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컨텐츠바로가기
주메뉴바로가기
하단메뉴바로가기
외부링크용로고

news main예술이냐 훼손이냐…문화비축기지 '긁어낸' 퍼포먼스

2017.11.22

[뉴스1] 정혜아

  • 페이스북
  • 구글플러스
  • Pinterest

문화비축기지 옹벽에 새겨진 그림. © News1

설계자 측 "기획 취지 깨져 상당히 유감"
서울시 "협의 통해 복원할 지 결정할 것"

한 예술작가의 퍼포먼스 후 40여년의 역사가 담긴 문화비축기지의 옹벽이 훼손돼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마포구 상암동 문화비축기지 내 복합문화공간 '탱크1'을 둘러싼 180㎡ 넓이 옹벽 중 90㎡가량에 못으로 새긴 그림이 그려졌다.

지난 17일 이곳에서 '홍이현숙 작가 등반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18일 열릴 본행사의 리허설 성격이었다. 이 퍼포먼스는 기지 시민참여 프로그램인 '티끌 하나의 우주 쏘쏘쏘'의 하나다.

퍼포먼스 당시 10~15명의 시민들은 옹벽을 껴안듯 손에 손을 잡고 둘러섰다. 몸이 닿았던 느낌을 기지 '탱크1' 옹벽에 못으로 새겼다.

그러나 이 퍼포먼스는 최대한 원형을 보존한다는 기지 조성 콘셉트와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는다.

© News1

기지는 1973년 석유파동 이후 서울시민이 한 달정도 소비할 수 있는 석유를 저장하기 위해 설치됐다. 이후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되고 2013년 시민아이디어를 공모해 문화비축기지로 조성하기로 했다. 지난 9월 완공돼 시민에게 공개됐다.

기지는 재생 과정에서 옹벽과 송유관은 물론 무심히 자란 이끼까지 수십년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살리도록 기획됐다.

이 때문에 기지 설계에 참여한 건축사사무소 측은 이번 퍼포먼스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설계자 측은 "기존의 옹벽 등에 최대한 손을 안 대려고 했는데 취지가 깨져 상당히 유감"이라며 "이런 행위가 허용되면 다른 공간도 일상적인 훼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시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시는 애초 작가에게 옹벽을 껴안는 수준에서 퍼포먼스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예술로 인정해 보존할 수도 있고, 문제가 있다고 보고 (원래 상태로) 복원할 수도 있다"며 "작가 측, 설계자 측과 충분히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퍼포먼스를 주관한 작가는 일반인 관객과 진행하다보니 뜻밖의 결과가 빚어졌다는 반응이다. 홍이현숙 작가 측은 "흔적을 남기기보다 몸으로 느끼는 것이 퍼포먼스의 취지인데 본말이 전도됐다. 의도했던 바는 아니다"라며 "추후 조치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wit4@

최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