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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이일섭, 사진에서 찾아낸 치유기능…심리상담전 '거울의 파편'

2018.06.12

[뉴시스] 조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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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섭 사진심리상담전 ‘거울의 파편’이 서울 종로구 청운동 갤러리 류가헌에서 개막했다. 수많은 표정과 몸짓이 담겨 있는 사진들이다.

그 앞을 어지럽게 교차하는 털실, 뒤집힌 액자, 벽에 붙은 질문들···.

‘사진전’이라고 이름 붙이기에 낯설다.쉬이 이미지를 볼 수 없게 방해하는 여러 장치들은 보는이들에게 호기심 혹은 불편함을 불러일으킨다. 전시장을 채운 작업은 어떤 의미일까, 어떻게 읽어야할까.

‘거울의 파편’은 사진이 사람을 거울처럼 비추어냄으로써 하나의 언어로 작동하는 것을, 그 소통과 교감을 볼 수 있는 사진전이다. 표현과 이해의 한 방법으로써의 사진과 이일섭이 제안하는 ‘사진심리’라는 새로운 사진 세계를 마주할 수 있다.

이일섭은 창작이나 기록으로써의 사진 외에 ‘치유의 기능을 하는 사진’을 하고 있다. 지나 온 시간들을 통해 사진이 삶에 어떻게 작용하고 어떤 상태에 이르게 하는지를 스스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사진교육과 기부를 연결시킨 아동후원 단체도 만들었다. 새로 설립된 한국사진치료학회와 함께, ‘그의 사진은 그의 언어’라는 믿음으로 타인의 사진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일섭

“햇살과 웃음으로 가득한 순간이었다. 갓 도착한 타국 땅에서 아내와 새로운 미래를 꿈꿨다. 사진가로서의 성장도 진행 중이었다. 바람이 불었고, 차에는 첫아이와 스승이 함께 타고 있었다. 찰나에 풍경이 깨지면서 교통사고가 났다. 피투성이가 된 채 나와 아내 만이 살아남았다. 살아남았지만 죽은 것과 같았다. 어떻게 해가 뜨고 지는지 모른 채 숨이 붙어있었다. 짐승처럼 자고 벌레처럼 숨죽였다. 우리는 외부세계로부터 없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끝없는 어둠의 시작이었다.”

사랑하는 딸과 스승을 잃고 절망의 늪에 빠진 작가는 벗과 스승들의 도움으로 한줄기 빛을 마주한다. 이를 계기로 삶과 사진을 새롭게 바라보는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이후 다시 사진을 하며 조금씩 회복했다.

완전하지 않은 상태로 귀국한 작가 부부에게 두 번째 아이가 태어났다. 4년 가까이 집 밖에 나가는 것조차 두려웠던 부부는 새 생명을 안고 서울을 떠나 제주도로 향했다. 제주 중산간 마을로 이사해 아이를 키우고 사진을 하며, 그의 표현대로 지금은 “우리의 삶과 나의 삶, 잔인하고 아름다운 질서를 보는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이일섭

작가는 사진이 자신에게 어떻게 작용하고 어떤 상태에 이르게 하는지도 보게 됐다. ‘나의 사진’에 대해 다시 정리하는 기간을 거쳐, 성취나 성과보다 치유의 기능을 하는 사진으로 방향을 전환하기에 이르렀다.

작가는 2017년 15명의 사람들과 ‘행복’을 주제로 인터뷰를 했다. ‘요즘 어떤가요?’로 시작한 질문은 ‘내일은 어떨까요?’로 끝을 맺었다. 오늘에서 내일로 가는 대화 속에 사진가는 셔터를 눌렀다. 사진 속에는 미처 완결되지 않은 감정과 생각이 담겼다. 가끔은 인터뷰이에게 카메라를 건네기도 했다. 입으로 나오는 말로만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에 담기는 손짓, 표정, 시선으로 함께 대화를 이어나가고 공감했다. 인터뷰 후에 1000장이 넘는 사진들이 모였다.

인터뷰 후 남겨진 사진 1000장을 전시장에 붙이고 그 앞에 털실을 거미줄처럼 교차시킨다. 혹은 액자의 뒷면이 보이도록 사진을 뒤집어 놓는다. 사진 속 인물과 사진을 보는 관객은 서로 어떤 장벽을 두고 만난다. 이 작은 불편함은 관객에서 사진으로 향하던 일방적인 시선을 거두게 만든다. 보는이들은 실제 사람을 만날 때처럼 인터뷰이 15명에게 천천히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벽에 붙은 질문들로 인물들의 상태를 유추하거나 해석할 수 있다.

ⓒ이일섭

작가는 이제 전시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새로운 사람과의 소통을 다시 시작하는 과정이다. 사진을 통해 서로를 바라보고, 이해하며 사진심리상담을 통해 작가를, 또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는 전시다.

17일까지 오전 11시~오후 6시, 월요일은 휴관. 15일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국사진치료학회 수련감독자들이 무료로 사진치료 집단상담도 한다.

cho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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