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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자유를 꿈꾼 예술가와 컬렉터의 국경 초월한 특별한 우정

2018.06.29

[뉴스1] 여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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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드 생팔 '샘의 나나-백색의 춤추는 나나'© News1

'니키 드 생팔 전 마즈다 컬렉션'

물감이 담긴 주머니를 부착한 석고 작품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소위 '사격회화'(shooting painting) 퍼포먼스로 1960년대 초 미국과 유럽 미술계에 충격을 안긴 여성 작가,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 Phalle, 1930~2002).

프랑스 귀족 출신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니키 드 생팔은 어린시절 아버지에게 받은 성적 학대와 불행한 결혼생활로 인한 고통과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미술을 시작했다.

니키는 남성이 지배하고 억압해온 사회에 방아쇠를 당기고 풍만한 체형의 여성을 모델로 한 '나나'(NaNa) 연작을 통해 미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녀는 2002년 사망할 때까지 작품 활동에 매진해 평생의 꿈이었던 위로와 치유의 세계인 '타로공원'을 남겼다.

니키 드 생팔 '거대한 얼굴'© News1

니키 드 생팔 전시전경© News1

평생 자유와 해방을 꿈꿨던 니키의 뒤에는 그녀의 작품을 너무도 사랑한 요코 마즈다 시즈에(1931~2009)가 있었다. 요코는 식품 유통업을 하는 사업가였는데 1980년 일본의 한 화랑에서 니키의 판화 작품 '연인에게 러브레터'에 반해 수집을 시작했다. 당시 요코는 니키에 대해 "1960년대에 니키가 쏜 총탄이 20년에 걸쳐 지구를 돌아 내 심장에 명중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니키와 요코는 1981년 파리에서 처음 만나 500여통의 편지를 주고 받을 만큼 국경을 넘어, 그리고 예술가와 컬렉터라는 관계를 넘어 뜨거운 우정을 이어갔다. 요코는 성별도 나라도 종교도 초월해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니키의 생각에 공감했고 니키를 끝까지 지원했다.

요코가 20년에 걸쳐 수집한 니키의 작품들이 한국에서 전시된다. 예술의 전당은 개관 30주년 기념전으로 '니키 드 생팔 전 마즈다 컬렉션'을 준비했다.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요코의 아들 쿠로이와 마사시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니키는 평상시 원하는 것이 엄격했는데 그 때문에 둘은 싸우기도 하고, 때로는 같이 노래를 부르기도 하며 국적을 넘어 우정을 쌓아왔다"면서 "20년 간 수집한 니키의 작품들을 한국에서 전시할 수 있게 돼 니키도 어머니도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로이와 마사시의 아내이자 '니키 드 생팔 x 요코 마즈다'를 집필한 쿠로이와 유키는 "요코는 니키를 만나 용기를 얻어 자유로워지고 변화할 수 있었다"면서 "상처받은 여성들이 니키의 작품을 알고 자신답게 살아가고 힘을 내는 것, 그것을 위해 작품을 수집했다"고 설명했다.

니키 드 생팔 '부처'(왼쪽)와 '해골'© News1

'니키 드 생팔 전 마즈다 컬렉션'에는 니키의 대표적 작품 '사격회화', '나나', '거대한 얼굴', '부처, '해골' 등 127점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높이가 3m가 넘는 대형 부처상은 니키가 요코의 초대로 처음 일본을 방문해 교토의 사원에서 본 부처에게서 강한 인상을 받고 제작한 것이다.

니키 드 생팔 전시가 열리는 것은 2006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전시에 이어 12년 만으로 서울에서는 첫 단독 전시이다.

예술의전당 전해웅 예술사업 본부장은 "미투를 비롯해 여성이 우리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가 화두가 되고 있다"면서 "니키 드 생팔 전은 주어진 환경 안에서 여성들이 자유를 찾아가고, 자신을 찾아가고 행복한 삶을 어떻게 만들어 갈까를 생각하게 하는 전시"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전시장 내 모든 사진 촬영이 가능하며 9월25일까지 이어진다.


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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