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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아크람 자타리 "내 작업은 유적 발굴처럼 사진을 수집하는 일"

2018.05.10

[뉴스1] 여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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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개인전을 앞두고 방한한 아크람 자타리가 9일 자신의 작품 '고고학'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News1

아랍이미지재단 설립해 20년 넘게 사진 수집
국립현대미술관서 한국 첫 개인전 '사진에 저항하다'

"내가 하는 일은 고고학자가 하는 일과 비슷합니다. 유적을 발굴하는 것처럼 내가 연구하고 탐구한 결과가 내 작품이 됩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개인전을 위해 방한한 레바논 작가 아크람 자타리는 9일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작업을 고고학 발굴 활동과 같은 '수집하는 작업'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했다.

실제 그는 레바논 독재정권이 무너진 1997년, 동료 사진작가 푸아드 엘쿠리, 사머 모흐다드와 함께 아랍 문화권의 시각이미지를 수집하고 연구하기 위해 아랍이미지재단(AIRF, Arab Image Foundation)을 공동 설립하고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이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관장 페랑 바렌브리트)과 공동기획한 '아크람 자타리: 사진에 저항하다' 전은 전시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진이라는 매체를 해체하고 재창조한 아크람 자타리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수집으로 끝나지 않고 수집한 기록물들을 맥락 넘어로 이동시켜 재해석한다. 이러한 아크람 자타리의 작품세계는 인물사진 유리판을 근접촬영한 그의 2017년 작 '얼굴을 맞대고'에 잘 녹아 있다.

아크람 자타리 '얼굴을 맞대고'© News1

이 작품은 1940년대 초 레바논 트리폴리에서 활동하던 사진작가 안트라닉 아누치안이 제작한 인물 사진의 유리판을 근접 촬영한 것으로, 발견 당시 유리판들은 서로 달라 붙어 마치 이중노출이 된 것처럼 보였다. 작가는 여기에서 착안해 유리판 중 2개를 선택해 트리폴리 지역을 침략한 프랑스 군인과 그 지역 주민들을 겹쳐 찍었다. 제복을 입은 프랑스 군인들의 얼굴이 자신들이 통치하던 지역 주민들의 모습에 투과되면서 아랍의 삶과 역사를 마주하게 한다.

아크람 자타리는 '사진을 수집하는 일은 이미지를 찍는 행위 못지 않게 중요한 창의적인 파괴 또는 재기록의 방식'이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그는 때로는 사진의 앞면보다는 뒷면, 사진을 담은 박스 등에 더 의미를 부여한다.

'필름의 본체'(2017년 작)는 1948년 5월 사진작가 안트라닉 바커르디잔이 예루살렘의 아르메니아 구역에 있는 파괴된 자신의 집과 난민 등을 찍은 사진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당시 대부분의 사진작가들은 암실 없이 사진을 현상했다. 아크람 자타리는 바커르디잔의 필름 그 자체를 전쟁의 증거로 다루기로 하고 필름의 부식과 상표, 종류 등에 초점을 맞췄다.

작가의 작업과정을 작품명에 그대로 반영한 2017년 작 '고고학' 또한 트리폴리 사진작가 안트라닉 아누치안의 침수된 스튜디오에서 건져낸 유리 건판 사진을 재현했다.

아크람 자타리는 "사진의 앞만 볼 것이 아니라 뒤도 보고 사진의 역사에서 우리가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들도 신경을 써야한다"며 새로운 사진 읽기를 주문했다.

아크람 자타리 전시전경.© News1

아크람 자타리 전시전경.© News1

이번 전시는 이례적으로 관장인 바르토메우 마리와 휴웨이 추(Hiuwai Chu)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 큐레이터가 공동으로 기획했다.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은 "1999년 아랍이미지재단을 알게 돼 관심을 가진 뒤 오랫동안 이 전시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휴웨이 추 큐레이터는 "사진은 보편적 언어이다. 한국 관객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사진에 대한 확대된 생각을 가지기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사진은 매체인 동시에 하나의 오브제가 될 수 있고 정체성이나 집단 기억을 형성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아크람 자타리: 사진에 저항하다' 전은 11일부터 8월1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을 시작으로 독일 K21 현대미술관을 거쳐 세번째 전시가 열리는 것으로 올 가을에는 이집트 사르쟈미술재단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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