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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아트1 아티스타-38] 3차원으로 확장하는 '부유하는 표상'...이강훈 작가

2018.07.19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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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강훈, 부유하는 표상_04 (Floating Representation_04), 2018, Paint on Wood Panel, 180 x 180cm

'2018 아티커버리 TOP 9' 작가 선정
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미술은 어렵다'고 한다. 무엇을 그렸는지 왜 이렇게 표현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거나 반대로, 정확한 형상이 드러나는 보기 쉬운 작품이라 할지라도 알고 보면 꽤 심오한 작가만의 철학과 해석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충분한 설명과 해석이 있다지만, 글을 읽고도 정확히 작품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거나 알 듯 말 듯한 불확실성 때문에 여전히 어렵게 인식되곤 한다.

익숙한 색감과 단조로운 도형들이 조합되어 있지만, 작가의 본질적 탐구와 그 과정을 반드시 들여다봐야 할 이강훈 작가(35)를 만났다.

그는 인간의 본질과 관계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한다. 그리고 글로써 생각을 정리한다.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으로 대면했던 여러 관념을 재해석하는 과정이 끝이 날 때 즈음, 작가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여러 이미지와 형상들이 부유한다. 마치 파도가 걷히고 갯벌이 드러나듯, 의도치 않고 예측하지 못했던 표상들이 하나 둘 나타난다. 그 표상들을 재조합해 결국 시각적 작품으로 만들어낸다.

단순한 도형과 나름의 규칙성을 띠고 있어 어렵거나 난해해 보이지 않는 그의 도형들이지만, 내면에는 이미 충분히 단단하고 견고한 작가만의 철학과 내러티브가 분명히 자리 잡고 있었다.

"‘부유하는 표상’ 작품은 ‘나’와 ‘너’의 상대적 인식 세계에 대한 작업입니다. 2차원에서 공간과 입체를 재현하기 위해 고안된 투시법을 3차원에 재적용 하는 역설적인 방법론을 통해 유도하는 시점(視點)과 관찰자(관객)의 시점을 대비시키고 교란시키며, 결국 ‘본다’는 원초적 인식 행위의 상대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했습니다."



【서울=뉴시스】이강훈, 부유하는 표상_01 (Floating Representation_01), 2018, Paint on Wood Panel, 720 x 250cm

그가 의도한 대로 '부유하는 표상' 작품은, 정면의 2차원의 투시법 정도로 보이지만, 각각이 입체를 만들어, 3차원의 시각을 동시에 구현하고 있다.

이미지로만 보고 믿었던 작품을 전시장에서 직접 대면한 관객들은 하나같이, '아, 입체였구나...'라며 그때서야 좌우를 오가며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특히, 그의 '부유하는 표상'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을 한참 바라보고 있던 한 관객은,
"처음엔 투시법이 잘 활용된 공간감만을 의도한 작품으로 봤어요. 그런데, 조형된 개체 하나하나 입체인 것을 확인하고 나니, 어쩌면 작가는 투시법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결국 진짜 3차원의 공간을 만들어 낸 것 같았어요. 자꾸 응시하게 되는 기분 좋은 혼란이었어요.”

의도한 바가 다분히 있어 보이는 그의 작품이지만, 정작 작가는 관객이 작품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데 있어 오히려 무관심해 보였다.

“작품은 작가라는 매개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기는 합니다만, 그것이 있기까지의 과정에서, 또 그것이 보여지는 시점에서 작가 개인에게만 귀속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 누군가는 시각적 요소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어 볼 수도 있겠고, 다른 누군가는 전시 서문, 작가노트 등을 포함한 전시장에서 보여지는 전반적인 정보들을 통해 작가의 의도를 가늠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해와 오해의 총체를 통해 비로소 작가와 관찰자의 소통이 이루어진다고 할까요? 그것이 비록 불완전한 소통일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그 또한 제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보고, 무엇이라고 생각하든지 그 역시도 내 작품의 일부이며, 혼란스러움조차도 관객과의 소통이라고 말하는 그는, 인간의 관계성에 특히 주목하고 있는 듯 보인다. 앞선 2015년 ‘Composition’ 작업에서는 관계와 소통의 상징성을 나타내는 '문(DOOR)'을 소재로 작업했었고, 이어진 지금의 작품에서는 차원 간의 상대성과 그 인식 체계에 대한 관계성에 주목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모름지기 작가란, 작품이 의도한 대로 잘 읽히고 보이길 바라며, 그 기대감에 더욱 힘을 얻기도 한다. 학습된 이해와 유쾌한 오해가 난무하는 전시장 한 켠에서 그의 마지막 답변이 더욱 확고해 보였다.

【서울=뉴시스】 이강훈, Composition_ML01, 2017, Photography, UV-print on Acrylic layers, LED, 90x90cm

"나름의 의도와 의미를 담은 작품이라 해도 그것이 반드시 한 방향으로만 읽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에서 보여지고 느껴지는 것들을 통해서 자유롭게 감상하면 되는 거겠죠. 그 과정에서 주제를 유추하고 공감할 수 있다면 그것은 작품의 제작 의도에 부합하는 것이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의미가 없거나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양한 관점을 통해 제시된 생각과 의견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다룰 것인지도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일 테니까요."

조각을 전공했고, 드로잉과 회화를 넘나들며, 디지털 매체까지 자유롭게 구사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 그의 내면에서 끌어올려진 관계와 본질에 대한 그만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매체의 한계를 두지 않을 생각이라며, 이번 개인전을 끝으로 올해는 작업에 더욱 집중하고 싶다고 밝혔다.

"제가 하는 작업의 본질은 아이디어와 텍스트 자체에요. 그것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 있어서, 방법이나 매체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변화와 시도에 주저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하나의 특정 매체만으로 국한을 두고 작업하고 싶지 않아요.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매체로 표현된 내면의 이야기로 소통하고 싶어요."

【서울=뉴시스】 아트1, 이강훈 작가

이강훈 작가는 Cranbrook Academy of Art, MFA Sculpture 졸업한 후, 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BFA Sculpture를 거쳤다. 그동안 9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현재 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2018 아티커버리 TOP 9 작가로 선정됐다. 아트1(http://art1.com)의 신규 플랫폼 작가로, 작품은 '아트1 온라인 마켓'에서 볼 수 있다. ■글 아트1 전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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