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사진가의 주관적 왜곡…최치권 ‘민주주의, 안녕하십니까?’

2018.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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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조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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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권 사진전 ‘민주주의, 안녕하십니까?’가 5일 서울 청운동 갤러리 류가헌에서 개막한다.

‘너무 예술적이어서, 피사체의 시선이 사진가를 의식해서, 예기치 못한 장면이어서, 초현실적이어서···.’ 이것은 1930년대 미국농업안정국(FSA)이 미국 농촌의 현실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진에 펀치로 구멍을 뚫어서 폐기할 때의 이유들이다. 이 ‘펀치 사진’들은 객관성과 진실성을 담보한다고 믿는 사진에 선택과 배제의 권력이 작용함으로써, 결국 우리가 보는 사진이 주관적이고 비객관적인 사진이라는 사실을 인지시켰다.

최치권의 신작 ‘민주주의, 안녕하십니까?’ 대부분은, 이미 이렇게 주관적으로 배제되거나 선택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객관성과 진실성을 지니고 있다고 믿어지는 다큐멘터리 혹은 포토저널리즘 사진에 대해 다시금 사진가가 주관적인 왜곡을 가한 것이다.

그렇다고 현대의 기술인 포토샵 등을 이용해 사진을 변형하는 방식은 아니다. 신문의 보도사진들을 관찰하고 그것들을 재해석해서 다시 촬영했다. 엄밀하게 분류하자면 ‘스트레이트 사진’의 형식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사체들은 ‘시각언어’로서 원래 보도사진이 드러내고자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언어를 구사한다. 때로는 본디 보도사진이 전달하고자 한 언어와 정반대어를 쏟아내기도 하고, 의도한 이미지보다 더 강하게 메시지를 압축해 내보인다. 은폐와 착오로 잘 드러나지 않는 어떤 진실이 심하게 뒤틀리고 일그러진 이미지 사이에서 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사진가 황규태는 자신이 찍은 스트레이트 사진을 수십 년이 지나 ‘확대’의 방식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촬영 당시 원본과는 전혀 다른 ‘블로 업(BLOW UP)’ 시리즈를 탄생시켰다. 방법적으로는 지극히 단순한 이 기법이 사진가 황규태의 감성과 만나 ‘황규태식’으로 특화되며 사진의 표현 영역을 확장했다면, 최치권의 재해석 역시 같은 경로를 따른다. 기존 보도사진의 재촬영이라는 단순한 접근방식이 최치권의 의식과 예리한 정치 감각을 만나 ‘최치권식’ 사진세계를 펼쳐 보이는 것이다.

2017년 봄 대통령 선거 당시 보도사진 또는 선거포스터들이 재해석의 ‘원재료’로 쓰였다면, 유권자로서 시민들의 모습과 선거를 앞둔 거리의 일상적인 풍경은 최치권이 기록하듯이 스트레이트로 찍은 사진들이다. 그러나 이 사진들 역시 피사체를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피사체 앞에 가로놓인 사물들의 배치에 따라 찍는 순간 사진가의 해석이 더해졌다. 근엄해야할 인물의 얼굴이 희화화되기도 하고, 낯익은 풍경이 낯설어지면서 풍자와 아이러니로 뒤바뀐다.

“예술가들은 다른 방식으로, 즉 작품을 통해 분노를 표출한다”는 최치권은 지리적 윤곽을 뜻하는 ‘전도’라는 단어를 빌려서 공간이 아닌 시간, 정치라는 비물질, 그리고 이 시대 대중의 심리까지를 사진에 담아낸 첫 작업 ‘대한민국전도’에 이어 국가와 사회, 국가와 국민을 맥락으로 한 사진작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서일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교수인 최치권은 한국디지털아티스트협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전시 개막행사는 9일 오후 4시에 열린다. 전시는 17일까지 계속된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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