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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정재왈, 뭘 어찌 했기에···1년만에 급성장 '금천문화재단'

2018.08.28

[뉴시스] 이재훈 조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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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정 기자 = 정재왈 금천문화재단 대표가 서울 중구 충무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문화 분권' 시대가 도래하면서 지역 문화재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갓 출범 1년을 맞이한 금천문화재단이 특히 눈에 띈다.

서울시 금천구 출연 기관으로 지난해 7월 새로 조직됐다. 출범 즉시 '빈집 프로젝트'와 '우리마을 문화통장' 사업을 시작했는데, 문화예술계 안팎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빈집 프로젝트'는 요즘 화두인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재생'을 목표로 출발했다. 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독산동 일대의 유휴 공간(빈집)을 임대, 그곳을 기반으로 펼치는 '예술가 레지던스' 사업이다. 지난해 입주 작가 1명으로 출발해 올해는 6명의 입주 작가가 활동을 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빈집 3곳을 창작 스튜디오로 바꾸기도 했다.

'소통'의 '통(通)'자를 쓰는 '우리마을 문화통장'은 동 단위로 개성 넘치는 문화마을을 만들고자 컬처디자이너를 키우는 사업이다. 금천구에는 10개 행정동이 있는데, 지난해 한 개 동에서 시범사업을 해 좋은 반응을 누렸다. 올해는 3개 동이 추가됐다.

금천문화재단 정재왈(54) 초대 대표이사는 "요새 소통이라는 말을 많이 하지요. 너무 남발되다보니 점차 진부한 말이 돼 가는데, 문화예술 정책이 지역에서 뿌리내리려면 '소통'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빈집프로젝트'와 '우리마을문화통장' 사업은 지역과 소통한 결과물인 셈이다. "'빈집프로젝트'의 입주작가들은 각자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어 지역 주민과 협업 활동을 펼칩니다. 예술과 육아를 접목하거나 주민들의 기억을 모아 서랍 속에 챙겨 넣기도 하고 기록 영상, 회화 작업도 하지요."

금천문화재단은 11월 빈집프로젝트 성과를 한데 모아 주민들과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빈집이 그야말로 '비-인 하우스(Be-in House)', 즉 '채워서 존재하는 공간'으로 변모하는 거지요. 궁극적으로 문화예술로 도시가 변하는 걸 목격하도록 하고 싶어요."

'우리마을문화통장' 사업은 내년까지 금천구 10개 동 전체로 확산한다. 정 대표는 "내후년쯤 되면 이 모세혈관을 타고 동네 곳곳으로 문화예술이 흐르게 될 것"이라며 흐뭇해했다.

정 대표는 예술경영·문화행정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고려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문화콘텐츠 전공) 학위를 받은 그는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출신이다. 국내 톱클래스 공연장인 LG아트센터에서 예술경영을 익혔다.

정재왈 금천문화재단 대표가 서울 중구 충무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성균관대 대학원 초빙교수, 경희대 경영대학원 주임교수,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를 거쳤다. 특히 서울예술단, 예술경영지원센터 등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유관 문화예술기관의 대표를 맡아 중앙정부 문화행정도 풍부하다는 평을 듣는다.

이렇게 갈고 닦은 경험과 열정을 지자체가 출연한 문화재단에 쏟아 부으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시행착오를 겪은 뒤 깨달음을 얻었다"며 겸손해했다. "구나 시 단위의 지자체에서는 전국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중앙 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서비스 방법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는 것이다. "큰 단위의 행정 조직에서는 중간에 여과장치가 많은 데, 지자체는 그게 없어 소통 과정이 직접적이며 즉각적이어야 하더라고요. 그래야 말 그대로 지역 주민들과 소통이 잘 되고, 반응도 빨라요."

지역문화재단이 일을 원만하게 해나가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이 참여와 응원'이 필수다. 하지만 아직 주민이 이런 문화 사업에 낯설어하는 등 이를 이끌어내는 것이 쉬운 일 만은 아니다. 구의 예산 부담에 대한 압박도 심한 편이다.

하지만 경험이 많은 정 대표는 긍정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거니까 당연히 헤치고 나가야할 과제"라는 마음이다. "잘 아시다시피, 예술은 제조업 생산품처럼 즉각적인 반응과 효과를 유발하는 게 아니잖습니까. 다만, 아까 말했던 소통을 더욱 활발히 해 지역 주민들의 참여 범위를 확대하는 게 관건"이라고 봤다. "한번 참가한 분들은 정말 대만족입니다. 어느 분은 금천의 문화혁명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더라고요."

대개 지역 문화재단들은 이미 지역에 있는 공연장 운영도 맡고 있다. 금천문화재단도 560석짜리 중극장과 갤러리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주로 대관 사업을 해왔다. 그러나 금천문화재단이 운영을 맡고부터 달라졌다.

"극장은 기획이 살아나야 합니다. 제대로 사업을 펼치기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지만, 아무튼 올해부터 기획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상반기 낭독공연 '소나기'와 갤러리의 '반 고흐 레플리카전' 같은 경우는 유료 관객이 엄청 늘었습니다. 앞으로는 지역 문화예술 단체와의 협력 프로그램도 적극 개발하려고 합니다."

정재왈 금천문화재단 대표가 서울 중구 충무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서울에 지역문화재단 설립이 붐을 이루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의미를 부여했다. 금천문화재단의 출범 시기는 서울시 25개 구 가운데 중간에 속하지만, 발전 속도는 어느 재단보다 빠른 편이다. 내년에도 몇 곳이 더 생긴다고 하니, 늦은 편도 아니다.

정 대표는 "조만간 지자체 문화재단의 역할이 대폭 확대될 게 분명합니다. 중앙정부의 문화예술 사업도 이젠 지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문화재단 설립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라면서 "서울문화재단·문체부의 주요 정책·공모사업들이 다 이 계통을 통해 전개된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문화예술 지역 분권화'의 첨병 역할을 지역 문화재단이 맡는 거지요. 재단이 없으면 그만큼 주민들이 손해를 보게 됩니다. 사업을 못 따게 되니까요. 그런데, 아직도 지역 사회 일각에서는 지역문화재단의 필요성에 대해 회의를 갖는 사람들이 있어 안타깝습니다."

오랫동안 쌓은 다양한 이력을 보면, 문화예술이 곧 삶으로 통한 경우다. 정 대표는 "15년 가깝게 신문사 있으면서도 취재 범위가 문화예술을 벗어난 적이 거의 없습니다. 수시로 자리를 이동시키는 신문사에서 그 자리를 지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요. 그리고 전격적으로 현장으로 자리바꿈해 또 그만큼의 세월을 문화예술계에서 보내고 있네요"라고 돌아봤다.

어렴풋이 문화예술이 국가를 먹여 살릴 때가 온다는 몽상 같은 걸 가졌던 적도 있다며 웃었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과연 제 기대만큼 성숙하고 발전했는가 하는 데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네요. 그러니 앞으로도 할 일이 많겠구나, 하며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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