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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미인도'감정 후 1년…"화가의 말 '법'인데 한국만 아니야"

2017.11.06

[머니투데이] 구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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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파스칼 코테(Pascal Cotte)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기술총괄이 '다빈치 얼라이브: 천재의 공간' 전시장을 방문했다. /사진=amPR

파스칼 코테 뤼미에르 미술연구팀 기술총괄 "미인도는 위작"의견 유지…'진품'결론 검찰과는 반대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진위 감정을 맡았던 파스칼 코테(Pascal Cotte)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이하 ‘뤼미에르’) 기술총괄이 방한했다. 지난해 검찰의 진품 판정에 반박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지 1년여 만이다.

지난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다빈치 얼라이브: 천재의 공간’ 전시차 방한한 코테를 만났다. 이번에는 ‘모나리자 전문가’로 한국을 찾았지만 26년째 답보 중인 천 화백의 ‘미인도’ 논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코테는 ‘미술 전문가’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기술자’에 가깝다. 그는 1989년 뤼미에르를 설립하고 스캐너, 카메라 등을 개발하는 광학 엔지니어로 일했다.

“어느 날 한 원단업자가 찾아와 섬유 한 올 한 올을 스캔할 수 있는 고해상도 스캔 장치를 만들어달라고 했어요. 그때 든 생각이 ‘그렇다면 그림도 스캔할 수 있지 않을까?’였죠.”

코테는 2004년부터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의뢰를 받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화 ‘모나리자’를 10년 이상 연구했다. 그 결과 모나리자의 눈썹과 덧그린 흔적 등을 발견해 세계 미술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외에도 램브란트, 샤갈, 르누아르, 반 고흐 등 1800여 개의 작품을 스캔했다.

‘미인도’는 그 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사례다. 지난해 11월 뤼미에르는 천 화백 유족 측의 의뢰를 받아 ‘미인도’를 작가의 진품 9점과 과학적 비교분석한 결과 그림이 진품일 확률이 0.0002%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다음달 검찰은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코테는 “올해 초 대학 강의를 하면서 ‘미인도’ 얘기를 많이 다뤘다”며 “(작품의 진위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과학적임에도 법적인 이유 때문에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일을 통해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림의 진위 문제는) 학계 차원에서 논할 때가 있지만 법정까지 가는 건 정말로 드문 일”이라며 “애초에 프랑스에서는 법정까지 갈 수도 없다. 화가의 말이 곧 법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화가 본인의 판단을 가장 존중하는데 한국만 그러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런 사실을 알 수 있는 재밌는 일화가 있습니다. 옛날에 파블로 피카소가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그림을 샀다는 얘기를 듣고 집에 찾아가서 ‘그 그림은 가짜’라고 했어요. 그 말 때문에 주인은 그 자리에서 그 그림을 찢어버려야 했죠. 또 카미유 피사로는 그림이 자기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주인에게 ‘돈을 주면 (내 그림이라고) 얘기해주겠다’며 흥정을 했습니다. 그 정도로 화가의 말은 절대적이에요.”

‘미인도’ 과학 분석 결과에 대해서는 “어떠한 것도 변하지 않았다”며 오류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만 현재 기존의 과학 분석 보고서를 핵심 질문에 대해 ‘예’ 또는 ‘아니오’로 대답하는 형식으로 좀 더 쉽게 풀어내는 작업 중에 있다. ‘미인도’ 사례를 전 세계 학회에 좀 더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검찰에 분석 결과 보고서를 보내기 전에 볼로냐대 법학과의 한 교수에게 이를 먼저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교수가 제일 처음 한 말이 ‘검찰은 읽어보지도 않고 부정적 결론을 낼 것’이라고 하더군요. ‘미인도’ 분석 기법이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것이라서요. 이건 법적인 부분이라 어떻게 할 수가 없죠.”

그러면서도 코테는 “만약 한국 검찰 측에서 원한다면 (새로운 보고서를) 내년 1월쯤 보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에 따르면 검찰이나 ‘미인도’를 소장한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지난해 11월 판결 이후 뤼미에르 측에는 어떤 연락도 하지 않고 있어 추가적인 의견 교환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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