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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전쟁·검열·소외…몸의 연대기를 걷다

2017.09.25

[머니투데이] 구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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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된 성능경 작가의 '신문: 1974. 6. 1 이후'(1974)와 장 후안의 '가계도'(2000).

한국 행위예술 50주년 기념전 '역사를 몸으로 쓰다'

올해는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행위(퍼포먼스) 예술이 시작된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해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국내외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크고 작은 화면에 송출되는 행위 예술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거대한 몸의 연대기를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21일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역사를 몸으로 쓰다' 전 기자간담회에서 "신체는 나와 타인이 관계를 맺고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매개이자 정치적 액션, 생물학적 분투, 자본·지식 등의 매커니즘이 발생되고 교차하는 공간"이라며 "많은 예술가들이 예술로 삶의 영역을 끌어들이기 위해 신체를 하나의 예술 매체로 적극 사용했다"고 밝혔다.

내년 1월 21일까지 전시되는 '역사를 몸으로 쓰다'는 국내외 38명(팀)의 작가가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기획전이다. 1부 '집단 기억과 문화를 퍼포밍하다'는 1960~70년대 한국 행위예술 작가들과 일본 전위예술그룹의 집단행동을 통해 사회·정치적 저항 수단으로서의 몸짓을 조명한다. 2부 '일상의 몸짓, 사회적 안무'는 일상의 몸짓을 예술 문맥으로 끌어온 작품들을 소개한다. 3부 '공동체를 퍼포밍하다'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사회 문제와 공동체를 통한 극복을 표현한다.

아르나우트 믹 & 보리스 샤마츠의 '일사으이 움직임'(2016)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들이 많다. 전시를 여는 백남준의 '머리를 위한 선'(연도 미상)이나 오노 요코의 '컷 피스'(1965)는 얌전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일본의 문제적 퍼포먼스 그룹 제로 지겐의 1960~70년대 작품은 나체 퍼포먼스를 통해 반전 메시지를 전한다. 이제는 81세의 백발 노장이 된 가토 요시히로는 "지구와 몸은 연결돼 있다"며 "지키려는 몸부림이 바로 퍼포먼스"라고 설명했다.

어두운 방에 불이 켜지면 멜라티 수료다모의 '빛의 뒤에서'(2016) 퍼포먼스가 시작된다. 작가는 붉은색 인주 판에 얼굴을 찍고 종이 위에 그 흔적을 남긴다. 종이를 높게 들어 응시해보지만 형체는 잘 알아볼 수 없게 뭉개져 있다. 작가는 바닥으로 종이를 버린다. 그리고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또다시 얼굴로 도장을 찍는 행위를 반복한다.

과거의 메시지는 오늘날까지도 유효하다. 성능경 작가의 1970년대 대표작 '신문' 시리즈는 기사를 오려내는 방식으로 당대의 언론 검열을 비판한다. 성 작가는 "당시 퍼포먼스가 끝나고 인터뷰 요청이 있었지만 무서워서 도망갔다. 그런 시대였다"고 회상했다. 중국 작가 송동의 1996년 작 '호흡-톈안먼 광장'과 '호흡-호하이'는 각 장소에 누워 얼어붙은 땅을 녹이려는 개인의 작은 몸짓을 담아냈다.

박찬경 작가의 신작 '소년병'(2017)은 인민 군복을 입은 소년이 숲속에서 책을 읽고 노래를 부르다가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모습을 담았다. 박 작가는 "우리가 북한에 대해 생각할 때 강한 이념적 이미지, 권력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어 있다"며 "북한을 정치적이거나 이념적이지 않게 볼 수 있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작업했다"고 밝혔다.

전시가 막바지로 흐르면 4채널의 거대 설치 영상작품이 눈에 띤다. 아르나우트 믹과 보리스 샤마츠가 협업한 '일상의 움직임'(2016)이라는 작품이다. 영상 속 사람들의 몸짓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고 괴롭다. 유럽이 안고 있는 테러리즘과 증오 범죄 등의 문제를 표현한 작품이다. 또다시, 저항의 몸짓이다. 몸의 연대기는 결국 이렇게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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