아우르는 109점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그는 아시아는 물론 세계 곳곳을 탐험하며 기록자로서, 관찰자로서 인물과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구보타 히로지는 "자신의 작업이 35mm 렌즈로 바라보는 제한된 프레임 안에 '인물'과 그 인물의 '사회적 풍경'을 함께 담아내는 일"이라고 말한다.

구보타 히로지 '불교성지 황금바위' 짜익티요, 미얀마 1978, 다이-트랜스퍼.(학고재 제공)

매그넘 작가 구보타 히로지가 학고재 갤러리에 전시 중인 ''불교성지 황금바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News1

초기 다큐멘터리 사진들은 흑백 사진만을 고집했다. 화려한 색이 대상에 대한 진솔한 기록을 방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미얀마의 황금바위를 촬영한 작품 불교 성지 황금바위, 짜익티요, 미얀마(1978)가 색상에 대한 그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그는 당시의 경험을 '마치 색채가 나를 흔들어 깨우는 듯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컬러 사진은 '다이-트랜스퍼' 기법으로 프린트했다. 통상 3색으로 하는 다이-트랜스퍼가 아닌 8색으로 하는 다이-트랜스퍼를 하기 위해 독일 함부르크의 장인을 13번 넘게 찾아갈 정도로 자연스러운 색을 표현하기 위해 애썼다.

"오늘날은 대부분 잉크젯 프린트로 하고 있는데 대단히 색상이 화려하다. 저의 취향으로 봤을 때는 지나치게 화려하다. 제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대단히 안정돼 있는 색깔이고 다이-트랜스퍼는 염색을 하는 것이어서 300년동안 색이 유지된다고 한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구보타 히로지 '뉴욕' 미국 1992, 다이-트랜스퍼.(학고재 제공)

그는 한국과 북한에도 관심이 많아 한국은 1966년, 북한은 1978년 처음 방문한 뒤 남북한의 명산을 많이 찍었다. 또 1970년대부터 1990년까지 수십차례 북한을 찾아 그곳 사람들의 생활상과 대규모 퍼레이드 등 북한 체제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사진들을 많이 남겼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그는 학생운동에 참가하면서 유명 사진가 하마야 히로시(1915~1999)의 취재 활동을 보조하다가 사진에 매료됐다. 이후 1961년에 일본을 방문한 해외 매그넘 사진작가들을 하마야 히로시로부터 소개 받은 구보타 히로지는 사진작가 엘리어트 어윗의 보증으로 가까스로 사진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다.

1965년 매그넘 사진작가가 된 뒤 1968년에 일본으로 귀향했고 1970년에는 제1회 '고단샤 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이후 일본 사진작가협회의 '넨도 쇼 상'(1982), 마이니치 신문의 '마이니치 예술상'(1983) 등을 받았으며 매그넘 부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구보타 히로지 '백두산' 북한1987, 피그먼트 프린트.(학고재 제공)

구보타 히로지, '서울 항공사진' 한국 2007, 피그먼트 프린트.(학고재 제공)

구보타 히로지는 "사진은 옵세션(obsession·강박 집착)이다. 사진을 찍는 것이 너무 좋고 사진을 찍지 않으면 마치 쓰레기 같이 느껴진다. 셔터를 눌러야 안정이 된다. 비정상같지만 옵세션이라는 말이 그래서 맞는 거 같다"며 "그래서 항상 카메라를 가지고 다닌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초기 작업', '세계여행', '컬러의 세계', '중국', '한국 & 북한', '미국 & 일본' 등 6개의 소주제로 나눠 구성됐다.

이 전시는 학고재와 ㈜유로포토·매그넘한국에이전트가 공동 기획했으며 다음달 22일까지 이어진다.


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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