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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블랙리스트 진상 조사' 꼭 해야만 하는 이유

2017.07.31

[뉴시스] 박정규, 이재훈, 신효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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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적폐청산과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문화예술대책위원회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에서 '블랙리스트 사태 감사원 감사결과 규탄 및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email protected]

■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31일 출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오는 31일 공식 출범하면서 지난 정부 얼룩진 블랙리스트 사태로 인해 비뚤어진 문화예술계를 바로잡기 위한 작업이 본격적인 전기를 맞게 됐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위원회'는 문체부 훈령을 근거로 설립됐다. 이에따라 도종환 문체부 장관과 문체부 기획조정실장, 문화예술정책실장, 감사관과 민간 전문가 17명 등 위원 21명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은 도종환 장관과 호선을 통해 선정된 민간위원 1명이 함께 맡는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위원회'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경위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문체부의 의지가 반영됐다. 그동안 문체부는 문화예술계와 사전 준비팀을 구성(6월 30일~7월 27일)해 4차례의 회의를 거쳐 진상조사위 구성, 운영 방식, 운영 기간 등, 큰 틀에 대한 합의를 도출했다. 진상조사위의 첫 회의는 오는 31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다.

'블랙리스트'로 쑥대밭이 된 문체부는 “진상조사위 출범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무너진 문체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7일 '블랙리스트 사건'의 1심 재판 판결에서 조윤선 전 문체부장관이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혐의에 무죄를 받으면서 비난이 거세다. 문화예술계는 "김기춘·조윤선 판결에 분노한다"는 규탄 성명서를 잇따라 발표하며 "9473명의 '블랙리스트' 예술인이 겪었을 부당함과 불공정함을 바로 잡아줄 것"을 다시 요구하고 있다.

문화예술계는 검찰과 특검의 조사에 이어 감사원의 감사까지 이뤄진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블랙리스트에 대한 진상조사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단순히 책임자 몇몇을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에 나서야만이 지난 정권의 과오를 파헤치고 본질적인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문화예술계 흔들기가 재발하는 것을 막고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보장받기 위해 이번만큼은 반드시 실체를 파악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김선웅 기자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김기춘(왼쪽부터) 전 대통령 비서실장 징역 3년,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징역 2년,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에게는 각각 징역 1년 6개월,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징역 1년6개월,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자들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각각 형을 선고받고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email protected]

◇"진상조사 과정 자체가 큰 의미"

진상조사위에 민간위원으로 참여하는 연극평론가 김미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검열백서위원회 위원장)는 "블랙리스트로 인해 왜곡된 제도가 빨리 바로 잡힐 수 있도록 의견을 모으는 것이 우선"이라며 "진상조사는 제도 개선을 위한 출발점"이라고 했다.

블랙리스트 작업에 참여한 인사들의 목록을 정리 중인 검열백서위원회의 위원장이기도 한 김 평론가는 "중장기적으로는 블랙리스트 명단을 유발한 적폐들을 분석하고 궁극적으로 재발 방지를 할 수 있는 바람직한 정책 제도를 내놓아야 한다"며 "진상조사는 좀 더 많은 문건을 검토할 수 있어 블랙리스트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진상조사를 해나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큰 의미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역시 이번 진상조사위에 참여하는 이원재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은 "진상조사는 블랙리스트가 생겨난 원인과 그 진상을 조사하는 것이 목표"라며 "법 처벌로만 끝날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해당 문제를 공유하고, 반복되지 않도록 구성원들이 치유되는 과정을 공유해나가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에 대한 합당한 형량이 내려지기 위해서라도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미도 평론가는 "진상조사위에서 추가로 나온 문건들을 잘 들여다보고 특검과 공조해서 블랙리스트 관련자들에게 합당한 구형이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27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징역 3년을,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진상조사는 항체를 만드는 작업"

영화계를 대표해 진상조사위에 참여하게 된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감기에 걸렸을 때 센 항생제를 투입하면 당장은 나아보이지만 항체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진상조사를 하는 것은 일종의 항체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고 이사장은 "이번 재판 결과가 나왔듯이 지금까지는 주로 문화예술계에 대한 지원 배제를 지시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에 주로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상황"이라며 "블랙리스트의 본질은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국가폭력인 만큼 지원 배제로만 바라보면 안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처벌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이번 사태가 발생한 구조적인 원인 등을 살펴보고 원천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 이사장은 "특검이나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서도 미진하거나 다뤄지지 않은 영역들이 너무 많아 그런 부분들을 밀도 있게 조사하려면 별도의 진상조사위가 필요하다"며 "이런 일이 되풀이될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제도개선까지 포함해 활동하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영화계의 경우 부산국제영화제와 독립영화전용관, 예술영화전용관 외에도 영상물등급위원회나 한국영상자료원, 모태펀드 등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언급돼있지 않은 부분들, 문체부와 영화진흥위원회의 여론조작 대필 의혹 등 밝혀지지 않은 것들에 대해 광범위하게 살펴볼 것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송수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과 유동훈 2차관, 실국장들이 2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관련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반성과 다짐의 말씀을 발표하며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2017.01.23. [email protected]

◇"국가의 '표현의 자유' 침해 밝히는 계기"

진상조사위 사전준비팀에 참여했던 김한청 한국출판인회의 기획정책위원장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표현의 자유, 출판의 자유를 크게 침해당했다"며 "블랙리스트 재판 이후에 더 나아가 국가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사례가 더 있는지를 밝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재판에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국가적 폭력이 개입됐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그간 논란이 되어왔던 국가의 '표현의 자유 침해' 일부가 이제야 드러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의 지원 배제 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은, 더 많은 사실들이 있을 수도 있다"며 "국가가 헌법을 유린한 더 많은 사실이 있는지 진상 조사를 해서 더 이상 이런 일이 후대에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청한 한 시인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라는 것이 있었는지 작가들은 언론 보도를 통해서 나중에야 알았다"며 "국가가 지원하는 행사에 신청을 했어도 블랙리스트 명단에 포함돼서 떨어진 것인지, 아니면 작품 수준이 미달돼서 혹은 경쟁작이 더 뛰어나 떨어진 것인지 알 길이 없다"고 털어놨다.

다만 "블랙리스트 사건이 터지면서 책 출간이 미뤄지고 전반적으로 문학시장이 위축됐다"며 "진상조사위 활동을 통해 실제로 어떤 지원 배제가 있었는지 낱낱이 파헤쳐지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문화예술 긴급행동 및 기자회견에 참석한 예술가들이 예술검열 및 블랙리스트 사태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6.10.18. [email protected]

◇"작가가 부담 없이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진상조사위에 참여하게 된 원로 민중화가 신학철 화백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거리낌 없이 옳고, 그르다 또는 기쁘다, 슬프다 하는 감정을 마음대로 나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작가가 아무런 부담 없이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신 화백은 "블랙리스트는 이번 정권에 문제가 돼 들통이 났지만 일제시대나 해방 이후 등 알게 모르게 그동안에도 있어왔던 것이라고 본다"며 "앞으로는 정권이 바뀌어도 뒤집어지지 않도록 하는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이라는 건 시대의 감성이다. 예술가들이 욕하고 싶을 때 욕할 수 있고 이를 받아줄 수 있어야 하는데 싫은 소리를 한다고 자르고 이러면 안 되지 않겠느냐"며 "시대감성을 부르짖는 예술가들을 하나의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들의 힘으로 정권이 바뀐 지금이 잘못을 바로잡기에 가장 좋은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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