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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아트1 아티스타 17] "공포만화같은 그림보고 씩 웃을때 보람" 이창호 작가

2018.02.09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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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창호, Healthy Food, 2014, Print on canvas, 84.1x59.4㎝

“같은 조건에서도 서로 다르게 느끼는 사람들의 ‘상대적인 감정’을 담고자 하였습니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마주하는 상황은 주관적이기 마련이니까요.”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하는 이창호 작가(33)는 평범한 일상에서 마주하는 복합적인 감정에 주목한다.

언뜻 본 그의 작품은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다. 단순화된 화면 구도와 인물들의 과장된 몸짓이 눈에 띈다. 특히 겁에 질린 인물들의 표정은 관람자에게 불안감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작품 속에는 아이러니한 유머가 숨겨져 있어 반전 매력을 선사한다. 스릴러 영화처럼 묘사된 그의 작품 ‘Healthy Food’(2014)에는 갈등 관계에 있는 두 인물이 등장한다.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남자 뒤로 여자가 무섭게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작품을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여자가 들고 있는 것은 당근이다. 건강을 위해 당근을 권하는 엄마, 그리고 필사적으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아이가 처한 상황은 한편의 블랙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대다수의 사람이 웃을 수 있는 가벼운 일상 속 소재에서 착안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우스꽝스러운 공포영화 포스터 같은 분위기이지만, 자세히 보면 모순이 담겨 있죠.”

그는 사회에서 여러 관계적 문제들을 마주하며,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의 성향을 비판적으로 보게 되었다. 주관적인 입장 차이에서 생기는 오해가 대부분 문제의 원인이라고 생각한 그는, 사회에 만연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소수 혹은 비주류라고 여겨지는 생각과 감정을 부각시켰다.

작업에 일관되게 나오는 음산한 분위기는 고전 공포영화 포스터들을 보며 영감을 얻었다.

“그 당시에는 굉장히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려고 한 의도였겠지만, 시간이 흐른 뒤 현대적 관점으로 보았을 때 과장된 연출이 우스꽝스럽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 아이러니한 감성이 저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울=뉴시스】 이창호, Signing, 2015, Print on canvas, 59.4x84.1㎝

익살스러운 표정이나 윤곽이 뚜렷한 형태들은 만화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실제로 그가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에 만화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작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트렌디한 표현이나 테크닉적인 부분 보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상황을 잘 전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간결한 영문 제목을 사용하기도 한다. 한글을 사용하다 보면 절제된 표현으로 정리하기가 어려워 영문 제목을 선호하는데, 제목은 대개 직관적이지만 반어법적 표현들이 섞여 있어 작업의 표면적인 분위기와 반대되는 경우도 많다.

영어 제목은 우연히 지어질 때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짓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색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그는 이러한 ‘어설픔까지도 작업의 일부’라고 본다.

“미술이라고 해서 무겁게 느껴지거나 어려운 내용을 담은 작품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감상자들이 시간을 할애해 작품을 천천히 보면서 겉보기와는 다른 유머를 발견하는 재미를 느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작가로 전향한 특별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그는 그동안은 작업 자체보다는 전시나 컬래버레이션 등의 상업적인 활동들을 병행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좀 더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작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관람자가 제 작품을 한참을 보다 메시지를 읽어내고 씩 웃고 갈 때 소소한 보람을 느껴요. 앞으로는 더 다양하게 제 생각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으로 관람객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글 아트1 전시팀.

◆ 작가 이창호= △중앙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졸업 후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하며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아트1(http://art1.com) 플랫폼 작가로, 작품은 '아트1 온라인 마켓'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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