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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묵으로 퍼지는 선(禪)의 향기…'물속의 달 水月'특별전

2018.10.20

[뉴스1] 박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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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계총림방장 고산, 망운사 주지 성각, 스승과 제자가 던지는 화두
19~23일 예술의 전당…고정관념 깨는 파격 선묵 작품 대거 출품

망운사 주지 성각스님의 '니一체유心조가뭔지아나' .© News1

이 시대 대표적 선지식인 고산 혜원 대종사(쌍계총림방장)와 선(禪)과 그림이 만나는 선기 가득한 선서화의 세계를 열어온 성각 스님(남해 망운사 주지·원각선원 선원장)이 선(禪)향기 가득한 특별전을 연다.

'스승과 제자가 함께 하는 선묵(禪墨)특별전- 물 속의 달·水月'이라는 특별전 이름이 던지는 부처님 법음의 무게가 묵직하게 전해진다.

스승과 제자가 평생 연마한 기량을 화두로 주고받는 듯, 시공을 초월한 대화를 나누는 듯 선보이는 이번 특별전은 19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된다.

이번 특별전에는 고산 스님의 대자 행초서 '佛'자를 비롯해 성각스님의 '대자일자서(大字一字書)'270점, 반야심경·화엄경약찬게·금강경·금강경찬 8폭 대병, 행초 대자일자서(大字一字書) 35점으로 구성된 '물속의 달 水月'등 450여점이 전시된다.

특히 성각 스님이 쓴 반야심경 270점을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천장에 매달고 그 아래 설치된 유리창을 통해 반사되도록 한 설치작품은 단연 돋보인다. '물속의 달'컨셉을 전시현장에서 설치작업으로 구현한 것이다. 불교가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도록 애쓴 배려가 돋보이는, 수행자에게는 파격적인 실험으로 평가된다.

쌍계총림방장 고산 혜원 대종사 큰 스님의 불(佛). © News1

성각스님은 지난 20여 년 간 20여 차례 선서화전을 열면서 원상(圓相)과 동자(童子), 법어(法語)를 중심으로 한 선묵을 선보여 왔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의 서체와 다른 ‘선필 시어체’를 선보여 눈길을 끈다. 얼핏 캘리그라피를 연상시키는 서체는 중생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면서 동시에 친근감을 준다.

바쁘게 흘러가는 사회 속, 중생들에게 보다 편하게 작품을 감상하고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서체를 만들었다는 것이 성각스님의 설명이다.

이 서체로 만든 한글 연작 '나는 너를 아는데, 너는 나를 모르느냐'는 해학과 풍자, 현실비판적인 시어(詩語)여서 다소 파격적이다. 편안하게, 하지만 운율을 갖춘 구성으로 인해 재미있게 읽고 볼 수 있는 시어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이렇게 노래하듯 구어체로 자작시를 시도하거나 실천해내지 못한 경지다.

망운사 주지 성각스님의 '정답은?' © News1

특히 눈길을 끄는 작품은 '정답은?'이다. 근래 화두가 되고 있는 미투 운동을 두꺼비를 통해 우화적으로 풍자하고 있다. 성각 스님은 작품 이름을 '정답은?'이라고 붙인데 대해 "해석은 보는 사람의 몫"이란다. 오랜 수행에서 깨친 선문답의 경지가 묻어나는 말이다.

이번 전시의 참뜻은 선필(禪筆) 선묵(禪墨) 선서화(禪書畵)의 진정한 가치를 다시 회복하자는 데 있다. 선묵은 통일신라나 고려는 물론 유가사회인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전후 근대까지 전통서예의 주류를 형성해왔지만 지금은 그 명맥조차 희미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고산·성각 선묵전-물속의 달 水月’은 예술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서예를 추구하는 서예가들의 서(書)와 조형미학이나 정신의 지향자체가 다르다. 특히 현실비판적인 서예언어를 구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작가들과도 뚜렷이 차별적이다.

전시구성과 전시디자인도 단순히 글씨를 평면적으로 보여주는 종래 배치형식을 탈피했다. 먼저 선묵의 역사적 뿌리와 맥락을 진감선사와 그 비석글씨에서 불러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번 전시를 부산에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부산의 무형문화재 선화기능보유자인 성각 스님의 작품이 대거 전시되지만, 부산이 아닌 서울에서 열려 부산시민들이 가까이서 볼 수 없다.

한편 전시개막에 앞서 19일 오후 2시부터 3시 30분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4층 챔프홀에서 ‘기계문명 대 고산·성각-선묵의 의미‘를 주제로 전시포럼도 열린다.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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