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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현대추상조각 선구자 박석원, 16년만에 노화랑서 개인전

2018.06.17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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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적의 - 핸들 7159(모형)_60 x 17 x 17 cm_Bronze, 동 주조_1971-2018

20일부터 '적의(積意)' 시리즈 작품 선봬
50년간 추상조각 한길..."진정한 조각가"
화강석-브론즈로 제작 '무거운 조각' 눈길

조각가 박석원(76)이 상업화랑에 등장했다. 50여년간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추상조각가로 활동한 '현대 추상조각의 선구자'로 불린다.

박석원 '적의(積意)' 시리즈 작품을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20일 부터 전시한다. 노화랑에서 2002년 전시이후 16년만이자, 가나아트센터에서 2006년 개인전 이후 화랑에서 전시는 12년만이다. 그동안 미술관이나 예술의전당에서 전시했다.

조각가 박석원은 "조각가들에게 전시공간은 척박하다"면서 "작품을 파는 것보다, 작품세계를 조명해주는 기회를 만들어준 노화랑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술시장은 호황기를 맞은 2006년부터 판매에 치중했다. 특히 조각은 가벼워졌다. 돌과 브론즈등 무거운 조각은 사라지고 FRP나 만화같은 조각이 시장을 휩쓸었다. 그 탓에 젊은 조각가들이 부상했지만, 중견 조각가들은 설자리가 줄어들었다.

전시장도 마찬가지. 박 조각가는 "화랑들도 입체를 취급안하는게 문제"라며 "조각가들에게 척박한 전시공간을 범국가적으로 열어주는 방안을 마련해줘야 할 정도"라고 아쉬워했다. 그렇다고 조각을 안할수도 없는 노릇. "작가들은 주어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살아오고 있다"며 "포기하지 말고, 낙심하지 말라"고 후배조각가들에게 조언했다.

순수회화만을 선보이던 노화랑의 변신은 원로 조각가에게 에너지를 선사했다.

박 조각가는 "(전시장이) 좁기 때문에 일부러 꽉채웠다"면서 오랜만에 선보인 화랑 전시에 욕심을 보였다. "내 작품은 거칠고 둔탁한 무게감이 있지만, 이번 전시에 정리가 잘 됐다"면서 "인공적인 가공이 들어간 기계적인 물질과 관계가 델리게이트여서 대조적이다. 거기서 오는 미묘한 차이, 변화와 관계성을 비교해서 보면 좋겠다. 관람객들이 이런 부분들을 공감하고 감상하면 좋겠다"고 바랐다.

전시장은 야외광장같은 분위기를 전한다.예쁘고 매끈한 조각이 아닌 거칠고 둔탁한 돌들의 향연이다.

【서울=뉴시스】 적의 1708-징검다리_300 x 300 x 20 cm 2피스_화강석_2017

전시장 1층은 화강석으로 만든 3m크기 원형 '적의 1708-징검다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박수근 그림에서나 보던 화강석의 진짜 질감이 압도한다.

2층은 스테인리스 스틸과 나무, 돌로 이루어진 작품을 선보인다. 쌓아진게 포인트. "어느 한 곳으로 치우치지 않으려는 작가의 심리적 태도가 선택한 조형적 형식이자, 많은 시행착오속에서 탄생한 경험으로서의 비례"라고 미술평론가 김용대의 설명이다. '쌓는다'와 '정방형'이라는 기하학이 서로 맞물리면서 물질 본래의 성질 너머의 어떤 지향성을 가지고 있어 새로워 보인다.

'적의(積意)' 시리즈는 1968년 '초토(焦土)'가 모태다. 당시 6.25전쟁의 공포를 파격적인 추상조각으로 선보인 초토는 당시국전에서 ‘국회의장상’을 수상하며 '박석원'을 추상조각가로 이끌었다.

이후 ‘모색시대’(’65~’73)를 거쳐 ‘분절시대’(’74~’89)와 ‘결합시대’(’90~현재)로 구분할 수 있고 주제는 작품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초토'에서 '적(積)'을 거쳐 '적의(積意)'로 변화했다. 제작방법 변화는 ‘분절’에서 ‘결합’으로 정리할 수 있다.

'초토'는 한국전쟁이 끝난 시기를 유년시절로 보낸 전쟁의 상처와 폐허에 대한 본성적 감각을 강인한 철의 본성과 결합한 작품이었다. 이후로도 그가 다루는 조각의 재료들 즉 돌과 나무 같은 것이 단순한 물질이 아니라, 작가의 끊임없는 행위가 담긴 소재로 변환되도록 했다. 물질에 단순하지만 반복노동으로 조금씩 변형시켜 정신과 물질이 결합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후 '적(積)'은 무언가를 쌓는다는 것으로 물질을 절단하고 그것을 다시 쌓거나, 절단한 것을 또 절단하여 해체한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쌓아올리는 분절의 방법을 이용한 것이 바로 분절시대다. 이런 과정을 통해 물질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자신의 정신에서 잡념을 제거하는 환원적인 작업태도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는 '적의(積意)'시리즈는 나누고 쌓고 조합하는 재구성 과정에 인간의 마음을 덧붙인다. '결합시대의 작업'이다.

1964년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1968년 조각가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그는 변하지 않았다.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는 세상에서 5번의 강산이 변할때도 자신만의 예술과 재료와 방식을 지켜오고 있다. 그의 작업은 육중한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서울=뉴시스】 적의 16057_127 x 30 x 30 cm_스기나무 + 동 Ring_1972-2018_부분확대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디지털 사회 혹은 세계라는 21세기 가벼움은 그의 성격과 작업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그를 이 세상에 자신의 예술을 묵묵히 걸어가는 몇 안 되는 진정한 조각가라고 평가해도 틀리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오랜만에 상업화랑에 들어온 박석원 조각은 무겁지만 신선해 보인다. 조각을 몰라도 '추상 조각의 실존'을 느껴볼수 있다.

고희를 지난 나이에도 작가로서 여전히 돌과 나무를 두드리며 작업하는 그가 말했다. "추상조각가 된 것 후회 안한다. 추상 조각은 정신적으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선함과 즐거움을 줬다. 천직이다." 전시는 7월 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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