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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전시장 나온 '미인도' '빨래터'…당신의 생각은?

2017.05.08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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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작(僞作)논란이 있던 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지난 4월 18일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언론에 공개됐다. 미인도는 1991년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에 포스터 형태로 나왔다가 진위 논란에 휩싸인 이후 내내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에 보관돼 왔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미인도에 대해 '미인도, 1977, 화선지에 채색, 29x26cm'이라는 작품설명을 붙였다. 2017.4.18/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검찰·법원에서 '진품' 판단…국립현대미술관·경주솔거미술관 동시에 전시

"미술품 감정은 신(神)의 영역이다." 국내 한 미술평론가의 말이다. 누구나 감정은 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진위에 대해 100% 신뢰할 만한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특히나 위작 논란이 거센 작품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한 쪽에서 진품(혹은 위작)이라고 해도 다른 쪽에서 그 감정 결과를 신뢰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감정 전문가들의 감정 결과가 신뢰를 잃어 결국 검찰과 법원이 '진품' 여부를 가려줬으나, 위작 의혹을 제기한 측은 여전히 사법기관의 판단을 신뢰하지 않는 그림 두 점이 최근 동시에 미술관에 전시됐다. 천경자 화백(1924-2015)의 '미인도'와 박수근 화백(1914-1965)의 '빨래터'다.

미인도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균열'이라는 주제의 기획전을 통해 26년만에 대중과 만났다. 빨래터는 '신라에 온 국민화가 박수근 특별전'이라는 주제로 경주솔거미술관에 전시됐다. 빨래터는 지난 2014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전' 이후 3년여 만에 다시 전시장에 나온 셈이다.

두 작품 모두 유족, 감정 전문가 등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진위를 놓고 벌어진 시비가 법적 공방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닮았다. 미인도는 위작이라고 주장하는 천 화백의 유족 측이 국립현대미술관 전·현직 관계자 6명을 '사자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빨래터는 지난 2007년 5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45억2000만원에 낙찰되며 당시 국내 미술품 최고가를 기록했을 때 국내 한 미술잡지가 위작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서울옥션은 이 잡지를 상대로 3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걸어 2년여 법정 공방을 펼쳤다.

두 작품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판단은 '진품'에 가깝다. 미인도는 '진품으로 판단된다'는 검찰 결론이 나왔고, 빨래터는 '위작이라는 근거로 볼 수 없다'거나 '원 소장자가 박수근 화백으로부터 교부받았을 것으로 일응 추정된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미인도에 대해 검찰(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제6부, 부장검사 배용원)은 지난해 12월 "미인도의 소장이력 조사, 전문기관의 과학감정, 전문가 안목감정, 미술계 전문가 자문,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및 위작자를 자처해 온 권 모씨의 조사내용 등을 종합한 결과, 미인도는 진품으로 판단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단 국립현대미술관 전 학예실장 1명을 사자명예훼손죄로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피고소·고발인 5명을 불기소 처분했다.

경주솔거미술관에 전시된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 가나인사아트 측은 빨래터에 대해 '빨래터, Washerwomen by the Stream, 37x72cm, Oil on canvas, 1950s'라는 작품설명을 붙였다. (가나인사아트 제공) © News1

빨래터의 경우 법원(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 조원철 부장판사)은 2009년 11월 "원고(서울옥션)의 피고들(위작 의혹을 제기한 잡지사 등)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진품이라고 단정짓지는 못하지만 위작이라는 근거 역시 없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작 의혹 제기는 정당하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검찰과 법원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여전하다. 미인도를 놓고 국립현대미술관 전·현직 관계자들에게 '사자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던 천 화백의 유족 측은 진품이라는 검찰의 결론에 항고를 제기했고, 전시를 강행한 미술관 측에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빨래터 역시 위작 의혹을 제기해 소송을 당했던 이들은 빨래터에 대한 여전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 나온 빨래터는 1995년 출판된 시공사 도록에 수록됐는데, 재판 당시 서울옥션 측과 함께 진품을 주장하며 감정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빨래터를 '1954년작'이라는 감정 의견을 낸 바 있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제작연도가 '1950년대'라고만 표기됐다.

박수근의 빨래터 유화 작품은 진위 논란이 있는 작품까지 포함해 현재까지 총 4점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여섯 명의 여인이 시냇가에 모두 앉아서 빨래를 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 즉 '동일 도상'이 반복된 그림은 3점이다.

결국 감정이라는 '신의 영역'은 일반 관람객들의 몫이 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인도를 둘러싼 논란 그 자체를 '균열'이라는 기획전 콘셉트에 맞춰 그대로 보여준다. 미인도가 전시된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전:균열'은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재구성한 미술관의 소장품 특별전이다. 1~2부로 나눠 올해 1부를, 내년 2부를 각각 개최한다. 1부 전시는 '몸'과 '믿음'이라는 세부 주제 아래 총 94점의 소장품을 보여준다. 1부 전시는 2018년 4월29일까지 상설전으로 진행된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가나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고 미술평론가 윤범모 씨가 전시총감독을 맡은 '신라에 온 국민화가 박수근 특별전'에는 빨래터를 비롯해 유화, 드로잉, 판화 탁본, 옵셋 판화 등 약 100여 점의 박수근 작품이 나왔다. 전시는 8월31일까지 볼 수 있다.


am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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