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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천경자 '진품'속 5가지 비밀코드"…위작논란 재점화?

2017.07.21

[머니투데이] 구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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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천경자 화백의 차녀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가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천경자 코드' 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천 화백 차녀 김정희 교수 '천경자코드' 출간…'미인도'에 없는 다섯 가지 미학적 특징

1977년 고(故) 천경자 화백의 그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천경자코드'가 최초 공개됐다. 이는 위작 논란에 휩싸인 '미인도'에선 나타나지 않는 미학적 특징으로 논란을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천경자코드' 출간 기념 기자회견에 참석한 천 화백의 둘째 딸 김정희 몽고메리대 교수와 배금자 변호사는 코드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려진 '미인도'는 의심할 바 없는 위작이라며 이를 진품이라고 주장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일부 화랑 관계자, 검찰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천경자코드'란 천 화백의 1977년도 작품('나비와 여인의 초상',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 등 7점)에서 홍채, 인중, 입술, 스케치 선, 숟가락을 통해 나타나는 다섯 가지 독특한 회화적 특징을 말한다. 클리프 키에포 미국 조지타운대 석좌교수와 김 교수의 남편인 문범강 조지타운대 교수가 '미인도'를 위작으로 판정한 뤼미에르 과학감정 연구소의 단층 촬영 사진을 비롯한 초고해상도 이미지를 활용해 공동 연구했다.

'천경자코드'에 수록된 홍채 도식화 과정. 1~5번은 1977년에 그려진 진품, 6번은 '미인도'. /사진=책 '천경자코드'

연구는 각 인물의 비교 대상 부위에서 색과 면을 제거하고 선만을 사용해 평면화시키는 작업을 거쳤다. 그 결과 1977년 정면 인물화 다섯 점에 그려진 홍채에서 사선이나 불규칙한 점으로 긁고 파들어가듯한 흔적이 남았다. 하지만 '미인도'의 홍채는 어떠한 선이나 점도 없이 텅 비어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인중'도 또 하나의 단서로 제시됐다. 천 화백의 1977년도 작품에는 '인중'이 없지만 '미인도'에는 있기 때문이다. '입술'의 경우 천 화백은 윗입술의 U자 곡선을 표시하지 않았지만 '미인도'에는 뚜렷한 U자 곡선이 존재했다.

'스케치 선'도 달랐다. 천 화백은 작업할 때 밑그림을 그리지 않고 직접 붓으로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날카로운 스케치 선이 없다. 반면 미인도에는 '선'이 있었다. 김 교수는 "먹지나 목탄가루를 입힌 종이 위 밑그림을 필기구로 베낀 선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마지막 '숟가락의 흔적'은 가장 의미심장하고 희귀한 코드로 제시됐다. 김 교수 측은 천 화백은 여인상의 특정 부위를 숟가락으로 비비고 문질렀는데, 미인도에는 이와 유사한 어떤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미인도'는 진위 판정을 내릴 필요가 없을 정도로 허술하고 조악한 작품이다. 키에포 교수도 '내 수업에 ('미인도'를) 갖고 들어왔으면 C-를 줬을 것'이라고 했다"며 "얼굴의 조형 감각이나 머리카락 등에서 기본적인 입체감마저 제대로 표현하지 못 한, 인체 해부학적 이해가 결여된 사람이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 변호사는 "'미인도' 논란은 국가 권력에 의한 인권 유린 사건"이라며 "민사소송을 통해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미인도' 진위 논란은 1991년부터 26년째 지속되고 있다.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 중이던 작품을 처음 확인한 천 화백이 이를 '위작'이라고 했으나 한국화랑협회는 '진품'이라는 결론을 냈다. 결국 천 화백은 같은 해 절필을 선언하고 미국으로 떠나 다신 돌아오지 않았다.

2015년 천 화백 별세 이후 '미인도'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지난해 4월 김 교수는 국립현대미술관 전·현직 관계자 6명을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고소 고발했다. 당해 11월 프랑스 뤼미에르 광학연구소는 미인도 진품 확률이 0.0002%라고 발표했으나, 검찰은 소장 이력과 안목 감정 등을 근거로 진품이라 판단하고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1명을 불구속 기소, 나머지 5명을 불기소 처분했다. 현재 미인도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전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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