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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흔적이 낸 길을 따라"…유명선 개인전

2018.05.28

[뉴시스] 조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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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뉴시스】유명선 개인전 '삶의 여정' 팸플릿.(사진 = 화가 유명선 제공) [email protected]

31일까지 춘천미술관서 '삶의 여정' 주제로 열려


이렇다 할 형체가 없는 삶에도 늘 그렇듯 길은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는 방법에도 삶의 여러 갈피만큼 수없이 많은, 손금 같은 길이 서려있다. 그 중의 하나가 누군가 토해내듯 캔버스에 적셔놓은 그림 한 점이 아닐까?

강원도 산골 양구에서 그림을 그리며 황혼의 씁쓸함을, 생(生)의 안타깝고도 아름다운, 서늘한 새벽하늘의 성근별처럼 외따로 떨어져서 제 혼자 빛을 뿜으며 생을 증거하는 삶들을 포착하는 이가 있다.

스물하고도 여섯 해째 그림을 그리며 시와 산문, 기행문까지 그리고 적어내는 화가 유명선. 그가 이순을 앞두고 일곱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무언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건드리고 아파하게 하는, 그래서 더 기억 속에 저장되는 그의 그림들이 다시금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곧바로 마주하기 껄끄러운 삶의 본질을 바로보라고 넌지시 권한다.

전시회 팸플릿 첫 장을 장식한 그의 대표작 '황혼' 역시 그렇다. 노을이 지는 어느 야트막한 고갯길을 노부부가 손을 꼬옥 붙잡고 넘어가고 있다. 이제 막 산등성이를 넘어가는 노을을 따라 구부정한 걸음을 가고 있는 것이다.

꺾인 노을처럼 굽은 허리가 인상 깊은 이 그림을 보노라면 어느새 노부부의 그림자 끝에 우리도 서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게 된다. 누군가의 흔적이 낸 길을 따라 시나브로 붉은 노을 속으로 이끌려가고 싶게 만든다.

사람들 곁을 비껴나 스스로의 삶을 직시하라고 강권했던 그가 일곱 번째 개인전에 올라서서 조금은 누그러진 듯하다. 그 이유를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제 더 이상 스스로에게 묻는 일은
그만두어도 되지 않을까
내 삶을 그냥 담박담박 이야기하듯
풀어내도 되지 않을까
숨을 들이쉬며 한 순간씩 살아내는
시간들의 무게에게

자유로워져도 되지 않을까
날카롭기만 한 신경줄의 모서리에서
더 이상 상흔의 흔적을
더듬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이렇게 조심스러운 바램을 안고
또 한 번 무모한 걸음으로
세상 밖으로 걸어 들어간다"

'작가의 노트 중에서'

【춘천=뉴시스】화가 유명선의 그림 '도시의 뒷골목'. 53×65㎝. 캔버스에 유채. (사진 = 화가 유명선 제공) [email protected]

화가 유명선은 1999년 서울 인사동 갤러리 '서호'를 시작으로 이번까지 모두 일곱 차례의 개인전을 열었다. 시화집과 기행산문집 등 4권을 상재했다. 지금은 강원도 양구 산골에서 밭을 일구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음악을 들으며 살고 있다.

지난 25일 시작된 전시회는 '삶의 여정'을 주제로 오는 31일까지 춘천미술관에서 열린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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