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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진채와 여백으로 살아난 마른 풀잎들...김진관 '텅빈 충만'

2018.06.04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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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관,붉은잎과 벌.97x69cm.한지에 채색.2018

6~19일 갤러리그림손서 20번째 개인전


"우리의 진정한 가치는 세상 본연의 리듬을 찾는 일이며 기계론적 개체중심에서 생태학적 생명중심 사유로 전환하는 일일 것이다."

한국화가 김진관(64)은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아름다운 생명의 새로운 중심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순환하는 자연’을 주제로 작업한다.

그의 회화는 ‘그려진 것’보다 더 커다란 ‘그려지지 않은 공간’, 여백이 더 많은 그림을 그린다. 작은 씨앗, 얇디 얇은 풀잎과 같은 유약한 자연물이 하나 둘 모여있다. 마치 점이나 선의 군집처럼 보이거나, 점과 선 사이를 오가는 확정할 수 없는 자유분방한 서체(書體)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내의 병간호와 더불어 늦가을 서울 근교로 스케치를 다녀오면서 2010년부터 시작된 작업이다. "오후 바짝 마른 잡풀들을 밟는 순간 바삭거리는 소리와 함께 여러 들풀들의 씨앗들이 튀겨 나갔다. 자세히 보니 짙은 갈색과 붉고 다양한 씨들이 앞 다투어 터뜨려지고 있었다. 그 소리들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된다. 이는 마치 동양화 화선지 위에 긴 호흡을 한 후 필연적인 점들을 찍는 것 같았다. 퍼져가는 공간의 선과 점이며 시점이었다.”

이전에는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 되지도 못했던 미물(微物)들의 소리는 그에게 새로운 화제(畵題)를 만나게 한 계기가 됐다. 작은 곤충의 크기를 거대하게 키우면서 생태에 대한 문제 의식에 천착하던 작가가 작품 소재를 미시적 담론으로 응축하고, 구체화된 변화였다.

【서울=뉴시스】김진관,마음,137x202cm.한지에 채색.2018

깨, 콩, 팥과 같은 씨앗들이거나 마른 곡물의 이파리들, 낙엽, 억새 잎들과 잔뿌리가 붙어 있는 이름 없는 잡초들은 그의 화폭에서 세밀한 진채(眞彩)와 더불어 담채(淡彩)로 생생하게 살아났다.

김성호 미술평론가는 "노자(老子)의 철학에서 보듯이 있음(有)은 없음(無)의 존재로 빛을 발하는 법이다. 김진관의 작품은 ‘유약한 식물들이 만든 생성의 여백’이라 할 만하다"며 "김진관의 작품 세계에는 비움 옆에 채움을, 소우주 옆에 대우주를 연결하면서, 타자와 연결하여 주체의 세계를 드러내 보이는 피아(彼我)의 세계관으로 가득하다"고 평했다.

'작은 것이 소중하다'와 '비움과 채움의 미학'은 어떤 일을 겪어본 사람은 안다. 유난스럽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소소한 아름다움을 느낄수 있는 김진관의 20번째 개인전이 6일부터 열린다. 서울 인사동 갤러리 그림손에서 '텅 빈 충만'을 주제로 20여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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